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마라톤 참가기
(마라톤의 원류와 유명 고적지를 찾아서) 이우찬
1. prologue
마라톤을 시작한지 20여년. 그간 국내대회 300회 이상과 보스턴, 베를린, 파리, LA 등 해외대회 14회를 참가하였다.
그러던 중 마라톤의 진정한 의미와 원류를 찾아 아테네대회에 꼭 한번 가고 싶었는데 2015년 참가 신청을 하였으나 예기치 못한 건강 이상으로 참가할 수 없게 되었다.
‘아테네는 나와 그렇게 인연이 없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이도 3년 후인 2018년에 기회가 다시 찾아와 대회 참가 재도전, 마침내 꿈의 무대인 아테네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마라톤의 기원은 BC 490년, 아테네와 페르시아간의 전투에서 아테네가 승전하자마자 전령 페이스페데스가 마라톤 평원 42km를 달려 승전보를 전한 후 장렬하게 숨을 거둔데서 기원되었다고 한다.
마라톤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아테네에서 개최되면서 부터이다.
마라톤 전투에서 패배한 악연으로 마라톤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지한 나라가 이란이다. 이란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어떠한 세계대회에서도 마라톤 종목에 참가하지 않으며 따라서 마라톤에 출전한 이란 선수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고 1974년에 개최한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예 마라톤 종목이 채택되지 않았다.
2. 연습만이 최고의 스승이다.
2018년 11월 11일에 열린 아테네대회에 우리 칠마회에서는 김 무조선배님, 김 동호 선배님과 함께 3명이 참가했다.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각종 자료와 전 대회에 참가하신 공 준식 회장님의 충고를 참고했다. 회장님께서는 ‘약 30km까지 오르막길이고 12km정도만 내리막길이니 철저한 언덕훈련에 힘쓰라’고 하셨다.
평소 훈련 방식은 매일 아침 6시 기상하여 준비운동 후 고덕 천을 지나 한강 자전거 길로 3km의 암사대교 언덕길을 넘어 16km정도씩 달렸다. 또 체력 보강을 위해 영양식으로 탄수화물, 단백질 보충도 꾸준히 했다.
드디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테네 행 장도에 올랐고 인천공항을 출발, 모스크바 경유 아테네에 도착할 때까지 약 14시간의 비행시간이 걸렸다.
3. 마라톤 평원을 달리다.
11월 초 날씨지만 제법 쌀쌀하고 청초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들국화에서 어느덧 우리 곁에 다가온 늦가을을 느낀다.
아침 일찍 기상하여 조식을 마치고 버스로 1시간 정도 달려 오전 8시스타트지점인 마라도나스에 도착했다. 9시 출발시각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다. 날씨가 꽤 차가운데 다행히 준비위에서 목 타월을 한 장씩 지급해 주셨다. 준비위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다.
벌써 많은 참가자들이 속속 광장에 모여들어 세계 인종의 전시장 같은 느낌이다. 총 참가자는 3만 명 정도이다.
9시 정각에 출발, 동시에 여러 명이 달리다보니 다소 오버 페이스를 하고 있다. 5km지점의 기록이 5분 30초 정도로 빠르게 달리고 있다.
출발할 때는 쌀쌀했으나 땀이 나기 시작하고 갈증을 느낀다. 급수대에서 물을 마셔본다.
주로는 약간 내리막과 긴 오르막 경사의 연속이며 30km에서 32km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언덕 코스에서는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고 다시 달려본다. 역시 힘든 코스다.
이후 내리막 경사가 시작되어 결승선까지 완만한 길을 달려본다. 2.5km 단위로 화장실 급수대가 설치되고 5km 단위로 화장실, 급수대. 간식 및 의료진이 있다.
중간 중간 산불이 있었던 지역은 경관이 삭막하다. 그러나 주로 양쪽으로 늘어선 지역 주민들은 열심히 응원해주고 매우 친절하게 먹거리도 제공해 준다. 힘든 언덕길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이런 응원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달려본다. 시민들에게 너무 너무 감사하다.
시내 여러 곳에 환영 아치를 설치하여 분위기를 띄운다. 드디어 피나시나이콘 스타디움이 시야에 들어오고 스타디움에 들어서 약 200m 달려 골인한다.
응원석에 있는 수천 명의 관객이 소리 높여 성원하니 나도 모르게 마지막 힘이 살아나 피니쉬 라인을 향해 달려본다. 예상보다 좋은 기록 4시간 28분 40초. 연대별 8/81 (70~74세)로 한국 참가단 13명중 2위를 기록하여 칠마회의 위상을 세웠다.
4. 그리스 기행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과 니케신전이 인상적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전쟁과 지혜의 신이며 아테네의 수호 여신을 모시던 곳으로 유네스코 유적 1호다. 니케 신전은 승리의 여신인 니케의 신전으로 스포츠 용품 Nike(나이키)로 잘 알려져 있다.
메데오라는 바위기둥 위 공중에 떠 있듯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세워진 수도원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크고 웅장한 대수도원, 스데반 수도원 발람수도원 등이 있다.
산토리니(Santorini)는 아테네 국내 섬으로 그 옛날 화산섬이었다. 이 섬에는 이아 마을이 유명하다. 절벽 위 흰색의 건물 푸른색 지붕들은 절벽과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더욱 아름답다. 그리스 색채가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 가게, 갤러리 등이 즐비하다.
이아 마을은 석양 무렵이 가장 아름다운 경관(景觀)이다. 바다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기 위해 좋은 자리를 찾아 모여든다.
5. 기차는 8시에 떠나고
나치에 항거,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여 영원히 오지 못하는 젊은이를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노래한 애절한 곡이다.
카타리니 행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가네.
십이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타리니 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그리스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Agnos Baltsa)가 불렀고 한국의 조수미 씨가 불러 많이 알려진 곡이다. 기타 반주도 애절하게 연주된다.
우리가 탄 버스가 카타리니 역 부근을 지나는데 마침 기차가 떠나가고 버스 속에는 이 애절한 노래가 흐르고 있어서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스는 신화, 역사, 철학, 의회정치 등 인류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또 참담했던 한국(6.25) 전쟁 중 다섯 번째 많은 군인을 파병한 고마운 나라다.
현재 그리스 경제는 어려운 상황이나, 그리스의 회생 발전을 기원하며 아테네 마라톤도 더욱 큰 유명대회가 되기를 바란다.
주요해외대회참가:
※이우찬: 46.4.13생 칠마회 감사 2000.10.22.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첫완주후 516회를 질주중임.
울트라100km 해외마라톤14회 등 꾸준한 달림을 이어가는 중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