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6. 금요일. 대추 따던 날에 .....
건너편 대추나무에 달린 대추를 한 되 남짓 땄다.
이안 아파트에서 나와 용강동 셋집에 살 때였다. 용강동에 살 당시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잘 걷지를 못하여 방에서도 겨우 기어 다니셨다.
내 서재가 궁금하셨는지 조심히 기어서 건너 오시곤 하셨다. 아기처럼 궁금함도 많으셨나보다. 서랍도 가만히 열어보곤 하셨다. 그 모습이 천진한 보살의 모습이셨다. 내가 보니 빙그레 웃으셨다. 젊을 때 골지리 고향집에 살 때는 어머니가 30대셨다. 산처럼 큰 나물 보통이를 이고 몇 개의 산을 넘어 집에 들어오실 때에는 어둠이 마을에 짙게 깔리기 시작할 때였다. 나물 보퉁이를 풀어놓으면 동생들과 나는 거기에서 송구를 찾아 껍질을 벗겨 먹기 바빴다. 어머니의 고된 하루는 미처 생가지도 못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건장하던 어머니가 70이 넘으시니 허리도 못 펴시고 겨우 움직이는 아기가 되신 것이었다. 어머니는 여든을 조금 넘기시고 돌아가셨다. 그리운 어머니.
어느새 나도 그때의 어머니 같은 나이가 되어 노인이 되었다. 걷는 걸음걸이가 힘이 들었다. 오늘은 나갈 때 가벼운 지지대 지팡이를 짚으며 버스를 타러 나갔다. 혹시 산돼지나 산짐승들이 나타나면 그 막대기가 있어서 든든하기도 하였다.
오후에는 표구사애 들러 시화 두 점을 계산 한 뒤에 콜밴에 싣고 올라왔다. 방에 두고 보니 멋스러웠다. 시를 보면서 자꾸 읽으면 외울 수도 있겠다. 그래, 내 시를 경전이라 여기고 자꾸 읽어야 겠다. 그러면 어느 날 감동 있게 사람들 앞에서 낭송도 잘 할 것이다. 깜짝 놀래주어야지.
도원의 봄
남진원
내 여기 잠시 쉬며 물소리로 앉았으니
세상사 주름 많은 눈꺼풀도 엷어지고
메마른 가지의 새 움 눈물 아니 고이는가
푸른 이 돋는구나 산골 물 저 소리들
산색은 연둣빛 점점이 흩어지고
나무에 새소리 두엇 풋 내음이 나던 날
맑아라 하늘 빛은 멀어서 은은하고
복사꽃 지고나니 봄도 이리 풀려나네
물결에 떠가는 꽃잎 도원인 줄 알거나
윤사월 햇빛 자락 푸름을 더하는데
문 활짝 열린 뜰 앞 내 속 환히 보이겠다
참 좋다 일생에 몇 번 이런 날도 있구나
그대 혹여 꽃잎 보고 내 집을 찾아들면
큰 박주 항아리에 세속을 띄우리라
근심도 맛들이기 나름 종일 취해 보세나
개구리 우는 밤
남진원
파종을 끝내고 나니
어둑해졌다
시골에 살면서도
한 번도 실하게 듣지 못했던
개구리 울음소리
수목이 짙어지는
밤
문 다 열어놓고
허공처럼 앉았다
무슨 富貴를
더 구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