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경(詩經) 국풍(國風) 2편 주남(周南) · 갈담(葛覃)
《시경》의 두 번째 시는 바로 주남(周南)의 〈갈담(葛覃)>입니다. 칡덩굴이 뻗어나가는 모습으로 시작해, 시집간 여인이 옷을 빨아 입고 친정에 갈 준비를 하는 설렘을 담은 시입니다.
詩 갈담 (葛覃) - 칡덩굴 뻗어 가네
[1장]
葛之覃兮, 施于中谷, 維葉萋萋。(갈지담혜, 이우중곡, 유엽처처)
칡덩굴 길게 뻗어 골짜기 가득 번져 가고, 그 잎사귀 우거져 무성도 하구나.
[2장]
黃鳥于飛, 集于灌木, 其鳴喈喈。(황조우비, 집우관목, 기명개개)
꾀꼬리 날아올라 떨기나무에 모여 앉아, 꾀꼴꾀꼴 다정하게도 우는구나.
[3장]
葛之覃兮, 施于中谷, 維葉莫莫。(갈지담혜, 이우중곡, 유엽막막)
是刈是濩, 爲絺爲綌, 服之無斁。(시예시확, 위치위격, 복지무역)
칡덩굴 길게 뻗어 골짜기 가득 번져 가고, 그 잎사귀 푸르고 울창도 하구나.
그것을 베고 삶아서 고운 갈포 옷(치)과 굵은 갈포 옷(격)을 지으니, 입어도 입어도 질리지 않는구나.
[4장]
言告師氏, 言告言歸。(언고사씨, 언고언귀)
薄污我私, 薄浣我衣。(박오아사, 박완아의)
害浣害否? 歸寧父母。(해완해부? 귀녕부모)
시어머니(혹은 여관)께 말씀드려 친정에 다녀오겠노라 아뢰었네.
평상복의 때를 빼고 외출복도 깨끗이 빨았네.
어느 옷을 빨고 어느 옷을 그냥 둘까? 이제 부모님 찾아뵈어 문안 인사 드려야지.
1. 원문 구절 (한 줄 매칭)
[제1장: 칡덩굴과의 사투]
원문: 葛之覃兮, 施于中谷, 維葉萋萋. (갈지담혜, 이우중곡, 유엽처처).
Gě zhī tán xī, shī yú zhōng gǔ, wéi yè qī qī. /
칡덩굴 길게 뻗어 골짜기 가득 번져 가고, 그 잎사귀 우거져 무성도 하구나.
번역: How the arrowroot spreads, reaching into the valley, its leaves so dense and green.
[제2장: 새들과의 전쟁]
원문: 黃鳥于飛, 集于灌木, 其鳴喈喈. (황조우비, 집우관목, 기명개개).
Huáng niǎo yú fēi, jí yú guàn mù, qí míng jiē jiē. /
꾀꼬리 날아올라 떨기나무에 모여 앉아, 꾀꼴꾀꼴 다정하게도 우는구나.
번역:The yellow birds fly about, settling on the thick shrubs, chirping in harmony.
[제3장: 헬스장 대신 칡 가공 작업]
원문: 葛之覃兮, 施于中谷, 維葉莫莫. 是刈是濩, 爲絺爲綌, 服之無斁.
(갈지담혜, 이우중곡, 유엽막막. 시예시확, 위치위격, 복지무역). /
Gě zhī tán xī, shī yú zhōng gǔ, wéi yè mò mò. Shì yì shì huò, wéi chī wéi xì, fú zhī wú yì. /
칡덩굴 길게 뻗어 골짜기 가득 번져 가고, 그 잎사귀 푸르고 울창도 하구나.
번역:The arrowroot spreads far into the valley, its leaves lush and thick. I cut it, I boil it, weaving fine and coarse cloth, never tiring of wearing it.
[제4장: 친정 갈 생각에 초스피드 빨래]
원문: 言告師氏, 言告言歸./ 薄污我私, 薄浣我衣./ 害浣害否? 歸寧父母.
(언고사씨, 언고언귀. 박오아사, 박완아의. 해완해부? 귀녕부모).
Yán gào shī shì, yán gào yán guī. Báo wū wǒ sī, báo huàn wǒ yī. Hé huàn hé fǒu? Guī níng fù mǔ. /
시어머니(혹은 여관)께 말씀드려 친정에 다녀오겠노라 아뢰었네.
평상복의 때를 빼고 외출복도 깨끗이 빨았네.
어느 옷을 빨고 어느 옷을 그냥 둘까? 이제 부모님 찾아뵈어 문안 인사 드려야지.
번역: I tell the matron, I tell her I am going home. I soak my inner wear, I wash my outer robes. Which to wash, which not? I am going home to visit my parents.
2. 〈갈담〉의 해학적 해설: "시월드 탈출, 친정행 KTX를 탄 새댁"
이 시를 옛날 선비들은 "문왕(文王)의 비인 태사의 덕을 기린 노래로, 부지런하고 검소하며 효성이 지극함을 보여준다"라며 엄숙하고 진지하게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건 완벽한 '인간미 폭발' 시입니다.
① 1~2장: "아이고, 시골 풍경 한 번 되게 정신없네!"
시작은 평화로운 시골 같습니다. 골짜기에 칡덩굴이 사방천지로 뻗어 있고, 꾀꼬리들은 떼를 지어 나뭇가지 위에서 "개개(喈喈)~" 하며 뺘뺘거리고 있죠. 겉보기엔 힐링 다큐멘터리 같지만, 주인공 새댁의 속마음은 이럴지도 모릅니다.
"아우, 저 칡넝쿨 자라나는 것 좀 봐. 저거 다 걷어서 일해야 하잖아? 저 눈치 없는 꾀꼬리들은 왜 아침부터 내 귀동냥에서 알람을 울려대나!"
② 3장: "이 구역의 프로 일잘러, 분노의 칡 삶기"
새댁은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합니다. 칡을 칼로 사정없이 베어다가 솥에 넣고 푹푹 삶습니다. 그러고는 뚝딱뚝딱 거친 베옷(綌)과 고운 베옷(絺)을 짜내죠. 시문에는 "지치지 않고 입는다(服之無斁)"라고 점잖게 표현되어 있지만, 사실상 "내가 시가(媤家)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이 정도 홈웨어랑 외출복 쯤은 셀프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눈물겨운 생존 본능이자, 초인적인 '노동요'인 셈입니다.
③ 4장: "나 건드리지 마라, 나 오늘 친정 간다!"
이 시의 하이라이트는 4장입니다. 옷을 다 짜자마자 새댁은 보모(시집살이 매니저)에게 당당하게 외칩니다. "저 친정 가요!(言告言歸)"
그 뒤로 이어지는 빨래 스피드가 거의 광속(光速)입니다. 속옷도 빨고, 겉옷도 빱니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리죠. "뭘 빨고 뭘 대충 넘길까? 에라 모르겠다, 대충 눈에 보이는 건 다 매직 블럭으로 문지르고 빨리 가야지! 친정엄마 아빠 보러 가는데 시간이 아깝다!"
해학적 결론
결국 〈갈담〉은 거룩한 도덕 교과서가 아니라, "시가에서 군말 없이 할 일 다 끝내놓고, 당당하게 연차(휴가) 써서 친정행 KTX 티켓을 끊은 당찬 고대 커리어 우먼의 신나는 퇴근길 노래"로 읽어야 제맛입니다. 옷에 묻은 때를 싹싹 비벼 빨 때의 그 쾌감은, 곧 시월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새댁의 유쾌한 카타르시스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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