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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의 나팔을 온 땅에 / 레 25:8-12, 눅 4:16-20
오늘은 여신도 주일이다. 어느 단체보다도 교회의 구성원의 3/4을 차지하고 단결력이 강한 여신도 회원들은 할 일도 많으리라 본다. 우리 교단 총회가 교단의 주제로 ‘희년의 나팔을 온 땅에’를 채택하였다. 우리 교회도 총회 산하에 있는 지교회이기 때문에 올해는 총회 주제에 따라 1년 동안 희년의 나팔을 온 땅에 불자는 정신으로 살아야겠다. 희년과 희년의 나팔이 무엇인가를 먼저 역사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고대사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서 12부족이 부족연방제 통일을 형성하여 살아갔다. 이 체제는 약 2백여년 동안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그 부족연방제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한편으로는 하나님만을 통치자로 모시는 신정정치 형태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등공동체였다는 것이다. 사막에서의 정치형태가 계속되었지만 하나님 이외의 어떤 인간 통치자도, 어떤 통치기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잘 다스리는 정부이다’라는 이상을 실천하였던 것 같다. 각 부족간에, 각 개인들간에 자주와 평등과 민주가 최대한으로 보장된 정치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부족 연방제적 통일체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 체제의 근본이 되고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제도로서 희년제도가 있었다. 이것이 오늘 본문 레 25장에 나와있다. 매 7년째를 안식년으로 하고 이 안식년에는 모든 농사를 쉬었다. 노예들도 노동에서 쉬게 했을뿐 아니라 농토도 그냥 놀렸다. 이 안식년이 7번을 반복하여 49년이 지나 그 다음해가 제50년인데 이 해를 희년의 해라고 하였다.
본래 희년이란 성서 원어의 뜻은 ‘요벨의 해’라는 것인데 요벨이란 숫양의 뿔이라는 뜻이다. 이 희년이 되면 전국 각지의 언덕 꼭대기에서 요벨로 만든 나팔을 불어 희년이 온 것을 알리는 데에서 요벨의 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이 희년이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와 개혁이 일어난다. 모든 노예가 일시에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본래 노예는 경제적으로 빚이 많아서 생기는 것인데, 빚을 갚기 전에는 해방이 안되는 것이지만, 이 희년이 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무조건 석벙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그 다음 모든 빚이 탕감된다. 뿐만 아니라 조상적부터 유산으로 내려오던 토지와 가옥이 전당잡혀 있을지라도 되찾게 된다. 이것 역시 빚 때문에 남에게 팔아 넘긴 것이지만, 돈을 주고 되사지 않아도 그냥 되찾게 된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토지이 소유권이 나라에도 개인에게도 없었고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토지 매매계약으로 토지의 소유권의 이전이 발생하지 않는다. 부동산의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는 것이 아니고, 희년이 되면 되돌려 주도록 되어 있어서 잠정적으로 일정기간동안 사용권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것 뿐이다. 모든 것이 50년전 본래의 평등공동체로 되돌아가는 것이 희년에 이스라엘 사회에 일어나는 대변혁이다.
오늘 1995년 여신도주일을 맞아 우리는 이러한 희녀ᅟᅣᆫ의 나팔을 온 땅을 향해 힘있게 불자는 것이다. 통일희년은 45년부터 계산하여 50년째인 95년으로 정했지만, 이 날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해방 자주 평등 민주 화해 평화 등 희년의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금년 1년 동안 희년의 나팔을 온 땅에 분다고 할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누구에게 나팔을 불라는 말인가? 계시록에 보면 나팔을 가진 7천사가 7나팔을 부는 장면이 나온다. 계시록에서는 7천사가 7나팔을 불 때 무서운 재앙이 이 세상에 얼어났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불자는 나팔은 희년의 나팔로서 계시록에 나오는 나팔과는 다르다. 오늘 통일 희년을 맞아 처음 맞이하는 여신도주일에 한국교회가 온 힘을 다해 7가지 희년의 나팔을 불어야 할 것이다. 통일 희년의 나팔을 불어 이 한반도에 통일 희년이 오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날이다.
1. 남북의 모든 동포들을 향하여 회개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본래 희년은 속죄일이 끝나는 날에 시작하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속죄일은 유대 달력으로 7월 10일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벗는 이 속죄의 날에 희년의 나팔을 불도록 되었다. 희년은 죄를 벗는 데에서 시작됨을 알려준다. 우리는 통일희년의 나팔을 불려면 먼저 죄를 벗어야 한다. 속죄의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회개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회개해야 하나? 민족분단의 죄에 대하여 회개해야 한다. 그리고 동족인 북한을 불신하고 미워하고 적대한 모든 죄를 회개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분단의 모든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고 북한 때문에 통일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북한더러 회개하고 통일을 위하여 먼저 어떤 행동을 하기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그것을 회개할 때가 되었다. 회개없이 화해나 통일이나 평화가 있을 수 없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죄를 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때 화해를 막는 강력한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2. 남북의 정권을 향하여 화해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특히 북한과 화해를 거부하고 았는 남한 정권을 향해 함께 통일을 이루어야 할 우리의 동족인 복한과 북한정권과 화해하라는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분단의 책임은 외세에 있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라 할지라도 남북의 정권은 각기 자기 편의 외세를 등에 업고 민족 분단의 골을 깊게 한데 대하여 책임이 많다. 특히 남북정권은 그들이 통치하는 순진한 국민들을 상대방에 대하여 불신하고 증오하도록 거짓된 정보로 사람들을 세뇌시켰다. 미국의 신학자인 글랜 스타슨은 회개의 구체적인 증거는 적에 대한 비방적인 선전을 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비방적인 선전 대신에 우리가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것과 더 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가 북한을 적으로 여기고 북한을 뿔달린 오랑캐로 말해 오면서 북한을 저주하고 적대해 오도록 정권이 세뇌시켜 왔다. 그러나 이제 이것을 중단하고 남한정권을 향해서는 북한과 화해하도록, 북한정권을 향해서는 남한과 화해하도록 남북정권을 향해 나팔을 부는 희년이 되게 하자.
3. 우리는 그 다음으로 미국을 향해 민족자주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이 3.1운동에서 전세계를 향해 부르짖었듯이 우리 민족이 자주하는 민족이고 자주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 대하여 이제 분단 50년, 미국의 멍에를 맨지 50년이 되었으면 충분하다고, 이제 우리는 해방되고 자유해야 한다고 희년이 나팔을 불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대하여 민족자주를 요구한다는 것은 우리 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시키라는 것과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각 사람이 자유 자주 평등 행복추구의 권리를 위시하여 소위 기본권을 창조주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았듯이, 민족 또한 어느 강대국도 간섭할 수 없고 침범할 수 없는 자주권과 주권을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았다는 것은 20세기 초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주장한바 있음을 우리는 미국에게 환기시켜 주어야 한다. 이것은 어느 강대국이 우리에게 주고 안주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민족은 당연히 민족자주권이 있다. 희년에 모든 개인이 해방되고 모두가 자기 부모의 고향과 토지에 돌아가서 자주하고 평등한 지위를 회복하듯이, 이제 50년 동안 빼앗겼던 우리 민족의 자주권은 회복되어야 한다. 외세로부터 해방과 자주의 쟁취와 실현없이는, 외세에 의한 지배나 예속상태에서 벗어남이 없이는 우리의 통일은 오지 않는다. 진정한 통일은 외세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우리의 삶과 운명을 우리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주를 되찾고, 그때에 우리는 통일되고, 그때에 비로소 우리는 역사의 온전한 주체가 되는 것이다.
4. 남북의 지배계층을 향해 사회정의와 평등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순진하고 양심적인 사람들로서 탐욕이 가득찬 강자에 의해 부당하게 오랫동안 사회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억압 당하고 착취를 당해 왔고 생존권과 인권이 부정당하거나 유린당한 결과 가난하고 힘없는 약한 민중이 되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구세주로 오신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방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성서는 말한다. 통일희년의 선포는 일차적으로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물질적인 가난에서 해방을 뜻하는 것이어야 한다. 희년에 가난한 종들이 돈을 갚지 않아도 해방이 되고 그들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와 가옥을 되찾아 평등이 실현되듯이 오늘 통일희년 선포에 가난한 자들이 해방받아야 한다. 그들을 가난한 사람으로 얽어매고 있는 억압적 수탈적인 정치 경제 구조를 무너뜨려야 한다. 평등이 없어도 평화와 통일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평등에 기초하지 않는 평화는 가짜 평화이고 가짜 통일이라는 것을 나팔불어야 한다. 평화가 평등의 실현의 결과가 아닐 때 이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것, 또 평화없는 강제된 평등은 진정한 평등이 아니고 이러한 평등은 지속될 수 없다는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지난 번 국회에서 UR를 비준한 일로 이 땅의 농민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이 땅의 지배계층과 정권은 이 땅의 농민들에 대한 생존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5. 이 땅의 정권을 향해 탈냉전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온 세상이 냉전시대가 지나갔는데 여진히 냉전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외세를 불러모아 종족인 북한을 포위시키고 고립시키고 궁지로 몰아넣고 체제붕괴나 자체 내의 봉기를 유도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듯한 인상을 대내외적으로 해 온 것이 남한 정권이다. 겉으로는 말로는 흡수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흡수통일에 입맛을 다시고, 그런 정책을 추구하며 여전히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반북한 정책으로 일관하는 이 위선적인 정권을 향해서 우리는 냉전의 나팔을 불어야 한다. 이제 반공이념은 지나간 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 민족이 이 지상에서는 유일한 분단국가임을 깨닫고 민족통일을 실현할 때가 왔다는 나팔을 이 정권을 행해 크게 불어야 하겠다. 아직도 감옥에 있는 수십명의 장기수들과 4백여명 이상의 양심수를 석방하도록 우리는 이 정권을 행하여 탈냉전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6. 흡수통일론자들을 향하여 남북연방의 통일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민족이나 도덕이나 신앙보다도 힘과 체제와 자본주의를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흡수통일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힘과 물질과 군사력을 더 숭상하며 인도주의나 공동체보다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과 출세와 성공을 위해 영혼까지도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북한을 흡수통일로 밀고 나가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힘과 경제와 군사력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 체제우월론자, 기득권을 절대로 포기하거나 희생하기를 거부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남북한 관계를 경쟁의 관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TV에 보면 국민들에게 이 정권이 추구하고 있다는 소위 세계화정책을 홍보하기 위하여 ‘나의 경쟁 상대는 어느 나라 누구’라는 광고를 한다. 이것은 정말 우리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미성숙하고 유치하냐 하는 것을 드러내는 한 사례이다. 이는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북한을 경쟁의 상대도, 정복의대상도 아니고 같은 피를 타고난 동족이요, 한 조상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나팔을 힘껏 불어야 하겠다.
7. 마지막으로 군사주의자들을 향하여 평화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이들은 남한의 우세한 군사력을 내세워 북한을 힘으로 정복 또는 항복 받아서 통일을 이루어야 하고 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군대와 무기와 미국의 핵무기를 믿고 이것들을 숭배한다. 이들을 향해 불어야 할 나팔은 평화의 나팔이다. 평화적인 통일이 아닌 통일은 통일된 후에도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없다는 사실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통일방법이다. 통일된 세상은 해방되고 자주하고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하며 또한 평화로운 민족공동체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민족대단결과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번 미군 헬리콥터가 북한 영공을 침범하여 북한군에 의해 격추당한 사건 해결을 위한 미국의 대북한 협상을 비판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하여 사과하는 등 북한의 요구조건을 거의 다 들어준데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평화의 정신이 아니라 북한에 대하여 전쟁협박과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고 전쟁이란 수단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을 흡수통일을 해야 한다는 심보와 욕심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전혀 기독교적이 아니며 도덕적이지도 않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향해 평화의 나팔을 불어야 하겠다.
하나님이 우리 민족에게 통일희년을 실현시켜 주실 것을 믿고, 통일희년의 해에 위의 7가지 희년의 나팔을 우렁차게 부는 성도, 희년 정신으로 살아가는 성도가 되기를 바란다. (199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