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니 오늘은 날씨가 좋아 햇살이 해변을 환하게 비춘다.
숙소가 한담 근처에 있어 문만 열면 가까이에 바다가 보여 좋다.
바다를 보니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파도가 잔잔하다.
바닷물에 햇볕이 반짝거린다.
매일 이른 아침마다 아침 식사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어 아침은 숙소에서 해결한다.
아침 일찍 오늘의 식사 당번 효*쌤이 일어나 쌀을 안치고 간단하게 육계장국에 김치와 김을 준비한다.
부지런도 하시다.
난 식사 준비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몸이 안 움직인다.
피곤하다.
마음속으로 외친다.
"죄송합니다. 다른 날은 제가 할게요.'
학생들을 깨우니 식탁 앞으로 모인다.
마치 한 가족 같다.
아빠가 아이들을 깨워 아침 식사하는 시간.
다들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따뜻한 갓 지은 흰 쌀밥이 맛있는지 없는 반찬에도 밥을 두 공기씩 먹는다.
난 따뜻한 흰 쌀밥이어서 두 공기.
준비한 국과 반찬은 완삭이다.
비록 학교에서 현장체험으로 왔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사제지간 따뜻한 아침밥을 함께하니 서로가 더욱 가까워진다.
식사는 효*쌤이 준비하셨으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지...’ 하고 일어나는데 교장 선생님이 하신단다.
보통 뒷정리는 막내인 내가 하는데, 내가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교장 선생님이 나서주신다.
진정한 솔선수범의 자세다.
감사하다.
'내일부턴 제가 하겠습니다.
저 집에서도 설거지 잘합니다.‘
9시에 숙소를 나선다.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참 좋다.
제주도의 대표 오름인 새별오름으로 향한다.
난 제주 올 때마다 새별오름을 올라 제주의 바람을 느낀다.
이번에는 학생들과 새별오름을 오르니 감회가 새롭다.
상당한 급경사를 올라 정상에 오르니 역시나 제주의 바람이 우리를 반긴다.
아래의 따뜻한 바람과는 다르게 시원하고 상쾌하다.
오름에 오르니 제주가 다 보인다.
한라산에서 바다까지.
모두 모여 정상에서 단체 사진 찰칵.
경사가 상당해서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한다.
다음은 제주곶자왈 도립공원이다.
테우리길에서 시작해 오찬이길을 거쳐 한수기길로 한 바퀴를 산책한다.
1시간 20여 분이 걸리는 짧지 않은 코스다.
아까 오름은 위아래를, 이번에는 둘레를 걷는다.
평소 걷기를 하지 않던 학생들은 힘이 드는지 속도가 느리다.
제주에서 많이 걸어 살 빠지겠다.
그런데... 두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앞장서 먼저 갔는데 갈림길에서 기다릴 줄 알았는데, 없다.
우리 왼쪽 길로 갈 건데.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뭐 잃어버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학생들 가는데 교사가 항상 함께해야 하는데...
그래서 길을 나눠서 가기로 한다.
대다수는 왼쪽 길로, 효*쌤은 오른쪽 길로.
둥근 순환 구조의 길이라, 가운데서 만나자고 하고 다시 출발.
한참을 걷다 보니 반대편에서 두 녀석과 효*쌤이 걸어온다.
잠시 떨어졌다 다시 만나니 반갑다.
우리가 오른쪽으로 갈 줄 알았단다.
다시 만나 남은 구간을 함께한다.
나... 실은 최근에 무릎을 다쳐 오르막 내리막길 걷는 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내 두 다리는 평지에 최적화되어 있다.
아까 급경사의 새별오름을 오르내리느라 무릎에 무리가 갔나 보다.
울퉁불퉁한 숲길을 한참 걷다 보니 힘이 든다.
어느새 일행과 떨어져 점점 뒤로 쳐진다.
내 발바닥도 울퉁불퉁한 돌 때문에 그런지 열이 난다.
걷기 시작한 지 1시간이 넘어간다.
힘들지만 멈추지 않고 이를 꽉 아물고 계속 걷는다.
천천히 느리게 가고 있다.
하지만 멈추진 않는다.
그렇게 무사히 완주한다.
제일 꼴찌로 차에 도착했는데 상길이가 귤을 까서 건넨다.
그 귤 맛 정말 달고 맛있었다.
늦게 내려온 선생님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학생의 예쁜 마음이리라.
참 고맙다.
학생이 내민 깐 귤 반쪽에 난 순간 살짝 감동했다.
점심이 늦어 다들 배가 고파온다.
오전에만 세 시간을 걸어서도 그럴 것이다.
한경면에 있는 맛집 묘한식당으로 향한다.
안타깝게도 네 자리밖에 없어 이 맛집은 학생들에게 양보하고 선생님들은 그 옆 백반집으로 간다.
의도치 않게 취향대로 따로 먹는 식사가 어색하지만 예약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
맛집이라...
그래도 배가 많이 고파서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다.
다행이다 맛있는 거 학생들 먹일 수 있어서.
날이 많이 더워 이번엔 실내로 향한다.
우주항공박물관이다.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선택한 코스.
자유롭게 개인 취향에 따라 각종 체험을 하라고 자유시간을 준다.
학생들의 상상력과 사고의 크기가 땅을 벗어나 하늘로, 아니 우주로까지 확장됐으면 좋겠다.
생각의 경계는 무한하기 때문에.
사고의 경계선을 허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참 구경하다 보니 진훈이가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파 많이 힘들어한다.
에효~ 어쩐다냐.
진훈이는 평소에도 차를 타면 멀미를 잘하는데 2G 중력을 체험하는 기계를 탔단다.
걱정이다.
놀러 와서 아프면 안 되는데...
같이 앉아서 이야기하며 쉬니 다행히 괜찮아진다.
숙소로 돌아오는 차에서 효*쌤이 오늘 저녁 식사는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로 정하란다.
학생들은 숙소 주변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한참의 고민과 협의 끝에 근처에 있는 수제버거집 '피즈'를 찾았다.
그런데 이런 sold out.
이럴 수가... 가게 앞에서 난 주저앉을 뻔...
어쩔 수 없이 그 옆 떡볶이집으로 방향을 틀어 고고씽.
그런데 웬걸 꿩 대신 닭일 줄 알았는데 그 반대다.
전복, 꽃게, 가리비, 홍합, 생새우, 딱새우, 문어 등 내가 아는 해물 총집합이다.
이건 떡볶이가 아니라 해물탕에 빠진 떡볶이가 더 맞을 것 같다.
대박 맛있다.
학생들은 국자질을 계속해대고 결국엔 바닥을 긁어댄다.
공깃밥도 자연스레 추가 또 추가.
이 집 강추한다.
수제버거집을 못 간 덕분에 만난 우연한 맛집.
고맙다.
수제버거집아.
그렇게 오늘은 맛있는 저녁 식사로 다들 행복하게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든다.
역시 여행에서 맛있는 식사의 즐거움은 뺄 수 없다.
많이 걷고 많이 행복했던 하루였다.
#제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