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내부자들”
한국영화, 개봉:2015.11.19
감독,각본:우민호, 원작:윤태호, 관객:7,072,501명(2016.11.16.현재)
제작:이동호, 주연:이병헌,조승우,백윤식
웹툰작가 윤태호의 한겨레 연재로 유명해진 “내부자들”이 영화로 제작되었을 때 한국의 상류층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검은 돈의 주인공인 미래자동차 그룹회장(김홍파), 유력한 대권후보인 “장필우”(이경영), 조국일보 논설주간인 “이강희”(백윤식), 그리고 무족보 열혈검사 “우장훈”(조승우)과 정치인의 하수깡패 “안상구”(이병헌)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권력의 핵심부를 생동감있게 그려낸 내부자들은 우리를 시원하게 하기 보다는 실망감에 젖게 합니다.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의 그림자에 가려진 정치깡패 안상구는 우리 사회의 무엇일까? 정의롭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존재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검사와 손을 잡고 함께 나선다는 측면에서 결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성적쾌락의 한 단면은 상류층의 부정과 부패를 연상케 하는 척도가 되는 듯 하지만 반드시 삽입되어야 하는 장면은 아닌 듯 하였습니다. 물론 그 영상이 주는 의미와 가치는 추잡한 권력층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때로 넘치는 과욕이 영화의 흥행을 위해 삽입된 듯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300억 비자금을 둘러싼 정치깡패가 정치권력들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면서 이 영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도시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권력자들의 성상납과 뒤치닥거리만 일삼던 안상구의 인생에 이강희 논설주간은 절대적인 군주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한번 버려지면 다시는 효용가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작은 욕심에도 권력자들은 아량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목 하나가 짤려 나가는 혹독한 댓가를 치르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습니다.
경찰에서 검사로 한계단 상승한 우장훈은 탄탄대로의 줄을 잡은 것 같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족보 검사의 한계에 부딪혀 망망대해로 향할지 모르는 위기에 봉착한 것입니다. 그때 만난 탈출구가 바로 유력대권후보의 비자금 목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높은 권력자들은 늘 뛴걸음으로 한걸음씩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비자금 목록서를 손에 쥔자나 관련자들의 입은 언제나 타인이거나 스스로에 의해서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항상 그렇듯이 권력의 주변에서 너무 많은 것을 아는 자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권력의 내부에서 또다른 내부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위치 뿐만 아니라 미래의 희망까지 사라질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모든 기획과 연출은 여전히 안상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의를 구현해야 하는 검사는 깡패의 조연에 불과한 그림으로 등장하며 최고 권력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해피엔딩이라고 말할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의와 손잡고 정의를 이루어가야 하는 우리 사회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켠에서는 어두운 암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 다른 한면에는 수많은 십자가의 등이 세워져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적어도 10만개 이상의 교회가 한국의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그 어느 곳에서도 이 빛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십자가를 늘 앞세우지만 희생을 두려워 하는 한국교회의 등잔에 불이 있기는 있는 것인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