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꽃의 기록
-김수진-
목 끝까지 차오르는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병석에 누운 밤과 빈 집이 된 노인,
과거를 엿보는 일이란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일
구름의 움직임에도 누군가의 절규가 새겨져 있다
숨이 돌이 되고 바람이 되고 길이 된 곳
밤바람이 조용히 안부를 묻는 광주에서
나는 여물지 않은 시간들을 차곡차곡 기록한다
통로를 찾아 헤매는 울음과
작은 발자국은 흙이 되었다
발을 뒤척일 때마다
거울 속 얼굴들은 손을 뻗었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노인은 광주 한 가운데서
소중한 이들의 숨을 더듬어 본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숨을 키워온 동안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뒤통수를 드리우는 그림자의 수를 세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간다
서로의 몸을 의지한 채 선 나무들은
땅에게 엽서를 보내듯 온 몸을 밀어내고
수많은 잎맥의 사이엔
하얗게 떨고 있는 별의 인사가 묻어 있다
봄이 되면 꽃씨도 광주의 기억을 품는다
온 몸으로 흔적을 남기는 법
바람이 한 줌 불면
지나온 자리마다 기억이 꽃씨처럼 날린다
두 손 가득 숨을 간직한 채
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발자국을 새긴다
발아한 자리에서 심장처럼
붉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꽃씨의 길은 오래도록 글자가 되었다
<프로필>
-1994.04.11. 광주 출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제 45회 한민족 통일문예제전 통일부장관상
-제 16차 월간문학 한국인 문학 창작 콘테스트 금상
-2017 부산진시장 예술제 공모전 최우수상
-제 15회 천상백일장 대회 시 부문 장원
<수상소감>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무렵 출근길에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달 받았어요. 피곤한 겨울 아침에 느닷없이 봄바람이 불어온 걸까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글을 쓰면서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세상을 엿보는 건 아직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광주는 제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20살 성인이 될 때까지 세상을 경험하고 배운 곳이에요.
제겐 그 무엇보다도 희망과 위로가 되는 곳이에요.
어디선가 ‘간절한 꿈’과 ‘애타게 기다린 아침’이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이 작품을 쓰면서 광주의 봄에도, 글을 쓰는 일도, 우리의 미래에도
꿈과 아침은 제 곁에서 저와 제 사람들을 지켜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 글을 위로해주시고 작은 희망을 함께 품어 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글로 전하는 제 진심들이
누군가에겐 간절한 꿈이자 온 마음을 모아 기다린 아침이 되도록 건필 할게요.
온 마음을 다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김수진 님!
영예의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수진님! 대상 축하합니다
사상식장에 부모님과 함께 오셔서 더 행복해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