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칼 화법의 대가大家가 피워낸 꽃밭
- 김희재 화백을 말한다
글·사진 김가배
김희재 화가는 그랑펠레 비엔날레 89(프랑스파리), 시카고아트페어/뉴욕아트 엑스포/부산비엔날레/한국국제아트페어, 일본문화원초대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개인전초대, (미술세계) - 인사아트기획 개인전초대, 마이아미 라이얼스갤러리워크숍 및 초대개인전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이다.
붓칼 화법의 大家 김희재 화백! 그녀가 창안한 붓칼 화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미술기법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이루는 현란하고 독특한 그녀만의 아름다운 언어다.
예술세계에서 자기만의 언어를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큰 영광이고 행운인가!
김희재 화백은 붓칼 화법이란 새로운 화법을 창안하여 그 기법으로 일가를 이루었으니 大家라는 존칭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듯하다.
추상화가 주류를 이루는 작금의 한국화단에서 구상의 기법으로 굳굳이 그리고 확고하게 자기세계를 펼쳐가고 있는 김희재 화백! 얼마나 자랑스럽고 얼마나 뚝심있는 의지의 소산인가.
국내외 유수의 화랑들이나 미술잡지들이 수시로 초대전이라는 러브콜을 보내오는 행운도 누리고 있는 그녀는 참으로 행복한 아티스트임이 틀림없다. 피천득 선생님과 그녀의 스승이신 배동신화백은 김희재가 한국최고의 화가임을 일찍이 선언하셨다.
천경자 이후 한국화단을 견인해가는 막중한 위치임이 분명하다.
그의 붓칼 화법은 일단 그림을 시작하면 그 작품이 완성이 되도록 붓을 놓을 수 없는 특이한 기법이다. 오직 그만이 사용하고 그가 발명해낸 화법인 것이다. 밑그림 위에 물감을 덮고 칼질로 형상화하여 그림을 완성해가는 보기 드문 그의 화법은 물감이 마르면 칼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잠 잘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피가 마르는 고역의 산고 끝에 그의 그림은 탄생한다.
지독한 자기와의 싸움인 것이다. 소품도 그렇지만 특히 대작을 준비할 때의 각오는 뼈를 깎아내는 각고의 열정과 집념이 아니고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우리는 그의 이런 당당한 행보에 놀라고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남다른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되는 대범한 그의 작품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詩를 위한 사료다”고 한 보들레르의 말처럼 그녀의 눈에 비친 풍경들은 여지없이 화폭 안에 녹아든다. 하늘, 구름, 산과 물 바위 들판, 꽃, 풀, 그의 시야에 들어온 각가지 물상들이 어우러져 자기들만의 세계를 이룬다. 그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다양하고 우주적이다.
그의 작품들 앞에 서면 끓어오르는 감동에 감동을 거듭하고 경악하게 된다. 풀잎 위를 스치고 들판 위를 불어가는 맑은 바람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김희재 화백이 창조해낸 풍경들, 뭇 생명의 함성들이 들판을 넘어 아득한 물길을 이루고 널은 벌판을 넘어 산등성을 오르고 끝내 구름 속으로 승천하는 생의 파노라마인 것이다. 아름다운 야생의 생명들이 내뿜는 생의 찬가들이 어우러지며 퍼져나가는 풍요로운 들판. 각각의 모양새를 지닌 야생의 풀꽃들이 들어찬 들판 멀리 물길이 돌아나가고 그 너머에 구름이 흘러가는 아득한 山景이 장엄하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사람의 손에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생명들과 풍경들이 일궈내는 힘찬 생명의 심포니!
그가 그려낸 들판은 야생의 뭇 생명들이 우주와 교감하고 합일하는 우리가 그리워하는 영원한 신세계다.
잠재되었던 생명의 함성이 분출하는 그 벌판은 아직 누구도 가본일이 없는 신생의 벌판이다.
귀여운 아가사슴들이 뒹굴고 놀았을 것 같은 처녀림,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바람이 옷자락을 휘감고 지나갔을 뿐, 사람의 발길이 닿은 적이 없는 듯한 전연 때묻지 않은 그런 생명력과 처녀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기억 속으로〉의 연작이 보여주는 세계는 그가 영혼을 다해 건져 올린 신천지다. 누구도 밟고 가지 않았을 순수하고 신선한 대지에 그가 피워 낸 풀꽃들이 장관을 이루며 산과 강물과 햇빛과 구름과 하늘이 서로 교감하며 펼쳐져있다. 작가는 누구를 위해 이 아름답고 풍요로운 들판을 마련했을까. 그녀의 예술적 영감을 불러 모으는 영원한 존재, 오직 영혼만으로 교감할 수 있는 절대자를 위해 이 아름다운 들판을 마련했으리라. 사랑의 아름다운 기억을 가진 연인들만 걸어가야 할 따뜻하고 순수한 꿈의 대지인 것이다. 사랑의 기억들이 피워낸 빛나는 미지의 들판,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산그늘아래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노을 녘의 하늘은 마치 젊은 날 잃어버린 첫사랑의 화폭인양 그립고 따스하다.
그것은 우리들이 그리워하고 꿈꾸는 샹그릴라다.
흐르는 것들의 아득함, 시간이 흐르고 바람이 흐르고 구름도 흘러간다. 흐르는 것들의 기억 속에 내재된 첫사랑의 기억처럼 때 묻지 않은 젊은 날의 기억들이 강한 생명력의 풀꽃으로 살아 흔들린다!
그것의 그녀의 기억들이 피워낸 그녀만의 꽃밭이.
청춘. 사랑. 그리움. 이별. 고독 이런 아득한 언어들이 채워진 화면의 아름다움이다 .
그가 베이스로 깔고 있는 검정색과 엷은 그린색이 내포된 베이지 톤의 빛깔은 우선 우리를 안심시킨다. 결코 현란하지 않으면서 현란한 그의 화폭들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가 의도한 오솔길을 나도 모르게 따라 가게 된다. 그의 계산된 아름다운 함정에 우리는 이미 갇히고 마는 것이다.
그녀가 힘든 작업과정을 거치며 일궈낸 작품세계는 한동안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확고 불변한 그만의 세계다. 그가 일궈낸 무섭도록 아름답고 장엄한 화엄의 세계! 그녀가 사랑하는 붓 칼 화법의 신화이다.
김가배 시인, 수필가, 본지 편집위원, 취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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