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저왔어요~” 한마디에 반가운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현관문으로 냉큼 마중 나오셨다. 우리를 위해 준비해놓았는지 사탕을 내밀었고, 할머니는 오늘도 주안교회를 가기 위한 준비중이셨다.
지난번 왔을 때,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아 어디 고등학교 나왔냐는 물음에 목여고라고 대답했다고, 몇회 졸업생이냐고 물어볼까봐 무섭다며 몇회 졸업생인지 알아와달라고 하셨다. 작년에 68회였기에 할머니 연세인 88세로 계산해보면 1회 졸업생이셨다. 이걸 알려드리니 할머니께서는 “어머 어머, 1회야?” 하며 놀라셨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셨다.
원래의 목적은 영어공부였는데, 할머니께서는 일본어는 물론 영어도 어느정도 할 줄 아셨다. 남편과 시어머니 시아버지 있을 때엔 영어로 대화하기도 했었다며 녹슬지 않은 영어 실력을 뽐내셨는데, 그래도 이젠 말할 상대가 없어 거의 잊어가고 있다는 말에 너무 안타까웠다. 평소에도 자주 찾아가 말벗도 해드리고 잊어버리지 않게 간단한 영어로도 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인사(good morning), 저녁인사(good night)은 아는데 오후에 만났을때에는 어떻게 인사해야되냐는 물음에 오후인사(good afternoon)을 알려드리고 메모장에도 크게 대문자 스펠링과 한글로 적은 영어발음, 한글 뜻까지 적어드렸다. 이번에는 이렇게 할머니께서 물어보시는 것에 답하고 알려드렸는데, 다음번에는 우리가 더 준비해서 할머니께 알찬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험기간이라 2주 뒤에 온다는 말에 말은 괜찮다 하셨지만 내심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다음 방문 때에는 할머니께서 좋아할 만한 선물을 들고 가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