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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쇠소깍의 소나무
<나무 문화권 비교, 한국 소나무, 일본의 삼나무와 유럽권의 나무>
1. 유럽 나무 문화
1.1. 자작나무권
한국은 이와 같이 나무를 기준으로 볼 때는 소나무 문화권을 이루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유럽이 자작나무문화, 일본이 조엽수림문화(照葉樹林文化)라고 말한다. 유럽이 자작나무문화권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북유럽에 가서 기차여행을 하고 나면 나중 기억의 영상 속에는 하얀 자작나무 줄기가 이루고 있는 숲이 많이 남아 있다. 차고 냉정하고 깔끔한 자작나무 분위기를 유럽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기억하기 쉽다. 우리나라에서도 추운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에서 자란다. 강원도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이 유명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자작나무는 백단(白椴)·백화(白樺)라고도 한다. 하얀 나무껍질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다.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정원수·가로수·풍치림으로 심는다. 나무껍질은 약재로도 사용하고, 그림이나 글씨를 쓰는 종이 대용으로도 사용한다.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작나무의 수액은 화수액이라 하여 식용하거나 술로 만들어 먹는다. 건강음료로 인기가 높다. 목재는 굳고 질겨서 건축재, 무늬가 아름다워 조각 재료로 쓴다. 자작나무도 많으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1.2. 올리브나무권
춥지 않은 남유럽은 자작나무보다 올리브나무가 더 기억에 남는다. 남불 지중해 연안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어느 음식에도 자주 쓰이는 올리브오일을 생산하는 올리브나무는 남유럽에서는 생명의 나무다. 유럽의 나무라고 하면 한국의 소나무와 지역의 크기 문화권의 크기에서 형평이 어긋나므로,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 유럽문화는 국가간에 공통분모가 많아 국가별 구분이 어려우니 크게 나누어 북부의 자작나무권역과 남부의 올리브나무권역으로의 2분화도 적절해 보인다.
올리브나무는 가장 오래된 재배 과수였으리라 추측되며 수명이 길어 2,3천년 된 나무도 있다. 올리브 열매를 바로 식용하고, 올리브유가 각종 요리에 폭넓게 쓰이며 수확시기와 숙성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눌 정도로 올리브유 사용이 섬세하게 발달되어 있다. 나무는 크기 않아 건축용 자재보다 소품 공예에 주로 이용되며, 특히 도마 소재로 인기가 많다. 살모네라 살균력이 있고, 단단하고 변색도 없어서 반영구적인 소재로 알려져 있다.
2. 북미 캐나다 단풍나무권
국기에 나무가 들어간 나라가 둘 있다. 레바논과 캐나다이다. 레바논은 레바논시다, 캐나다는 단풍나무다. 레바논시다는 국기에도 동전에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의미,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고 생활 밀착형의 현재형 나무는 아닌 거 같다.
캐나다 단풍은 현재형 나무로 생활 밀착형 나무이다. 온 나라를 도배하고 있는 나무라 할 정도로 폭넓게 자생하고 있고, 매플시럽은 그 자체로도 섭취하고, 가공식품과 음식 요리 등에서 널리 쓰여 식재료로 중요하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나라를 빨갛게 물들여 정서적으로도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 또한 대단하여 예술의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목재, 조각재로도 많이 쓰이며 각종 생활용품의 디자인 소재로도 폭넓게 쓰인다. 관광객들은 단풍나무 장신구나 생활용품을 기념으로 하나씩 사들고 오게 마련이다. 기념품 가게를 거의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단풍나무는 제대로 현재형 나무문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우선 이 정도만 말하고 후일 다시 논의할 것을 기약한다.
*캐나다 생활용품 단풍나무 디자인
3. 일본 삼나무권
3.1. 일본 내부
이와 견주어 일본의 조엽수림문화론에 이르면 완전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소나무, 자작나무 등은 단일수종인데, 복합 수종을 말하는 것부터 형평에 맞지 않다. 조엽수림은 서일본에서 대만, 화남, 부탄, 히말라야까지 펼쳐진 생물군계다.(위키백과) 관련 문화도 농어업 등 생업에서부터 의식주 생활에 이르는 광범위한 현상에서 특징을 찾으므로 단일수종 문화권과의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
뭣보다도 조엽수는 일본의 현재적 수종이 아니다. 조엽수림은 현재 1.2%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조엽수림을 잘 간직하고 있는 규슈지역 미야자키 현의 이야정이 관광지가 될 정도로 희귀한 숲이 되어 있다. 따라서 조엽수림문화권은 소나무문화권과 대등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수종이면서 일본만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나무로 삼나무가 있다. 일본 역사책 《일본서기》에는 ‘스사노오노미코토(素戔鳴尊)’라는 신이 나오는데, “‘내 아들이 다스리는 나라에 배가 없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하여 자신의 수염을 뽑아 흩어지게 하니 삼나무가 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삼나무는 신화적 기록에 나올 정도로 역사가 오래고, 하이쿠(俳句) 등 문학작품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이다. 일본 삼나무는 쭉쭉 곧아 일본정신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집도 주로 삼나무로 짓는데, 우리가 가 보는 유명 유적지 건물의 대부분이 삼나무 소재이다.
일본은 패전 이후 전시에 황폐해진 국토 재건과 급작스럽게 증대된 도시 건설의 목재 수요를 위해 토양에 적합한 삼나무를 심었다. 삼나무는 직립하여 자라며, 키 40미터, 지름이 두세 아름은 보통인 거목이다. 비교적 성장속도도 빠른 데다 가지가 적어 밀식이 가능하므로 한꺼번에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다. 방부방수가 가능하며 수축과 뒤틀림이 없어 목재의 왕이라 불릴 정도여서 집 짓는 데 많이 사용하였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삼나무숲이다. 그중 규슈(九州)의 가고시마(鹿兒島)의 섬 야쿠시마에는 수령 수천 년이 된 삼나무들이 살아있어 유네스코의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일본인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를 빼고는 삼나무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국민나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알레르기가 좀 심하다는 거다. 화분증(花粉症)이라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일본인의 2,500만이 앓을 정도의 국민병이다. 꽃가루 계절에 일본에 머무르면 머리가 아플 정도라는 것이 거주자들의 체험담이다. 봄에는 먼지에 황사에 꽃가루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는다.
일본은 나무의 나라다. 우리가 바위의 나라, 중국이 흙의 나라라면 말이다. 삼국의 탑은 대부분 자연환경에 따라 각각 목탑, 석탑, 전탑으로 이루어졌다. 나무의 나라 일본은 지금도 대부분 목재로 집을 짓는다. 삼나무가 드문 홋가이도의 건축 양식은 완전히 다른 서양식이다.
삼나무의 커다란 키가 반영되어 건축은 규모가 커졌다. 건축목재에서도 으뜸 나무는 삼나무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대부분 높아도 3층을 넘지 않는 단독주택이 대부분인데, 거의 목재 주택이다. 우리의 소나무보다 건축 면에서는 더 친연성이 높은 셈이다. 아마도 이것이 지진이 많은 일본 환경에 더 적합하지 않은가 한다. 영화 <삼나무에 내리는 눈>(1999)에서도 삼나무를 일본의 상징으로 파악하였다. 온갖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일본에 나무는 그나마 자연이 그 보답으로 주는 위로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3.2. 한국과의 문제
일제때 삼나무가 많이 식재된 제주도에서도 꽃가루 몸살을 앓는다. 10년 이상 제주도에 거주한 사람의 경우 19.1%가 삼나무 꽃가루 감작률(알레르기 물질에 민감한 피부 반응을 보이는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나무는 전라도 등 우리나라 남부권에도 많이 식재되어 있는데, 특히 제주도에는 일제강점기에 들여와 감귤나무의 방풍수림으로 인정되고, 1970년대 조림사업 추진으로 우위 수종이 되어 있다. 제주도에는 음식을 비롯한 일상 문화에도 일본 문화와 유사성을 많이 보이는데, 수종 또한 그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키가 너무 자라 ‘쑥대낭’으로 불리는 삼나무는 햇빛을 가리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해 대량 벌목 폐기되는 실정이다. 소아 아토피는 전국 최고 유병률(7.27%)을 보인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큰엉 바닷가 소나무 2022.5.15.
제주도 서귀포 송악산 소나무. 앞쪽으로 산방산과 형제섬이 보인다. 2022.5.18.
*제주도 절물휴양림의 삼나무숲
재미있는 것은 임진왜란 때 부딪친 한일 해전에서 양국 배의 성능이 드러난 것이다. 한일해전은 일본 삼나무 배와 한국 소나무 배의 싸움이었다. 조선 소나무 거북선과 일본 삼나무 안택선(安宅船)의 싸움에서의 승리(강판권 참조)로 조선은 임란 승패의 기세를 바꿀 수 있었다. 한중일 3국에서 한국만 병선을 따로 만들었다 하니 그것 자체가 불리한 데다 조선 자재 자체의 품질이 한국 배에 못 미쳤으니 해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삼나무가 좋은 건축 자재였지만, 다른 나라 목재 소나무와 비교했을 때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자재였던 셈이다.
한국의 소나무는 키가 삼나무만큼 크지 않다. 우람하게 자라는 소나무는 굵고 단단한 기둥을 만들어 낸다. 높이 자라는 삼나무의 긴 기둥은 소나무에 비해 단단하지 못하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일본 내에서는 최고의 목재가 한국 소나무와 비교하니 허망했던 것이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먼저 알아챘다. 대마도 사람들은 한국의 섬에 와서 몰래몰래 체류하며 소나무를 베어내 배를 만들어 돌아갔다. 일제강점기 때는 경북의 울진,봉화, 삼척 지역의 울창했던 산림을 황폐해질 정도로 남획해서 일본으로 가져갔다. 배로 실어서 가져가고 뗏목으로 만들어 끌고가고. 조선왕조에서 남벌자에게 곤장까지 쳐가며 지켰던 소나무가 숲이 거의 사라질 정도로 이렇게 허무하게 통째로 잘려 나갔다. 지금도 그때 얼마나 가져갔는지 알아낼 수가 없다. "삼척지역에서 잘려나간 소나무는 연간 6천㎥, 1백80만그루 정도로 추정"될 뿐(연합뉴스), 지금도 자세히 알 수 없다.
4. 문화권 비교
그런데 삼나무는 식재료와는 별 관련이 없다. 국민나무가 식재료와 무관한 것은 네 문화권 중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 음식이 단조롭고 거의 재료에 가까운 조리를 하는 것이 혹시 이런 측면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상대적으로 올리브나무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식재료이고, 지중해 지역이 음식맛으로 수위를 달리는 지역이라는 것과 반비례하는 현상이다.
또 상대적으로 올리브나무만이 건축자재로 쓰이지 못한다. 소나무, 삼나무, 자작나무는 모두 건축 자재로 많이 쓰인다. 건축자재와 식재료로서의 중요성이 서로 대조적이다. 올리브나무는 줄기보다 열매를 중요시한 나무이며, 자생보다 재배로 증식한 경우가 더 많다. 직접적인 식재료로서는 올리브나무가 압권이다. 기본적으로는 건축자재와 식재료로서의 기능이 국민나무의 커다란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은 자연생태를 닮는다. 자연생태를 보면 거꾸로 인간이 보인다. 두 변수를 놓고 문화적 차이와 공통점을 따지는 것이 이제부터의 할일이다. 소나무, 삼나무 문화권의 한일과 자작나무, 올리브나무 문화권의 남북유럽이 수목과 관련하여 어떤 문화적 차이와 동질성을 갖는지, 나무 문화로서의 갖는 동질성이 인류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나무 문화권 비교 도표
아시아 | 유럽 | |||
한국 소나무 | 일본 삼나무 | 북유럽 자작나무 | 남유럽 올리브나무 | |
건축 | 1: O | 2: O | 2: O | 4: X |
식품 | 2: O | 4: X | 3: O | 1: O |
환경 | 자생 | 자생+재배 | 자생 | 재배 |
-수치는 강력한 정도를 표시한 것임.
*캐나다 비교는 추후 추가하겠음.
<참고문헌>
조선왕조실록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기타 관련 저서 및 신문자료 등등
<췌언>
* 이 글은 국내외 현장 답사를 통해 음식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것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얻은 인상적 환경 차이에 착안한 두 관점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인문학은 서로 영역을 나눌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과 여행은 총체적인 안목을 갖기에 적합한 활동이어서 총체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함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아직 엉성한 글이나 점차 다듬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계된 글 두 편을 함께 보실 것을 권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국민나무 소나무와 그 문화권> 세 편 중 한 편입니다.
1. 국민나무 소나무, 그 일상과 예술과 문화 : '한국문화 연경기언' 게시판
2. 나무 문화권 비교, 한국 소나무, 일본 삼나무와 유럽권 자작나무와 올리브나무 : '한국문화 연경기언' 게시판
3. 소나무 음식, 구황음식에서 국민음식, 귀족음식까지 : '음식문화 연경기언' 게시판
읽은 후 :
세종대왕릉 영릉 소나무 둘러보기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릉 영릉은 특히 소나무로 도배한 듯 소나무 일색이다. 왕릉 중에서도 특히 그러한 듯하다.
세종대왕 영릉 정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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