2. 정면바로서기와 비정비팔
모든 운동은 고유의 자세가 있습니다. 태권도, 권투, 검도, 축구, 골프, 양궁 등등 각 종목마다 바람직한 자세가 있고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바른 준비 자세부터 배웁니다. 준비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연히 하체의 모양이며, 하체의 모양에는 당연히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체의 모양과 관련하여, 우리 활을 처음 접하면 각 정(停)의 사범님을 비롯하여 모든 궁사들이 “우리 활은 양궁과 달리 비정비팔(非丁非八)로 서야 합니다. 발 모양이 八자도 丁자도 아니게 서야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시범을 보입니다. 그러면 활을 배우는 신사(新射)는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고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초심자에게 똑 같이 가르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사람도 왜 비정비팔이어야 하는지, 비정비팔이 그 모습인지를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초심자는 양궁자세만 아니면 비정비팔인가? 라는 당연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고, 양궁 발디딤과 다르기만 하면 비정비팔이라 하는 교육... 과연 우리 국궁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번 주제는 비정비팔의 정의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양궁자세와 잘못된 비정비팔
먼저 자랑스러운 국대 양궁선수들의 자세와 비정비팔이라 하는 국궁 자세를 한번 보겠습니다.
제일 왼쪽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모습입니다. 발 모양을 보시면 겨냥 방향에 뒷 발은 수직하게 앞발은 수직 또는 약간의 사선입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왜 이렇게 서야 하나요? 그것은 바로 사법 때문입니다. 양궁은 화살대가 최대한 눈 바로 밑에 오도록 합니다. 즉 눈의 방향과 화살대의 방향이 최대한 일치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당기는 정도도 시위를 턱에 붙인 그림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지 그 뒤로 더 당기지 않습니다.(많은 국궁하시는 분이 착각하시던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겁니다.- 더 뒤로 당기면 겨냥이 틀어질 뿐만 아니라 지중해 형 그립이기 때문에 시위가 무조건 얼굴을 때립니다. 그래서 안하는 겁니다.) 그럼 발과 몸은 눈과 화살이 향하는 방향이 일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되어야 겠지요? 즉 각지손 어깨가 최대한 눈 뒤로 숨을 수 있고, 팔-어깨방향이 최대한 눈방향과 가까이 나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몸의 모양과 발의 모양은 팔이 향하는 방향에 수직해야겠지요. 그래서 저렇게 서는 겁니다.
반면 우측 3개의 그림은 대부분의 국궁 궁사들이 비정비팔이라고 하며 서는 자세입니다. 왜 이렇게 서야 하나요? 답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발 모양은 둘째 치고 허리를 보시면 서로 다르다 할 수 있는가요? 발모양만 다르면 비정비팔일까요?
발시후 활장의 움직임은?
모든 우리 활 문헌에는 비정비팔로 서라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라는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책 「朝鮮의 弓術」 중 신사입문지계에 보면 “줌손과 활장이 방사된 후에 필히 불거름(丹田)으로 져야 하나니..” 라는 구절이 있고, 풍석 서유구선생의 사결(射訣), 극력견전(極力遣箭) 편에는 “.(생략), 화살이 나갈 때는 줌통이 부러질듯, 시위를 비틀어 끊듯이 한다. 앞의 고자는 신발에 닿을 듯 하고 뒷 고자는 등 뼈에 닿을 정도로 하니 있는 힘을 다해 화살을 쏘는 것이 자연스럽도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두 발시 후 활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내용인데, 발시 후 양궁처럼 활이 딱 멈추는 게 아니라 활장이 불거름, 즉 단전으로 맹렬히 떨어져야 하고... 심지어 우궁의 경우 앞 고자는 오른쪽 신발에, 뒷 고자는 등뼈에 닿을 정도로 하라 합니다. 윗 인용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조선의 궁술에서 불거름으로 져야한다고 하였지 앞 발(우궁이면 왼발)로 져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즉 발시 후 활장 진행방향이 몸 한가운데인 불거름이지, 그림에서처럼 비껴선 채 활에 가장 가까운 앞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비정비팔이라며 비껴선 상태(그림 나 ~ 라)에서 활이 불거름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활을 억지로 불거름으로 내리면 매우 부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3. 정면 바로서는 이유와 비정비팔의 정의
하지만 철전사법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면(얼굴-몸통-허리)을 향하여 바로 상태에서 비정비팔로 자세를 잡은 후 우궁이 흘려서 그듯쳐 잡고 발시하면 줌손이 불거름으로 맹렬히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활장 윗고자가 오른신발로 향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철전사법에서 주장하는 정면바로서기의 이유와 비정비팔의 정의가 담겨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정비팔의 정의는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비정비팔이란 “정면 바로서기 한 상태에서 발시 후 줌손과 활장이 불거름으로 떨어질 수 있게 선 발디딤”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에 정면 바로서기를 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를 더 밝히고자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 활쏘기는 무과 과거시험의 한 종목으로 그 내용은 보사(步射)는 물론 마상기사 (馬上騎射)까지 포함됩니다. 그런데 말을 타고 진격하면서 정면을 향하여 활을 쏠 때 허리(즉 골반)의 모양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위 그림처럼 정면에 비껴서서 쏘는 사법은 서서 쏠 수는 있지만 기사에는 적합지 않습니다. 서서 쏘나 말을 타고 쏘나 사법은 동일해야 할 것입니다.
4 정면바로서기와 비정비팔 따라하기
첫 번째 그림은 책 조선의 궁술, 신사 활 배우는 차례에 따라 과녁정면보기로 선 발디딤입니다.
양 발이 나란히 섰기 때문에 얼굴-몸통-허리 –다리 모두 정면 과녁을 향합니다. 개인 간의 차이가 조금씩은 있겠지만, 엉덩이(괄약근)에 힘을 줄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발디딤 입니다. 초심자 분들은 처음 활을 배울 때 이렇게 서고 궁체가 갖추어 질 때까지 거궁 만작 연습을 부지런히 하시길 권고 드립니다. 이 정면보기 자세가 흐트러지면 실제로 만작시 허리가 윗 그림(나~라)처럼 돌아가게 되는 폐단이 생깁니다. 발디딤의 앞 황동판의 폭은 20cm이고 발뒤꿈치의 폭은 주먹하나 들어가니 12cm 입니다. 개인마다 신체비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이정도 비율로 서서 만작을 해야 정확한 자세가 나옵니다.
두 번째 그림은 정면 바로 본 상태에서 비정비팔입니다 정면보기로 서서 만작을 해 보면 맨 마지막 극한으로 당길 때 허리가 살짝 돌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해서 만작 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살짝 비껴선 정도가 非丁非八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서면 만작 상태에서도 얼굴-몸통-허리는 정면을 향하고 발만 살짝 비켜서게 됩니다. 우궁의 경우 오른발을 좌궁의 경우 왼발을 살짝 뒤로 빼고 서면됩니다. 단, 이렇게 비껴 서더라도 발시 후 줌손과 활장이 불거름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발디딤으로 서서 쏘았는데 줌손과 활장이 불거름으로 떨어지지 않고 왼쪽 다리나 몸 바깥으로 떨어지면 많이 비껴선 자세로 비정비팔을 벗어난 발디딤으로 보면 됩니다.
정면 바로서기와 비정비팔 꾸준히 연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