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들어 갑자기 많아진(?) 시간들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무기력하게 잠만 자거나 하는 일 없이 주말을 보내는 걸 반복하다가
무엇이든 나를 즐겁게 해줄 것들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이다.
일단 하루 루틴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려다보니
토요일 오전 시간이 뭉텅이로 남게되었다.
운동하고 사우나까지 마치고 와도 남표니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이 모두 기상할 때까지
2시간에서 3시간은 비는 시간.
지난주까지는 그냥 아이들처럼 늘어지게 잠을 잤는데 개운하기는커녕 오히려 몸도 무겁고
마음까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아침을 준비해서 식이 출근시키고 난 후 영화를 볼까해서 티비 앞에 앉았다가 새삼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구나 놀라며 고른 영화가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이미 성인이 된 두 자녀와 남편을 둔 중년 여자 교사가 주인공이었는데 연기를 한 이자벨 위페르라는 배우는 진짜 저런 교사가 프랑스 어느 고등학교에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을 주도록 감정선이 세세하게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인상적인 장면 몇 가지.
- 시작 부분에서 남편이 혼자 오래된 무덤 앞에서 오래 서 있던 장면 : 부부 사이의 거리가 느껴졌던 것 같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쓸쓸해보이는 뒷모습, 그런 남편의 뒷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주인공의 모습(저 사람이 저기서 왜 저렇게 서 있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아끼던 제자에게서 삶과 사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는 장면 : 하필 남편과 이혼 후에 휴식을 위해 찾아간 절친한 제자의 생활 공동체에서 자신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듯한 아픈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결혼 생활은 결과적으로 망했을지 몰라도 내 직업에서는 최고야..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는 그녀였기에 더 그러했으리라.
착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은 그저 자기 기준에서의 만족이어야지 외부의 시선을 신경쓰고 그게 진실이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깨달았다. 타인의 평가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위해 신부님을 찾아간 장면 : 엄마한테 참 불친절하다 느꼈었는데.. 어쩌면 그녀 삶의 근간을 형성하도록 한 엄마와의 어린시절을 담담하게 말하는 장면에서 역시 타인의 이해 못할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거구나싶었다.
- 모든 것이 지나간 후 그녀가 일상을 살아가는 장면 :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역시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