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이다. 쉬르퐁 다비니용, 오니당스 오니당스, 입으로 흥얼대며 그리던 그 아비뇽 다리가 있는 아비뇽이다. 교황이 7명이나 살았던 아비뇽교황청, 일명 아비뇽 유수의 현장인 그 아비뇽에 왔다. 마르세이유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교황청도 아비뇽다리도 즐기면서 아비뇽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이 정도 맛에 이 정도 가격이면 여행객도 먹어볼 만한 집인 거 같다. 오늘 음식점은 손님이 대부분 품격 있는 남녀간이다. 동성간 손님들도 격조와 여유가 보인다. 나름 지역에서 인정받은 음식점 냄새가 음식과 손님들에게서 골고루 느껴진다.
먹은 날 : 2019.2.1.점심
가격 : 1인 셋트 25유로 정도(포도주까지)
위치 : 교황청에서 아비뇽 다리 쪽으로 이동하는 길
먹기 전에는 교황청, 옆 부속건물을 사용하는 미술관을 차례로 구경하고 산보삼아 아비뇽 다리 위를 걸어보자.
날씨 : 1월 2월에도 춥다. 평균기온만 보고 옷을 가져왔다가는 낭패하기 쉽다. 두꺼운 패딩이 더 나은 거 같다. 여행객은 특히 밖에 오래 있어야 하는데 스며드는 추위에다 바람이 적지 않아 체감온도가 만만치 않다. 특히 요새 며칠은 바람에 비다. 오늘도 종일 비가 내리고 그치는가 싶다가도 오락가락 한다.
5,6년 전에 중국 양주를 겨울에 가면서 평균기온 보고 갔다가 심하게 고생한 기억이 있다. 우리보다 5~10도 정도 높은 곳이라면 그냥 우리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갈 것을 권한다. 덧옷은 반드시 두꺼운 것으로 입고오고 속에 입는 옷으로 조절하며 입는 것이 좋은 거 같다. 이번에는 너무 두껍지 않나 오히려 살짝 염려했으나, 현지 도착하고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파리에서 마르세이유행 비행기로 갈아타고 왔는데 파리에 도착하고 보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고, 밤새 내린 눈으로 길에 눈이 곳곳에 쌓여 뉴스는 연신 눈소식이었다.
오랜만에 달팽이 요리를 먹어보았다. 서툰 도구를 사용해 달팽이 속살을 꺼내 먹어보니 올리브오일을 많이 사용하고, 프랑스 특유의 향료와 양념을 사용한 거 같다. 그러나 맛이 거북하지 않고 깊다. 고소한 느낌, 프랑스 사람이라면 신앙처럼 먹는 달팽이 요리, 호기심에 먹어보니 맛있고 또 먹고 싶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이번 요리에서는 가지를 먹어본 게 특별하다. 토마토 케찹에 다진 고기를 요리하여 가지 속을 넣었다. 중국요리에서 가지가 많이 쓰이고 다양하여 가지를 재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는데 여기 요리가 그렇다. 가지는 단단하지 않은 재질로 고기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김밥같은 모습인데 실제 맛에서도 가지가 고기를 포용한다.
생선은 무슨 생선인지 잘 모르겠다. 담백한 생선인데, 냄새없이 살이 싱싱하다. 양념맛이 잘 배여 있고 맛이 깊다. 역시 올리브가 김치처럼 나왔고,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로 약간 꼬득꼬득 말린 생선에 크림소스를 끼얹어 내왔다. 맛을 돋우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스테이크도 주문했다. 아무래도 점심 한 끼는 잘 먹어야 하겠기 때문에 양도 맛도 안전한 음식을 주문하려다 보니 만만한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이곳 소고기는 조금 질기지만 맛이 풍부하다. 일본 와큐보다 한국 한우에 더 가까운 맛이다. 중국은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즐기는 편이니 소고기 맛은 조금 밍밍하다. 프랑스 소고기는 미국 수입소와 다른 풍미가 있다.
스테이크는 전반적으로 소박하다. 감자튀김도 두껍고 투박하다. 소고기와 당근 등 곁에 같이 나온 채소요리도 시골 냄새가 난다. 파리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맛만은 뒤지지 않는다. 시골다움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오늘의 메뉴' 시스템이 참 좋다. 일부는 고정메뉴로 운영하고 바뀌는 메뉴는 오늘이 메뉴다. 나는 대부분 오늘의 메뉴 중에서 주문한다. 신선한 식재료, 식당이 준비된 요리이므로 손님에게도 주인에게도 다 좋다. 더구나 자주 오는 손님이라면 매일 다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외식이 더 보편화할 거 같다. 특별음식이 아니라 일상음식을 외식으로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은 기분 전환도 있지만 식재료의 다양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매일 그게 그거인 음식이 아니라 날마다 다른 음식 섭취가 외식으로 가능해질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이렇게 오늘의 요리를 칠판에 써 놓는 곳이 많다.
애초에 가려 했던 미슈랭 음식점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음식점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미슐랭 훈장을 6개도 더 붙인 그 집이 문을 닫은 이유가 재미있다. 둬 달 휴가를 간다는 것이다. 매년 이 기간은 문을 닫는다고 양해를 구하는 글을 장문으로 써서 문앞에 붙여 놓았다.
지금이 비수기인 셈이니 문닫고 쉬는 것은 적절한 시기인 거 같으나 음식점이 이렇게 장시간 쉬어도 되나? 의문이 일다가 음식점 주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휴가도 인생도 즐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오히려 프랑스답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도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일년열두달 쉬지 않는 음식점, 주인에게 가혹한 거 아닌가. 쉬는 문화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인 거 같다.
'쉬르뽕 다비니옹' 노래는 사실 여러 버전이 있다. 이 노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가 악보, 가사와 함께 다리 아래 작은 전시관에 설명되어 있다. 물결이 센 론강에 유실되곤 했다는 다리를 오래 전부터 복원을 하지 않아 끊긴 것이 더 유명해진 다리이다. 다리 위로 올라가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마침 다리위로 올라온 한 무더기의 청년들이 춤을 추며 다리 위를 돌았다. 구경하고 나오던 내 손을 잡고 차례로 몇 바퀴씩 돌리는 재치도 보이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 군무를 출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도 아니다.
하지만 노래말이 '아비뇽 다리 위에서 춤을 춘다'는 말이어서인지, 다리 아래는 국립 무용학교가 있고, 인근에는 발레슈즈 등 발레 상품 전용 판매 상점도 있다. 다리는 미술관에서 나무 사이로도 보인다.
교황청, 아비뇽 유수 시절, 프랑스인으로만 선출되던 7명의 교황이 거주했던 곳이다. 프랑스혁명전까지는 교황령으로 종교적 영역이었지만, 오히려 까마득하게 높은 교황청의 담장이 마치 감옥같아 교황이 유폐된 상황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아래 시가지는 교황청 스테인드글라스 투명한 유리 건너로 내다본 아비뇽 시내 모습이다.
미술관에는 가진 종교화가 다 있다. 보티첼리도 볼 수 있다. 로마시대 미술품에서부터 시작하는 전시회장에는 마침 아동들을 대상으로 선생님이 작품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미술 수업이 살아 있는 수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어제 님므 피카소 전시회에 이어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