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여러차례 온 곳이다. 오늘은 가볍게 몇 군데를 산책하고 숙소에 여장을 푼다음 휴식을 취한후 만찬에 대비하기로 했다. 2년전 세계엑스포
축제때 뜨거운 열기와 사람들에 치어 숨막혔던 기억, 새해 새희망을 담고자 온가족이 향일암 밑에 숙소를 잡고 장엄한 일출에 감탄도 하고,
교직원들과 또 수학여행을 통해서, 쎄미나 참석 등 여수는 그렇게 익숙한 곳이지만 오늘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옛추억을
되살리며 오동도를 산책한다. 옛날에는 오동도까지 승용차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이제는 들어갈 수 없도록 입구에서 입장원을 구입하도록 해놓았다.
오동도 산책길도 잘 되어 있었다. 변한 것은 많다. 산책로가 넓혀졌고, 위험한 곳들은 데크시설이 되어 산책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해놓았다.
오동도 들어가는 입구에는 바다 위에 데크시설이 되어 통행로를 다양화 했다. 자연에 어떤 시설물이 들어갈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으로 밀려 오는 것은 자연의 본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그 본래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가까이에서 꼭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은 아닐터...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그 적나라한 모습을 꼭 보고 싶어한다. 감추어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신비한지를 몰라서다.
신비감이 사라지면 매력을 잃는다. 그 신비감은 약간의 비밀스러움에서 나온다. 그 비밀스러움까지 낯낯이 공개할 필요가 무엇인가? 멀리서 상상하고,
그래서 더 궁금하도록 하는 멋스러움을 알고 관광지를 공개하면 어떨까?
오동도는 이젠 어떤 신비도, 설렘도 없는 섬으로 전락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을 간직한체 진남문으로 향한다. 파킹을하고 점심부터 해결하기 위해서 찾은 식당... 장어탕집으로 들어섰다. 별미다. 식사후
진남문을 향해갔다. 파킹할 곳이 없다. 여러번 다녀간 곳이라 포기를 하고 거북선 전시관으로 향했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 곳곳에
살아계신다. 우국충정과 효의 표본이 되는 만민이 우러르는 성웅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머물숙소는 여수시 소호로에 있는 '디오션리조트'다. 객실만 120 여개나 되는 대규모 리조트다. 여수에 사는 친구가 예약과 대금을 모두
지불한 상태다. 45평에 방 3개에 거실.. 대궐이다.
친구는 사업차 서울에 올라갔다. 7.2일 15시 김포행 발 여수도착 4시,
숙소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다. 친구는 중학교 동창으로 그 친구는 30리길을 나는 20리길을 걸어서 면소재지 중학교를 다녀야 하는 처지였다.
중학교에서 가장 먼곳에서 다니는 친구였다. 새벽부터 뛰어서 학교를 다니곤 했다. 체육대회시 마라톤은 늘 일등이다. 친구와 나는 3학년때 자취를
함께 했다. 선생님께서 야간에 몇명을 지목해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 주신다고 해서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자취를 결행한 것이다.
그 친구는 회사를 일찍 명예퇴직하고 사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여수에서의 생활이 30여년이 넘었다. 제2의 고향이다. 여러난관을
극복하고 비교적 성공한 삶을 살고 있고 지금도 왕성한 사업전선에서 뛰고 있다. 서산에도 여러차례 사업상 와서 만난 친구다.
여장을 풀고, 샤워를 마쳤을 뿐인데, 휴식의 시간도 없이 친구가 들이닥쳤다. '오늘부터 내일 떠날 때까지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긴다'는 친구의
명을따라 안내된 곳은 '경도회관'이다. 이곳은 장어 전문점으로 유명하단다. 하모샤브샤브, 일본어로 하모유비끼라는 갯장어를 샤브샤브로 먹는
것이다. 먹을 수 있는 기간은 7-8월로 짧아서 인기가 대단하단다. 처음 맛보는 것으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김기찬 교수님은 옛
제자들과의 만남 후에 합석 하기로 되어 있고, 옆에 배석한 원규친구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분과, 조교수님이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여수의 별미에
빠졌다. 2차에 합석한 김교수와 늦도록 무르익는 대화속에 여수의 밤은 깊어갔다. 노래가 있었고, 추억의 앳된 소년들이 티없이 맑게 웃는 모습들이
오버랩 되면서 밤의 열기속으로 빠져들었다. 조교수님의 열창은 고조된 열기에 불을 질렀다.
앳된 소년으로 만나 이젠 60대... 그
세월 50여년이 지났지만 소년시절의 그 웃음 그 말투, 그 습관, 생각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세월이 더 가도 그 순수한
마음안에 항상 머물러 오래 오래 동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잘사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 삶을 원해보며 숙소에 돌아온 것은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다. 따뜻한 우정과 사랑을 보듬고 꿈여행으로 들어갔다.
잠에서 깨어나 사우나에서 몸을 달래고 09:00분에 친구가 안내하는 여수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상아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식당 세집이 나란히
있는데 이집만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족관에서는 팔뚝만한 장어들이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장어탕이 들어왔다. 여수에서
최고로 치는 그 맛은 어떨까?
어제 점심에 우리가 불숙 들어가 먹은 장어탕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일품이었다. 속이 확 풀린다.
안도 제일식당의 자연산 회, 저녁을 불태웠던 '경도회관'의 갯장어 하모샤브샤브, 상아식당의 통자어탕의 별미가 우리의 입맛을 바꾸어 놓았다. 한
동안은 그 맛의 향기로 몸살을 앓겠다는 농담을 하며, 여수에서의 숙식을 책임져준 원규 친구의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친구란
그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존재인가 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고 순천정원박람회장으로 출발이다. 친구...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