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후 LP바
1편 공명의 공간
LP의 지글 거림은 왠지 빗소리와 가깝다.
아마도 같은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공유하는거 같다.
어린 시절 마루에 누워 들었던 양철의 처마에
빗물이 부딪히는 그 소리와 그리고 조용히 들려오던
LP의 음악소리 이 소리와 노이즈는 묘한 안정감을 주며
조용히 과거로의 최면을 걸기도 한다.
이러한 소리의 우연이 과거로 가는 통로를 열어준다는걸
알게된건 그후 한참 지나서이다.
어린 시절부터 모아두었던 LP들은 CD와 MP3를 거쳐
유튜브에 이르면서 방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불편한
물건이 되어버렸다.마침 술집을 오픈 한다는 선배가 있어
비싼 양주 2병과 모아둔 LP를 바꾸어 버렸고…
그후 한참 다른 매체를 통해 음악을 듣게 되었다
그러던중 우연하게 선배를 따라 취중 끌려간 신촌의 어느
LP바…그곳에서 과거로의 통로를 경험하게 되었다.
빗소리와 그날 그곳에서 나오던 LP의 노이즈가 공명하며
통로가 열린것이다.
레코드판에는 음악뿐이 아닌 그 공간의 소리….그 시간의 소리
더나아가 더 큰 공간의 소리 그리고 우리가 듣지 못하는 로우 프리퀀시
하이 프리퀀시를 담고 있다…거기에 인위적으로 생긴 노이즈 역시
모르스 부호와도 같은 코드를 가지고 있다…이러한 노이즈와 주파수들이
빗소리의 주파수와 공명을 하게되면 그 파장이 점점 커져 같은 주파수를
발생 시켰던 바로 그 장소의 시간을 열어버린것이다.
심지어는 그 장소뿐아니라…그 음반이 기록하고 있는 모든 소리들이
진동하던 곳 그러한 장소까지와도 공명을 이루며…
그 시간의 문이 열리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