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잎새
박서희
뿌리깊은 나무를 위해
잠시 눈을 감아보기로 하자
눈에 보이는 세상으로 부터
수많은 이름을 지우듯이
한 잎 한 잎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
낮은 곳애서 나비막히
헤매는 바람에게
작은 움막이 되어주는
따스한 곁이 보인다
발등에 한 잎 떨어졌다
어둠도 따스하다
갈대
박서희
갈대숲에서
눈물없는 울음소리 듣는다
바람이 불면 부는 방향대로
순응하는 은빛 공손
흔들리지만
부러지지 않는다는 건
히늘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기 때문이다
갈대는 은빛꽃 날리며
기다림과 그리움의 이름으로
파고드는 손짓이 아름답다
구절초 엄마
박서희
밤이면 달 그리다
쓸쓸히 창백하고
낮이면 푸른 하늘
글썽이는 몸부림
시린 정 정강이 마디
구절 구절 담았네
하향
박서희
향기로운
하늘이 되어
키 작은
개미에게
아래로
고개 숙인 꽃
현기증
박서희
아찔한 것이야 어디
낭떠러지만 있을까
가슴을 관통하는 별똥별같은 빗금을 치는 날
아찔한 시를 적으리
때론 칼보다 무서움에 벌벌 두려워하며
고독의 정면을 마주하리
시는 생명의 붉은 피
딱따구리가 머리가 깨어지는 고통 너머
기필코 뚫어내는 숲의 울림 문장처럼 가야 한다
머리기 깨어지는 고통너머
하늘을 흔들고 적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