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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수업
-2019.05.22. ‘책임감 있게 글쓰기’에 관한 고찰
김태인/ 광동고 1학년 2반 lucy8910@naver.com
수요일 1교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선정의 시간이 끝난 후, 나는 마음에 드는 형광펜과 색볼펜을 골라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기를 기다렸다. 9시 15분쯤 선생님이 들어오신 후 반장의 지시와 함께 언제나처럼 전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한 복습을 위해 선생님이 무작위로 한 명씩 지목하여 전시간 수업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셨다.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뭐래?”
“매체요.”
“매체를 영어로 뭐라고 하지?”
“미디어요.”
“자 그다음, 미디어 종류 세가지는 뭘까?”
“인쇄 매체랑 방송 매체랑 디지털 매체요.”
뜸들이지 않고 자신을 향한 질문에 신속하게 대답하는 우리반 아이들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만족하신듯, 환한 미소와 함께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하였다. 저번 시간에는 우리가 글쓰기 윤리에 대해 본문을 공부해나갔으며, 마지막으로 배운 것은 진실하지못한 글이 단순히 글쓴이의 신뢰 문제를 넘어서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다른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준다는 내용인 개인적 차원의 쓰기 윤리에 대한 마무리 파트였다.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 쳐진 내용을 눈으로 대강 훑으며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연두색 형광펜을 손에 쥐고 선생님이 본문 내용을 래퍼 못지않은 속도로 빠르게 읽어나가셨다.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며 열심히 따라갔다. 그리고 개인적 차원의 쓰기 윤리를 위반한 행위 중 하나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실험 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하여 논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내용에서 선생님이 어떤 사례를 제시해 주셨는데, 그 사례는 다름 아닌 황우석 사태였다.
“ 돌리라는 체세포 복제 양이 나온 후 황우석이 개와 인간도 체세포 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는데, 그게 다 뻥이었죠? ”
“ 우와.. ”
“ 헐. ”
‘서울대학교 대학원 수의학 박사가 한심하게 저러면 쓰나?’ 하는 생각이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인간은 책임감을 지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쓰기 윤리를 어기고 마는 모습을 보면, 더군다나 유명인의 경우에는 지금보다 더욱 더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을 뿐더러, 이 글로벌 시대에 우뚝 서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으로 인해 결국 개인적 차원의 쓰기 윤리를 위반해버리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 다음으로 사회적 차원의 쓰기 윤리에 대해서도 배웠는데, 이는 다른 사람이 창작한 글이나 연구 자료를 허락 없이 베껴 쓰지 않으며, 저자의 허락을 받아 자료를 사용할 경우에도 출처를 밝히는 도리라고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개인의 창작 의욕이 저하되고 창작이나 연구 활동에 전념하는 것의 걸림돌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대학에서 레포트를 작성할 때에도 참고 문헌(참고 자료)을 밝히지 않을 경우 점수가 깎이는 것은 기본이며, 비난을 당하거나 저작권 침해에 걸릴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문문의 비행운 가사 표절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셨는데, 심히 충격적이었다. 엄마 차를 탈 때마다 듣게 되는 노래인 비행운이 실은 김애란의 소설인 ‘서른살’을 표절한 노래라니.. 이 소설의 장면 중 하나인 주인공이 학원을 끝나고 10시 쯤에 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너는 자라 겨우 내가 되겠지.” 라고 하는 장면에서 이 대사는 문문이 부른 비행운의 가사 중 하나와 완벽히 일치하고 조사한 바로는 김애란의 소설집 ‘비행운’과 제목마저 똑같다고 한다. 더군다나 허락을 받지 않고 함부로 100% 자신의 창작물인 마냥 사용하다니.. 작가의 피나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작품일 터인데 작가의 입장에선 얼마나 화나고 속상할까? 뒤늦게 알아버린 사건이지만 참으로 안타깝다.
그리고 ‘책임감 있게 글쓰기’의 마지막 부분인 글쓰기의 의의에 대해 밑줄치고 설명을 들었다. 쓰기 윤리를 지킴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로 글을 쓰면 책임감 있는 태도로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글쓰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진실된 의사소통이 해보고 싶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선별하는 능력을 가지거나, 선생님의 말씀이 더 이해가 갈 수 있도록 황우석 사태나 문문의 비행운 가사 표절 사건과 같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숙인 뒷목이 너무 아파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시계를 보니 벌써 시계는 9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어라? 8분밖에 안 남았네? ”
“ 선생님 8분 동안 우리 쉬어요. ”
“ 에이 8분만 더 힘냅시다~ ”
약간 지친 것 같았던 반 친구들이 그래도 조금씩 기운을 차렸다. 나도 이것저것 수업일지 기록을 위해 연습장에 계속 그날 수업을 위해 간략하고 빠르게 적어둔 탓에 손목이 욱신욱신하고 뒷목도 아파서 조금 지친 상태였는데, 8분 후면 쉬는 시간이므로 조금만 더 버티기로 했다. 8분이면 층분히 ‘소단원(3).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의 ‘알아두기’ 파트를 끝낼 수 있었다. 다음 소단원을 맛보기하는 느낌으로 ‘공감하며 듣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언어 예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대화 상황을 고려하여 완곡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태도를 지니고, 대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 예절을 지켜 공손하고 정중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문장에서 ‘이태임·김예원 욕설 사건’이 어렴풋이 떠올랐는데, 마침 선생님께서도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이태임은 ‘내가 선배인데 왜 후배는 자신에게 인사를 안하는가?’ 이런 태도를 취해 공격적으로 나섰으며, 김예원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거짓말을 하여 개인적 차원의 쓰기 윤리에 어긋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잘못을 저질렀다. 이 두 사람이 언어 예절이 부족했던 것일까? 말이 기분 나빴다는 이유로 폭력이 일어나다니.. 더 믿기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건은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더군다나 사람들이 언어 예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나의 주변에도 대화를 하다가 기본 예의에 너무 어긋나고 서로를 깎아내리는 표현을 쓰다가 티격태격 싸우는 남자애들이 종종 있었다. 여자애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모든 나이대와 성별에 관계없이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탓에 결국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 예절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것이 어쩌면 이 소단원의 핵심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점점 그 다음 수업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치기 약 2분 전,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 인간은 교육을 통해 변할 수 있을까요? ”
대단히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거의 끝나자마자 쉬는 시간이 되어버려서 제대로 고민을 해보진 않았지만 지금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존재란 없기 때문에 다들 교육을 받으면서 완벽한 인간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대화의 원리를 배우며 인간은 상대방의 마음을 더 고려하고 자신이 하고픈 말을 차분하게 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쓰기 윤리를 익히면서 자신이 쓴 글이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개인과 집단으로 뻗어 나갈 수 있음을 깨닫고 책임감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