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어제 밤잠을 설쳤으나(항상 개학 전날이면 밤잠을 설친다.) 기대감을 가지고 평소보다는 일찍 학교에 출근했다.
그런데 학교 불이 다 꺼져있다.
내가 날짜를 착각했나?
아니면 너무 일찍 왔나?
교무실 문을 여는데 두런두런 선생님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 모여서 삼삼오오 이야기 중이다.
학교 전기가 완전히 나가버렸단다.
이럴수가...
뭔일?
7, 8교시에 예정된 정보통신윤리교육 내부 결재도 올려야 하고 권한 부여도 해드려야 하고 이래저래 첫날부터 할 일이 많은데 전기가 나가다니.
당연히 인터넷도 안되니 업무는 완전 마비다.
행정실에서는 전기 업체에, 인터넷 업체에, 여기저기 전화를 돌린다.
월요일 아침이어서 그런지 기사님들도 학교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린단다.
할 수 없이 오전에 예정된 입학식/시업식을 오후로 미루고 불 꺼진 교실에서 학생들과 햇빛을 조명 삼아 독서하면서 조용하게 새 학기를 맞았다.
전기가 없어도, 인터넷이 없어도, 학교 도서관에는 학생들이 읽을 책들이 무수하게 많기에 독서는 할 수 있다.
내 교육경력에 이렇게 맞은 새 학기는 또 처음이다.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이런 학교 상황을 이해해주어 차분하게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점심 식사 이후가 되어서야 전기와 인터넷이 복구되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시작될 수 있었다.
강당에 모여 입학식/시업식을 치르고 5교시 수업을 하고서야 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 업무를 볼 수 있었다.
항상 여전할 것 같던 학교에 전기가 나가 이런 혼란을 겪게 되니 참으로 당황스럽고 정신이 없다.
하루가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다.
유독 개학 첫날은 바쁘고 정신이 없지만, 올해 개학 첫날은 바쁘진 않았지만 정신은 더더욱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