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 사적공원길
사적지 포토존
첨성대 주변의 동부사적지는 경주시민뿐 아니라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놀이공원이다. 첨성대를 기점으로 사방팔방으로 넓게 펼쳐진 길은 고분과 고분 사이, 다채롭게 조성된 꽃밭으로 꿈길처럼 이어진다. 대릉원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연접한 첨성대 광장은 에밀레종 소리축제, 꽃밭 속 음악회, 충담제 등의 대규모 축제가 열려 365일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힐링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첨성대 사적지는 남쪽으로 천년신라의 왕궁이었던 월성과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계림과 함께 내물왕릉 등의 고분군과 접해 고색창연한 문화의 향기를 풍긴다. 북쪽으로는 대릉원과 쪽샘고분군 등의 고분공원과 맞닿아 있다. 최근에는 독서와 음악 등의 문화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인 커피숍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쪽으로는 연꽃단지를 따라 동궁과 월지가 연결돼 어느 곳으로 발길을 돌려도 첨성대 사적공원길은 보기 드문 문화힐링공간이 된다.
첨성대 사적지 일대는 꽃단지로 유명하다. 봄부터 여름, 가을까지 다양한 꽃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피어 보는 이를 황홀하게 한다. 유채가 피기 바쁘게 벚꽃이 환하게 그 일대를 밝혀 빛의 향연을 벌인다. 특히 야간에도 조명을 비춰 월성과 계림, 고분공원, 쪽샘고분군과 경계를 이루는 도로변의 벚꽃 군락지는 장관을 이룬다. 여름에는 연꽃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돼 관광객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진작가들이 줄을 잇는다. 연꽃에 이어 황하코스모스, 꽃무릇, 팬지 등이 꽃대궐을 이루어 첨성대 일원은 밤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사적지 야경
사방팔방으로 이어진 길에는 비단벌레 모형의 전동차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며 꿈의 무대를 만든다. 계림은 첨성대 광장과 월성, 내물왕릉 고분군 사이에 고목들이 울창한 숲이다. 계림을 거닐다 보면 천년 전의 신라로 시공을 뛰어넘은 것 같은 착각을 한다. 고목 뒤에서 긴 치마를 끌며 신라 여인이라도 금방 나타날 것만 같다. 꽃길과 천년림에 들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최근 첨성대사적지 주변에는 북카페, 음악카페 등 다양한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이다. 또 빵집과 함께 전문냉면집, 콩국집, 김치찌개 전문집, 쌈밥 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먹거리도 있다. 특히 경주시가 개발한 ‘별채반’을 특별메뉴로 내놓는 교동쌈밥집은 첨성대사적지에 가면 맛보아야 하는 대표 먹거리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힐링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첨성대 사적공원길로 들어가 본다.
▒ 첨성대 광장 꽃길
첨성대 사적지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 지어진 천문관측기구다. 제사용으로 설치된 제단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든 50~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첨성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포토존의 기능은 변함이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도무지 쓸모가 없어 보이는 굴뚝 모양의 돌탑이 경주를 상징하고 경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첨성대 사적길
첨성대만으로도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을 수 있지만 경주시는 친절하게도 첨성대 주변을 꽃길로 장식해 놓았다. 한번 다녀간 사람은 또 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그 효과를 더한 것이다. 첨성대에서 어디로 가든 꽃길이 나있다. 월지로 이어지는 동쪽길은 특히나 연꽃단지와 황하코스모스단지가 넓게 펼쳐진 대규모 꽃단지로 꽃길이 길게 이어진다. 계절별로 테마가 있는 화단을 만들어 포토존을 제공한다. 월성으로 연결된 꽃길도 계절에 따라 다양한 얼굴로 변신한다.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아치를 만들어 주렁주렁 달려있는 수세미는 특이한 느낌을 준다. 서쪽으로 연결된 내물왕릉과 고분군의 해질 무렵 노을이 겹치는 광경은 잊혀지지 않는 황홀경을 선사한다.
고분과 다섯 그루의 키 큰 히말라야시다가 이루는 노을 무렵의 경치와 야간조명이 만들어내는 야릇한 풍경은 보는 이들을 모두 시인으로 만든다. 쪽샘고분군과 대릉원 돌담길로 이어지는 벚꽃의 군무도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을 수시로 불러 세운다.
첨성대광장
첨성대 광장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월성의 벚꽃행렬, 유채꽃과 연꽃단지는 이미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사진작가들은 해마다 꽃피는 시기를 맞춰서 찾아오곤 한다.
뿐만 아니라 첨성대 주변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공연과 축제가 이어진다. 꽃밭속의 음악회는 야간에 열린다. 선덕여왕 행차 시연, 김유신 장군 출전 재현, 에밀레종 소리축제, 왕릉 이발하기, 연 날리기대회, 충담제 등등의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주말이면 경주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이곳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하는 놀이터가 된다. 광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고분과 히말라야시다
첨성대 주변은 특히 야경이 아름답다. 고분의 능선과 꽃단지, 나무들을 따라 밝혀진 조명은 또 다른 세계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끈다. 첨성대가 조명을 받아 희게 또는 푸르게 변신하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특히 벚꽃 핀 월성과 왕릉이 조명을 받으면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첨성대사적지는 이미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국제적인 힐링로드로 평가되고 있다.
▒ 비단벌레길
신라시대 고분에서 비단벌레로 장식한 말안장, 투구, 갑옷 등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가축을 사육하듯 신라시대에는 비단벌레도 대량으로 사육했을까? 얼마나 많은 비단벌레가 희생되었을까? 또 곤충의 작은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이었길래 비단벌레라 이름 붙이고 그것을 잡아 장식으로 활용했을까?
경주시는 한 번에 20여명이 탈 수 있는 비단벌레 모양의 전기차를 주문 제작해 첨성대사적지 일원에서 운행하고 있다. 문화해설사이자 운전기사는 관광객들에게 역사를 스토리텔링해 전달한다.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마치 비단벌레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날개짓하듯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풀어놓아 역사가 살아 부활한다.
비단벌레차는 월성의 홍보관에서 출발해 꽃단지 사잇길로 미끄러지듯 천천히 움직인다. 비단벌레차 안에서 월성을 올려다보면 석빙고 지붕에 있는 공기창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신라로 쳐들어왔던 적군들은 모두 저 공기창으로 신라궁궐의 내부를 망원경처럼 염탐했을 것만 같다. 석빙고는 조선시대에 이곳으로 이전 건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사적지 일대 ‘선덕여왕’과 ‘대왕의 길’ 등의 드라마 촬영지를 지나는 길에는 비단 비단벌레차만 다니는 것이 아니다. 자전거, 전동보드 등의 탈 것들과 그 틈으로 연인들은 다정한 모습으로 사적지를 활보한다.
비단벌레차
수학여행 하면 예나 지금이나 경주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줄을 지어 재잘거리며 걸어가는 중고등학생의 행렬을 보는 것 또한 비단벌레길에서 느끼는 풋풋함이다.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방문도 부쩍 늘었다.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걷다보면 음악성이 강한 중국말의 억양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일본과 미국 관광객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주는 국제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힐링명소로 성장하고 있다.
계림
▒ 계림
경주 계림은 첨성대 사적지와 월성 사이에 있다. 내물왕릉 등의 고분군의 잔디밭으로 첨성대와 연결된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의 소풍과 그림그리기 대회, 백일장 등이 열리던 단골장소였다. 속을 비운 고목들이 의연하게 자리잡고 앙상한 가지를 허공에 뻗어 천년의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된 김알지가 탄생한 숲이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가 공히 석탈해왕이 숲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 호공을 시켜 확인한 결과 금빛이 나는 궤짝이 걸려 있고 흰 닭이 울고 있었다 한다. 숲의 이름이 계림으로 지어진 연유가 되었다. 궤짝 안에는 아이가 있었는데 자라서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됐다. 그 후손 미추왕이 최초의 경주 김씨 왕이 되었고, 내물왕이 김씨 세습왕조를 열었다. 내물왕의 왕릉도 계림 서쪽 끝자락에 만만치 않은 크기의 봉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계림에는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기록된 비석을 세운 비각이 있다. 또 향가 ‘찬기파랑가’를 새긴 향가비가 있어 해설사들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는 곳이 되고 있다. 향가를 연구하는 학자를 비롯해 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계림은 규모가 크지 않아 천천히 둘러보아도 한 시간이면 넉넉하다. 느티나무와 단풍 등의 활엽수가 천년고목으로 우거져 뜨거운 오뉴월에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다. 고목이 우거져 새소리 간간이 들리고 물소리 졸졸 이어지는 사색의 숲이자 연인들의 오솔길로 으뜸이다. 그림과 문학하는 예술인들의 천국이니 힐링로드로 제격인 셈이다.
찬기파랑가 향가비
▒ 쌈밥과 별채반
별채반
경주는 오래전부터 역사문화관광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식점이 많다. 그러나 경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뭐지? 라는 질문에 딱히 “이것이다”고 추천할 만한 경주의 맛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경주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자신있게 권유할 수 있는 경주를 대표하는 먹거리 개발에 나섰다.
경주시가 2009년 3개월에 걸쳐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경주지역에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향토음식들을 조사했다. 주식과 부식, 떡, 과정, 음청, 주류 등의 6개 항목으로 대분류하고 다시 죽과 미음, 범벅, 국수, 수제비, 전골과 김치, 나물, 구이, 조림 등등으로 세분해 시민들의 육성을 채록했다. 그러나 마땅히 향토음식, 경주를 대표하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경주시가 경주에서 생산되는 음식재료를 가지고 향토음식의 맛을 내는 음식을 개발하고 착한 가격으로 판매할 식당을 분양했다. 공모를 통해 탄생한 경주의 대표브랜드 음식점이 ‘별채반’이다. 경주 첨성대 사적지 교동쌈밥점과 신경주역점 등 6개소에서 경주의 맛과 음식문화인 별채반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별채반은 경주의 천년한우와 곤달비를 주재료로 삼아 ‘곤달비비빔밥’과 ‘육부촌육개장’을 개발하고 ‘주먹밥’을 만들어 경주의 대표음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먹밥은 손님들의 시간적 특성을 고려해 우선 신경주역점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별채반은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엄선해 사용한다는 점과 1인상으로 위생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그릇이 모두 유기라는 것도 일반음식점과 다르다.
교동쌈밥점은 오리고기를 비롯한 고기류와 쌈밥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대표적인 맛집으로 ‘별채반’을 함께 판매한다. 그곳은 손님들이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 관계없이 밀려든다. 첨성대사적지 교동쌈밥집에서 경주의 대표음식 별채반을 한 상 받아 그 맛을 즐겨보는 것 또한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