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의 번영
다니엘 코엔 지음, 이성재‧정세은 옮김, 글항아리 2010.
La Prospérité du Vice by Daniel Cohen, 2009.
생태계의 붕괴
위험에 빠진 지구
산업화가 서양의 몇몇 국가와 일본에 국한되었을 무렵에 지배적이었던 법칙들은 전세계가 산업화하면서 크게 변화했다. 새로운 위협이 국가들에 드리워졌다. 인류의 공동 자산인 지구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 사실을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집단적인 자기 파멸의 위험은 바로 이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다.233
현재 신흥국가들은 근대적 경제성장의 약속을 자신들이 누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서양이 걸었던 길을 뒤따라가고 있다. 평균적으로 이러한 수렴 과정은 특히 아시아에서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게속된다고 가정하면 신흥국가들은 2050년경에는 1인당 평균 4만 달러 정도의 발전 수준, 즉 미국이 2005년에 달성했던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러한 경제성장은 신흥국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4배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유한 국가들의 소득이 현재 속도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가난한 국가들은 이들 국가와의 격차를 1대 5에서 1대 2.5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 인구가 60억에서 90억으로 증가할 것을 고려해보면 인류가 지구로부터 끌어낼 부는 6배 증가할 것이다. 즉 2005년에 70조 달러였던 것이 2050년에는 420조 달러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인류가 지구에 가할 생태학적 지문의 증가를 의미한다.234
그러나 아무도 지구가 이런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 않다. 18세기까지 인류는 주로 태양 에너지에 의존했고 수력 및 풍력 에너지의 역할은 아직 미약했다. 하지만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Paul Crützen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인류세anthropocène’의 등장이라고 정리했다. 이 말은 자연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이 지배하는 세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아래의 수치는 이 용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농업이 발전하던 시대에 인간과 그들이 사육하던 동물들은 척추동물 전체의 0.1퍼센트 미만이었지만 오늘날은 9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234
세계화는 인류가 그동안 야기해온 문제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중국의 성장은 천연 자원의 공급과 수요 사이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곡물, 고기, 석유, 석탄, 철이라는 기본적인 다섯 가지 1차 자원에 대해 중국은 석유만 제외하고 전세계 소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석유에서만 미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다. 2005년에 미국이 2억 6000만 톤의 곡물을 소비한 데 비해 중국은 3억 8000만 톤을 소비했다. 중국은 밀과 쌀 소비에서 미국을 앞섰고, 단지 옥수수에서만 미국보다 적다. 중국의 철 소비량은 미국보다 거의 2배 정도로 많다(미국이 1억 400만 톤을 소비한 데 비해 중국은 2억 5800만 톤을 소비했다). 휴대폰, 텔레비전, 냉장고와 같은 현대적 소비재의 영역에서도 중국은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컴퓨터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234-235
만일 중국이 미국인들의 소비 습관을 따라가게 된다면 2030년부터는 현재 생산되는 전세계 곡물의 3분의 2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종이 소비가 미국 수준에 도달한다면 중국은 3억 500만 톤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산림은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레스터 브라운Lester Brown이 정리했듯이 “서양의 경제 모델은 14억 5000만 명의 중국인들(2030년 기준)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 또한 이 모델은 2030년에 중국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지게 될 인도에도 적용될 수 없다.235
만일 중국인들이 미국인들처럼 인구 4명당 3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에 필요한 도로나 주차 공간은 오늘날 벼농사에 사용되는 농지 면적을 초과하게 될 것이며 석유 소비량은 매일 99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다. 그런데 전세계 석유 생산량은 현재 매일 8400만 배럴이며 이것도 머지않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석유는 확인된 매장량이 1980년에서 2000년 사이에 두 배가 되었지만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새롭게 발견되는 매장량도 현재의 연간 생산량보다 적다. 23개 석유 생산국 중 15개국이 이미 ‘생산 정점’을 찍었으며, 이것은 그들의 연간 생산량이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235-236
기후 온난화
이 문제는 산업화가 지구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가장 우려할 만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연도별로 조사된 가장 뜨거웠던 12개 해 중에서 11개가 1995년에서 2006년 사이에 존재했다. 이러한 온난화는 일련의 가뭄 증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와 같은 강력한 태풍, 2003년에 유럽에서 3만8000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염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온난화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수면의 상승, 북극곰과 같은 몇몇 종의 감소, 아프리카 고원 지역으로의 질병 전파, 사막화의 확산, 빙하의 빠른 용해, 새로운 대홍수, 식수의 고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혼란은 온난화의 결과이며, 온난화는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가스들의 배출과 관련된다.236-237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은 온실효과를 낳는 가스들(이산화탄소, 수증기, 메탄)을 통과한다. 자외선은 대기를 관통해 지구를 덥게 만든다. 그러나 이 가스들은 파장이 긴 적외선이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결국 이 가스들은 마치 온실처럼 태양 광선을 들어오게는 하지만 거기서 나오는 열기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237
화석연료의 사용과 산림파괴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여 산업화 시대 초기에 280ppm이었던 수치가 오늘날 388ppm이 되었다. 1850년부터 지금까지 기온은 평균해서 섭씨 0.8도 상승했다. 오늘날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완전히 막는다 해도 해양의 온난화는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0.5도는 상승한다.237
영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스턴 보고서Stern Report와 기후 변동에 관한 범국가 전문가 그룹IPCC의 보고서는 온난화의 영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들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추세가 지속되면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1세기 말에는 560ppm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가 견뎌낼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현재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그 수준을 넘게 되면 어떤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런데 실제의 진행 속도는 지금까지의 추세보다 더욱 빠른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 인도가 산업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지구는 21세기 말이 아니라 2050년부터 560ppm이라는 위험한 한계수준에 도달할 수도 있다. 더구나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더욱 많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툰드라 지역의 빙하가 녹게 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이로부터 방출될 수 있다. 해양의 온난화도 현재까지 바다 속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방출시킬 것이다. 또한 빙하의 용해는 태양의 반사를 줄여 온난화의 직접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237-238
다른 재앙들
종의 소멸은 인류세의 다른 측면이다. 환경주의자들은 여섯 번째의 대규모 종의 소멸이라 불리는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다섯 번의 대규모 종의 소멸은 행성 궤도의 변경, 화산 폭발 혹은 최근의 소행성 충돌에 의한 거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지난 2천 년 사이에 전체 조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종이 사라졌다. 다른 한 예를 들면 전체 물고기의 3분의 2가 “완전히 사라졌거나 조금 남았거나 현재 사라지는 중이다.”238
물 역시 21세기의 중대한 문제이다. 최초의 농경 사회의 생태는 나일 강,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갠지스 강, 그리고 양쯔 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강이 가까이 있어서 당시 사람들은 토지에 물을 댈 수 있었고 불을 피우고 집 지을 나무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러한 큰 강들이 바다에 이르지 못하거나 여름에는 급격하게 유량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갠지스 강이나 나일 강은 건기에는 작은 시내 수준이 된다. 나일 강은 지중해와 만나는 곳에서는 거의 사라진다. 수단과 에티오피아가 물 사용을 늘리기로 결정한다면 이집트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동일한 문제가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경우에도 발생한다. 터키와 이라크에서 건설되는 대규모 댐들은 고대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감소시켰다. 과거에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델타 지역에 부를 가져다주었던 거대 습지의 90퍼센트가 대규모 댐들로 인해 훼손되었다.239
물은 자연 순환(즉 증발과 응결) 덕분에 재생산되거나 땅 속에 묻혀있는 화석층으로부터 생긴다. 그런데 현재 화석 자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태어날 30억의 인구 대부분은 지하수층이 무분별하게 개발된 나라에서 살아갈 것이다. 이미 인도의 북서부 마을은 버려지고 있다. 중국의 북부와 서부 그리고 멕시코의 몇몇 지역에 사는 수천 명의 사람들은 물 부족으로 마을을 떠나고 있다. 레스터 브라운은 “중국 전역에서 밀의 2분의 1 이상과 전체 옥수수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북부 평원의 지하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밀과 쌀의 수확량 감소는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 때문이다.239-240
인도에서도 역시 지하수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구자라트 북부에서는 지하수층 감소가 연간 20미터에 이르고 있다. 레스터 브라운에 따르면 “이러한 위험이 터지게 되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질서가 인도 농촌을 덮칠 것”이라고 한다. 인도는 중국이 걸었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밀과 쌀의 생산은 곧 감소할 것이다. 인도와 중국에서 관개 용지의 생산량은 예전의 5분의 3에서 5분의 4에 그칠 것이다.240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수많은 대도시들이 용수가 줄어들고 있는 강 유역에 위치해 있다. 멕시코시티, 카이로, 베이징과 같은 도시는 다른 지방으로부터 물을 끌어오거나 관개 용지를 줄이지 않고는 물 사용을 늘릴 수 없다. 중국, 인도 이외에 물 부족에 직면한 두 번째 국가 그룹에는 알제리, 이집트, 이란, 멕시코, 파키스탄이 포함된다.240
물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농업은 더구나 향후 새로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도전에도 대처해야 한다. 향후 전세계에는 해마다 7000만 명의 인구가 새롭게 태어날 것이며 5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물성 식품을 더 많이 소비하고자 할 것이다. 한편 생산자의 측면에서 농민들은 관개용수의 감소, 지구의 온난화, 연료 가격의 상승에 직면할 것이다. 1950년에서 1990년 사이에 곡물 수확량은 해마다 2.1퍼센트씩 늘었지만 이후 연간 1.2퍼센트로 감소했다. 알제리, 이집트, 멕시코는 이미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2007년에 나타난 식량위기는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해 잠시 멈추었으나 향후 이와 관련해서 인류가 직면하게 될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었다.240-241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떤 수단을 동원할 것인가? 또한 누가 지도할 것인가? 진단은 이미 다양한 기구를 통해서 많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실천에 몲길 것인가에 있다. 이미 10년 전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협의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맺었다. 생물다양성협약도 지구에 닥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맺어졌다. 수단의 다르푸르와 같이 사막화로 위협받는 지역을 돕기 위한 협약도 체결되었다. 1994년에 카이로 국제인구개발회의는 유아 사망률을 낮추고 인구 증가를 조절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결정하였다. 이 행동계획은 가족계획 실시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조처 등을 포함해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242-243
소위 유엔 밀레니엄 선언이라고 불리는 정책은 2015년 이전에 빈곤, 기아, 미취학 문제를 절반으로 낮추고 ‘지속 가능한 환경확보’의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목표들은 2002년 멕시코 몬테레이 합의에서 재천명되었다. 당시 참가국들은 개발 원조를 두 배 증대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모든 협약, 의지의 표명, 당면 문제와 해결 수단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이러한 길로 나서는 데 지체하고 있다.243
그러나 오존층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이 미묘한 주제에 대해 여론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를 알 수 있다. 처음에 과학자들의 연구는 대기 중으로 방출된 프레온 등의 가스들이 오존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였다. 이 가스들은 냉각 가스와 분무기용 추진 물질로 사용되었다. 이 분야의 선두기업 중 하나인 뒤퐁사 대표는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즉각 대응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미국 나사의 인공위성이 남극 위의 구멍이 커지고 있는 사진을 보여줌에 따라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같은 여론이 형성되었다. 바로 그해에 협약이 이루어졌고 몬트리올에서 의정서가 신속하게 체결되었다. 뒤퐁사는 활용 가능한 대안이 있음을 인식했고 신속히 입장을 바꾸었다. 1990년에는 수정안이 몬트리올 의정서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뒤퐁사의 개입으로 처음의 예상보다 더욱 규제적인 것이 되었다.243
하지만 이와 같이 다소 고무적인 예를 제외하면 원래 의도와 그 실현 간에는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한다. 기후 변동에 관한 유엔의 협약틀은 이미 1992년에 채택되었다.(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도입했고 곧이어 미국 상원이 비준했다). 한편 1997년에 채택된 교토 의정서는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방출을 8퍼센트 줄이기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이 이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이를 비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들 부시 행정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미 10년이 지나가버렸다!
새로운 산업혁명
성장주의자들과 성장 반대주의자들 간에는 논쟁이 자주 벌어진다. 만일 성장이 필요한 재화를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하게 하거나 인간의 삶을 향상시켜줄 새로운 재화를 생산하게 해준다면 그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성장은 사회적으로 무용한 경로가 아니라 유용한 경로를 따라 신중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경제성장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오해가 존재한다. 즉 성장이 산업 생산성을 계속해서 증대시킬 것이고 이로 인해 재화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단축될 것이며 그 결과 제품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런데 생산되는 재화의 양은 절대 줄지 않는다. 가격이 낮아짐에 따라 재화의 수량에 그에 맞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결국 계속해서 낮아지는 가격은 ‘쉽게 쓰고 버리는 경제’의 성장을 가져온다. 과거에 사람들은 평생 손목시계 하나만을 가지고 살았으나 오늘날은 셔츠의 색깔에 맞춰 손목시계를 바꾼다. 이것은 마치 잡지를 사면 공짜로 따라오지만 뜯어보지도 않는 저가의 전자제품과 마찬가지다.244-245
그런데 ‘이처럼 쉽게 쓰고 버리는 경제’는 지구의 지질학적 한계와 정면으로 충돌할 운명에 있다. 도시 밖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뉴욕은 쓰레기 처리장의 포화 상태로 가장 먼저 고통을 겪은 거대 도시들 중 하나이다. 1만2000톤의 쓰레기가 매일 만들어진다. 이 쓰레기를 도시 밖으로 치우려면 매일 600개의 트레일러가 동원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재화의 가격은 그 재화를 치우는 데 들어가는 환경 비용보다 낮아진다. 레스터 브라운이 인용한 바에 따르면, 엑손사에서 노르웨이 담당 부사장을 지낸 오이스타인 달Oystein Dahle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은 시장이 경제적 진실을 말하도록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또한 시장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도록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너질지 모른다.”245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한 첫 번째 실행 방안은 환경오염 유발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특히 온난화 저지를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금 부과는 감사와 감시 업무를 필요로 하는데, 이것은 관련 분야(전기, 교통, 건축, 공공사업)에 직접 환경 관련 규제를 가하는 업무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 다른 우선순위는 지하수층의 과도한 사용, 산림의 완전 벌채, 과도한 어획 등과 같은 환경 파괴 행위를 조장하는 보조금을 없애는 것이다.246
무공해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두 번째로 중요한 방향이다. 스턴 보고서의 핵심 결론은 분명하다. 이 문제들이 빨리 해결될수록 그 비용은 더 적게 들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세계 GDP의 1퍼센트를 매년 투자하면 온난화를 저지하는 데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즉각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IPCC는 탄소를 가두기 위한 최신 기술을 일반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금 당장 실행하면 적당한 수준에서 해결될 일이지만 늦게 대처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될 것이다.(*현재의 추세에 비교해 탄소 배출의 감소를 전기로 환산해보면 그 비용은 톤 CO₂ 당 10~50달러 사이일 것이다. 혹은 킬로와트 당 1~5달러에 해당한다.)246
그러나 세금 부과, 보조금 지급, 그리고 투자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을 위해서는 환경혁명이 새로운 산업혁명에 상응할 만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경제성장을 이루는 새로운 방식을 의미한다.246
석유 고갈이라는 핵심적인 예를 든다면, 도시화나 국제 무역과 같이 오늘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도 석유가 귀해지고 비싸지는 압력을 받아 갑작스럽게 위축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석유 고갈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과 승객을 위한 새로운 항공 노선이 무제한적으로 증설되고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사는 4륜 구동 자동차의 판매와 같은 터무니없는 사업으로 파산 상태에 처해 있다.247
석유 고갈은 자동차를 기초로 도시 외곽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 문명에 고통스러운 종지부를 찍게 할 것이다. 사람들이 교외에 있는 주택에서 도심으로 매일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출퇴근하는 현재의 생활방식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이동에 기초를 둔 모든 경제는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247
몰락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자신의 책 『문명의 붕괴Collapse』에서 어떻게 수많은 문명들이 스스로 야기한 생태적 재앙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했다. 수메르인들은 최초로 도시를 건설했고 문자를 발명했다. 그러나 수메르 문명은 한 가지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관개 시설이 삼투 현상을 가져와 지하수층을 상승시킨 것이다. 그 높이가 표층 몇 센티미터에까지 이르자 물이 증발되기 시작했고 이는 토지의 염도를 상승시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금이 쌓이자 토지 생산성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 수메르 지역은 녹지가 거의 없거나 완전히 사라져버린 곳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 있던 지역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빈 공간이 된 것이다.248
마야 문명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250년경의 부흥과 900년경의 몰락 사이에서 마야 문명은 매우 수준 높고 생산적인 농업 체제를 운영했다. 그러나 산림 감소와 토지 침식은 식량의 부족을 가져왔고, 이는 도시들 사이의 내전을 야기했다. 결국 마야 문명은 지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스트 섬, 그린란드의 바이킹들과 같이 생태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문명들의 예는 너무 많다.248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이러한 재앙은 네 가지 형태의 실수로 빚어진 결과이다. 첫째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지 못한 실수, 둘째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실수, 셋째는 문제를 인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지 못한 실수, 넷째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으나 실제의 실천에는 이르지 못한 실수가 바로 그것이다.248
이미 우리는 세 번째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어떤 문제인지는 인식하고 있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적 의지를 천명하고 이러한 의지가 실제 해결을 위한 실천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이 두 조건은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국제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와 정치적 결정의 차원에서 대규모의 공조가 필요하다.248-249
물론 비관적인 예만 있는 것은 아니다. 600년 전에 아이슬란드인들은 고지대의 목초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처음부터 풀이 무성하지 않았던 지역에서는 녹지대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당시에 농민들은 토지의 지력 유지를 위해 양떼의 규모를 한정하고 각 농가의 할당량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처럼 생태 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했던 아이슬란드가 최근의 금융 위기에 직면해서는 그와 같은 현명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체제의 위기를 예측하는 데 있어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잘 보여준다.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