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주일간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으니까, 우선 그 이유를 간단하게라도 설명해야 하는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아 게시물을 올리지 않던 것이 아니라, 내가 또다시 야외훈련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하고 싶지 않는 것이 꼭 하나가 있으면, 그 것은 업무를 이 게시물의 주제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이상이다.
여러분들께서 이 게시물의 제목을 읽어 알 수 있으실 텐데, 나는 이번에 ‘어드벤처 타임’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겠다. 지난번에 이 프로그램이 지난 백 년쯤의 판타지 또는 에스에프 문학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거의 하나도 설명해드리지 않았다. 우선, 영어로 쓰인 판타지 문학이란 성명 꼭 하나가 머리에 떠오를 것 같은데, 그 성명은 ‘존 로널드 로얼 톨킨’이다. 전체적인 성명을 모른다고 해도, ‘톨킨’이라는 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식되겠다.
물론, 톨킨은 <반지의 제왕> 또는 <호빗>이라는 장편소설들을 작성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장편소설들 속에서 그려진 세상은 1970년대 중반에 처음으로 출판된 <던전 앤 드래곤>이라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에 큰 영향을 끼쳤고, <던전 앤 드래곤>은 또 다른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롤플레잉 게임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신다면, 참여자들 각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이 다 같이 상상적인 모험으로 출발할 게임이다. 캐릭터들은 무사, 흑마술사, 백마술사 따위일 수 있고, 그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은 각종 규칙 또는 어느 상상적인 논리 체계로 규제된다. 1980년대에는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도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들은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들과 관련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 대부분을 자동화함으로서는 롤플레잉 게임의 인기를 증가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과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들이 톨킨뿐 아니라 또 다른 판타지 소설가가 그려낸 세상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거부하기가 불가능하니까, 롤플레잉 게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그것도 판타지 문학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본다. 하긴, 롤플레잉 게임에 나올 캐릭터와 똑같이 ‘어드벤처 타임’에 나오는 주인공들인 핀과 제이크는 보물을 찾으면서 위험에 빠져 있는 인물을 살려주고, 상상적인 논리 체계로 규제된 세상에 살고 있다. 더불어, 핀과 제이크는 보물을 찾고 인물을 살려줄수록 지식과 능력을 얻고 더욱더 높은 ‘레벨’에 올라간다. 자라나면서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을 하던 자는 ‘어드벤처 타임’을 봐보면 그것과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과의 연결선을 거부할 수 없는데, 그 똑같은 연결선은 판타지 문학과의 연결선이나 마찬가지다.
톨킨은 앞에 벌써 언급되었는데, 롤플레잉 게임을 통하여 ‘어드벤처 타임’과 같은 만화 프로그램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또 다른 판타지 소설가들 중에서는 로버트 어윈 하워드 또는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있다. 하워드와 러브크래프트는 살아 있던 시기 중에 서로를 알았으며 서로에게서 편지를 자주 받고 보냈고, 그 둘 각자가 ‘어드벤처 타임’에서 그려진 세상에 끼친 영향이 인식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드벤처 타임’의 주인공인 핀은 하워드가 만든 ‘야만전사인 코난’이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데가 있다. 물론, 아놀드 슈워제네거 배우가 나온 ‘코난 더 바바리안’이라는 영화가 기억나면, 핀은 슈워제네거를 하나도 닮지 않지만, 핀은 코난과 비슷하게 고아이고, 전투에서 장검을 잘 휘두르며 가장 무서운 적과 괴물 앞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또, 핀과 코난 각자는 덕의심이 높지만, 핀은 코난과 비교해 불쌍한 자에게 도와줄 경향이 훨씬 더 크다. 언급할 만한 공통점 또 하나는 핀과 코난은 도시를 방문하면 뭔가 어색한 것 같다.
러브크래프트가 ‘어드벤처 타임’에 끼쳤다고 할 수 있는 영향은 대체적으로는 괴물들에 보일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들에서는 다른 차원에서 오며 우주보다도 더 오래된 몇 종류의 괴물이 그려져 있는데, 물리적이고 논리적인 규칙에 제한되지 않는 이런 괴물을 보게 된 인간들 대부분은 깊은 두려움이 들어서 정신분열증과 비슷한 심리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핀은 바로 이런 과물들 중의 하나와 몇 번 싸우게 되는데, ‘리치’라고 불리는 이 괴물은 죽음의 물리적인 표상임으로써 살아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실, 이와 꽤 비슷한 특징을 지니며 ‘리치’라고 불리는 괴물이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뿐만 아니라 하워드의 작품에서도 그려진 적이 있다.
그러나 러브크래프트와 하워드 각자가 문명에 대해 가지던 관점들은 서로와 꽤 달랐고, 내 생각에는 그들의 관점들 사이에서의 투쟁이 뭔가 ‘어드벤처 타임’에서 그려진 세상에서 반영되는 것 같다. 러브크래프트는 문명이 면학과 교양, 예술 따위를 발달시킴으로써 인간의 가장 높은 상태라고 생각하던 것 같지만 하워드는 체력, 민첩성 따위를 가장 가치가 있는 인간 성질로 보던 것 같으며 문명을 그런 인간 성질의 발달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보던 것 같다. 다시 말하면, 하워드는 러브크래프트와 달리 인간의 가장 높은 상태가 문명이 아니라 야만이라고 생각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드벤처 타임’에서는 핀과 제이크는 캔디 왕국의 통치자인 버블검 공주를 위해 일을 맡으러 저기로 갈 때가 많은데도, 저기서 거주하지 않고 아무 왕국의 영역도 아닌 지역에서 나무 위의 오두막을 지어서 저기서 거주한다. 이렇듯이 우리는 핀과 제이크가 ‘야만적으로’ 생활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동시에, 버블검 공주는 캔디 왕국의 가장 똑똑한 사람임으로써는 지식과 지혜를 이용해 캔디 왕국의 시민들을 바깥의 위기로부터 가능한 한 많이 보호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지만, 캔디 왕국의 시민들인 ‘캔디 피플’이 너무 어린애 같고 순진하기 때문에, 캔디 왕국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바나나 경비들은 꽤 서투르고 두려워해서 핀과 제이크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이렇듯이 캔디 피플은 실제적인 사회의 구성원들이나 마찬가지로 상호 보호를 위해 같이 모여서 생활하고, 어린애와 같으며 순진한 이 캔디 피플의 생존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캔디 왕국이다.
그러나 캔디 왕국을 냉소적인 관점에서 보기로 했으면, 캔디 왕국이 ‘약하고 무능한’ 캔디 피플의 생존과 증식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핀과 제이크의 도움을 받기가 마땅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코난’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하워드는 아마 바로 그 관점에서 캔디 왕국을 보고 핀과 제이크의 ‘야만적인’ 생활을 캔디 왕국 안에서의 생활보다 더 건전한 인적발달을 유지할 것으로 보겠다. 동시에 우리가 러브크래프트의 관점을 예측해 봤으면, 그는 아마도 캔디 피플의 인생을 개선하고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을 적용하며 기술을 발명하는 버블검 공주를 보고, 캔디 왕국의 문명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겠다.
어쨌든, 내 생각에는 ‘어드벤처 타임’은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인데도, 어른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봐볼 것을 아무에게나 권해드리겠다.
첫댓글 캔디왕국 ㅡ 그곳이 어떤 느낌일까? 영화가 보고 싶어지네요. 이면지님께서 꽤 긴 글을 쓰셨어요. 외국분이 능력이 대단하시네요.^^
아니오, 이렇게 긴 게시물을 쓰는 것이 저에게 꽤 힘드니까 저는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실감이 아예 안 드네요. ㅎㅎ 문법과 어휘를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요. ^^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이면지 님의 수준 높은 한국어 구사 능력에 기여한 '어드벤처 타임'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로 쓰여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한국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능력이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 같긴 한데, 지금도 글쓰기 능력을 많이 키우도록 노력해야 하네요. ^^
헉! 외국 분이시라구요? 장문의 외국어를 이렇게 훌륭하게 구사하시다니요~ 대단하셔요. ^^
칭찬은 정말 감사합니다. ^^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가 17년 정도 되었다 보니까 제 능력은 이 정도보다 훨씬 더 좋아야 하는 것 같네요. 어쨌든, 통통이 님께서 주신 격려를 기꺼이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