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태의 첫 인상 그리고, 첫날-3
연태 항에 도착하여 정착한 배에서의 기다림은 또 계속된다. 좀처럼 하선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 물어볼 수도 없다. 여행길은 당연히 그러려니 해야 되는 거다. 누구하나 여기에 불만을 표하는 이도 없다. 그렇게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린
후에야 하선이 시작되고 세관에서 다시 여권과 소지품에 대한 검열이 시작된다. 그것도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빠져나와 첫 만남이 이루어진
조선족 3세 김복화 가이드와 중국인 기사...깔끔한 안내용 버스에 오르고, 안내가 시작되었다.
인천항과 달리 연태 항은 쾌적하지 않았다. 수많은 수하물들과 탁한 공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세관 또한 우리와는 비교되지 않았다. 산동성의
전체 인구는 650만에 연태시의 인구는 170만으로 작지 않은 도시다.
중국식으로 점심을 하고 첫 방문지가 연태산 공원이다. 이제야
마음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도시임을 발견할 수가 있다. 산동반도 동쪽에 위치한 개방도시로 중국 내 물동량 처리 7위의 항만 도시로 2006년
중국 정부가 10대 관광지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기존 경공업 중심의 산업이 점점 관광 인프라 확충으로 변모하는 신흥 개발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산을 기대고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선 길이가 약 909Km로 도시 전체가 찬란한 진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지역임을 연태산 공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17개국의 외국 영사관이 자리 잡을 만큼 경관이 출중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네덜란드 영사관등 몇 개만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1862년 아편전쟁 이후 거대한 중국이 외침에 의해서 외국 문화가 유입된 사례로
그들의 자존심과는 별도로 역사의 흔적으로 보존하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공원 탑에서 내려다 본 연태시는 바다를 끼고, 새롭게 우뚝우뚝 솟는 아파트와 해안을 중심으로 펼쳐진 백사장 등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해발 42m 밖에 되지 않는 자그만 공원은 이곳 연태의 아름다운 표징 같아 보였다. 낮지만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어 적이 칩입하는 것을
관측하기 위한 봉화대도 설치되어 있고, 관광객과 이곳 주민들의 안락한 휴식처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이동하는
코스는 팔선과해관광구와 연태 해양박물관이다. 팔성과해구는 본래 작은 도교 사원이었단다. 그것을 확장해서 바다에 인공적으로 건설한 관광지다.
인간 선경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여덟 명의 신선을 모셔 놓은 곳이기도 하다. 철괴리, 한종리, 장과로, 여동빈, 하선고, 남채화, 한상자, 조국구
등이다. 여덟 명의 신선이 봉래 각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뒤에 흥에 겨워 파도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의 숱한 전설과
설화가 밴 특유의 중국식 과대 포장이지만 호기심이 동하기도 한다.
이런 전설도 있다고 한다. 서복이라는 사람이 신선사상에 도취되고
불로장생을 꿈꾸는 진시황을 위해 몇 천만 명의 탐사대원을 이끌고 불로초 탐사에 나선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전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72명의 신선이 모셔진 회신각, 여덟 신선이 모셔진 팔신각, 팔영루, 비석 등이 선경의 경지로 안내한다. 신선을 흉내 내어 각종 묘기를 연출하고
있는 현대판 신선도 볼 수 있다. 허무맹랑하지만 신선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잠겼던 어릴 때의 기억이 생각난다. 우리 학생들은 신선의
얘기를 어떻게 받아드릴까? 이성으로 이해를 못하더라도, 그런 얘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엉뚱한 면이 존재하는 것이 인간임을 깨닫는다.
해양박물관은 거대했다. 수많은 희귀 바닷고기들의 현상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현상은
모든 것이 거대하다는 것이다. 큰 땅덩어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기질 탓도 있겠고, 그 넓은 대자연에 조화를 맞춘다는 의미도 있어서인지 규모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해양박물관의 마지막 코스는 물개와 돌고래 쇼다. 얼마나 많은 훈련이 이루어졌을까? 그들의 몸짓은 모든 이의 웃음과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를 휘젓고 다녀야할 생명들이 인간조련에 길들여져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모습은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참 모습은 바다를 휘젓고 다닐 때일 것이다.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고 어느덧 오늘 일정도 마무리가 되어 간다.
저녁식사는
한국식이다. 익숙하지 않은 중국음식을 소화하기 어려운지 몇 가지 음식은 손에 대지도 않는다. 외국에 가면 그곳의 모든 문화에 젖어보라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우리 음식을 잔뜩 준비해가지고 다니면서 어떻게 외국 여행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한다. 이국땅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우리가 묵을 연태시의 황진호텔은 쾌적하고 안락했다. 2인 1실의 호텔에서 잠을 자보는 것도 처음인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이국땅에서 맞는
그 새로운 경험이 그들 마음속에 아름답고 행복한 체험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학생들은 지치지 않았다. 밤이 이슥한 지금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카랑카랑 하고, 각자의 방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아직도 초저녁에 불과하다. 오늘밤은 무슨 꿈을 그리며 잠자리에 들까 궁금함을 안고 깊은
꿈나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