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0대 중후반 상당한 기간 동안 아래 제시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나오는 주인공 맥베스의 유명한 독백을 암송하며 지냈었다.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이처럼 소심한 발걸음으로 나날이 몰래 기어간다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한 음절을 향해.
그리고 우리의 모든 어제들은 바보들이
먼지 낀 죽음에 이르도록
촛불을 비춰주었다. 꺼져버려라, 꺼져버려, 덧없는 촛불아!
인생은 단지 걸어 다니는 그림자, 그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으스대다가 이내 초조해하다가 그런 다음 그에게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가엾은 연기자일 뿐이야, 인생은
바보천치가 들려주는 이야기일 뿐이야,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의미하는 게 없는.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독백 전체가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닿았지만 그 당시에는 그중에서도 특히 “으스대다가 이내 초조해하다가”(struts and frets)라는 표현이 가슴속에 들어와 박혔다. 나는 그 무렵에도 자아 성찰을 한다고 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 표현이 그때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반복적으로 가졌던 마음 상태와 언행을 단 두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뭔가 일이 잘 될 것 같았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뭔가 더 잘난 것 같았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곳에 서서 으쓱해하며 아래쪽에 있는 많은 다른 사람들을 동정심 어린 눈길로 내려다보려나 싶더니, 하룻밤 자고 나니 오늘 갑자기 그 반대로 뭔가 일이 잘못될 것 같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못난 것 같고 가장 아래쪽에 쭈그리고 앉아 저 위쪽에서 행복해하는 많은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비참한 심정에 빠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나의 인생은 그런 기복과 명암, 빛과 그림자, 기대와 좌절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패턴이었다. 그런 급격한 변동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반복된다. 그러는 동안에 내일이라는 미래가 소심한 발걸음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다가간다. 한편 어제라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시간의 흐름은 모든 사람들이 서서히 죽어가서 결국 먼지가 되도록 촛불이나 밝혀주는 안내자 역할을 했을 따름이다. 우리가 실체고 실재라고 믿는 우리의 짧은 삶의 과정이 사실은 실체가 아니라 허둥대는 그림자에 불과하며,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수명이라는 주어진 시간 동안만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 출연하는 형편없는 연기자일 따름이고, 그 연기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반복적으로 “으스대다가 이내 초조해하는” 어설픈 몸짓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세상은 온갖 희로애락의 소리들과 거기에 따른 분노로 가득 차 있다. 100년이 지나고 나서 우리 인생의 결과로서 무슨 의미가 남겨지게 될까? 오늘도 맥베스의 독백이 예전과 한 치 다름없이 나의 성찰의 못 머리를 두드려 박는다. 쾅 쾅 쾅!
첫댓글 셰익스피어가 괜히 셰익스피어가 아니에요. ^^ 남편도 햄릿의 독백을 영어로 외우는 걸 자랑으로 삼곤 했죠~ ^^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라는 소설이 떠오르는군요. 한 번 읽으려다가 던져버린 책인데.. 미국 학생들도 경련을 일으키는 책이라서 그런지 번역본으로 읽기에는 한계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예, 이 독백에서 비롯된 제목의 포크너 소설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런데 포크너의 소설은 신기한 매력이 있나 봅니다. [소리와 분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포크너 소설이 어렵고 내용이 난잡하기까지 한데도, 읽고 나면 마음이 더 따뜻해지고 순해지는 건 소설가 자신의 마음 바탕에 그런 특성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