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roasting)’이라는 말은‘굽는다’라는 뜻으로 커피뿐만 아니라 요리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입니다. 커피를 로스팅한다고 할 때는‘볶는것’을 의미하지요. 로스팅의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원시적인 직화식이나 숯불식, 열풍 기계식 등이 많이 쓰이는 종류이고요, 시중에는 직화식 자가 로스팅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각종 도구들도 있습니다.
이 기계식 로스팅기는 대량의 커피를 일정한 정도로 볶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집에서 먹을 소량을 로스팅할 경우,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로스팅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근 1년째 가스버너와 수망(스테인레스 망)으로 로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쉽고 간단합니다. 그래서 커피 블로그를 집에서 하는 로스팅 방법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면...
1. 저렴 합니다
로스팅해서 판매되는 저렴한 원두커피 가격과 비교할 때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신선한 커피를 먹을 수 있습니다. 로스팅 되지 않은 커피콩(bean)을 생두(green bean)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로스팅한 커피는 관세가 붙어도, 생두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가격차이가 엄청납니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직접 로스팅한다면 경제적이면서도 꽤 좋은 취미생활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2. 건강에 좋습니다
커피가 건강에 좋으냐, 나쁘냐에 대해서는 여러 설과 이론이 있습니다만, 커피에 들어있는 성분인 ‘폴리페놀’은 노화를 예방하고 기억력을 좋게 만들어주는 활성물질입니다. 그런데 이 폴리페놀이 가장 많을 때는 로스팅하고 나서 5일 전후라고 하는군요.
커피가 산폐되면 몸에 안 좋은 물질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맛도 로스팅을 한 후 5일 전후가 가장 좋습니다.
이 기간에는 커피를 삼키고 나서 입 안에 살짝 단맛이 돕니다.
3. 커피가 가장 맛있는 기간
기호품으로서의 커피와 와인의 가장 큰 차이는 유통기한에 있습니다. 와인은 숙성되면서 깊은 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커피는 신선도가 생명입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생두의 유통기한은 잘 보관할 경우 2-3년 정도까지 입니다.
하지만 로스팅을 하게 되면 커피는 급속도로 산폐됩니다. 대개 분쇄하지 않은 경우는 한 달, 분쇄를 한 경우는 일주일을 넘기면서 그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좋은 커피도 산폐 되기 시작하면 가장 싸고 질 낮은 생두를 갓 볶은 것보다 못합니다.
커피의 맛은 커피를 볶고 나서 2-3일 후가 되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커피가 볶아지면서 생겼던 내부의 탄소 성분이 빠져나가며 숙성되는 것인데요, 그렇게 보면 한번 로스팅한 커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은 5일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고 갓 볶은 커피의 맛이 숙성된 커피보다 꼭 더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갓 볶은 커피는 단맛은 덜하지만 그 대신 향이 훨씬 풍부하므로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4. 커피의 맛을 알게 되는 즐거움
커피를 직접 로스팅할 때의 즐거움은 뭐니 뭐니해도 다양한 품종의 커피를 직접 맛볼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생두는 대개 500그램이나 1킬로 단위로 판매 하는데요, 매번 살 때마다 다른 종류의 커피를 사서 볶아먹다 보면 여러 종류의 커피 맛을 알게 됩니다. 커피 종류별로 다들 개성이 있으니 로스팅을 계속하다보면 자신의 입에 맞는 커피를 찾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밖에서 먹는 커피 맛에도 예민해져서 일 년 정도 로스팅을 한 후에는 어느 정도의 맛을 평가(컵핑, cupping)할 수 있게 됩니다. 예민한 분이라면 어떤 종류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는지, 신선한 것인지 오래된 것인지도 대충 판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각 나라의 풍토까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겠지요.
집에서 로스팅 하기
자, 그럼 로팅을 시작해 볼까요?
1. 원리
로스팅의 원리는 생두를 서서히 가열하여 생두의 내부 온도를 ‘태우지 않고’ 200도까지 올리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는 대개 거의 숯이 될 정도로 로스팅을 해서 마신다고 하니 약간 태워도 상관없습니다. 너무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는 얘기! 중요한 것은 ‘서서히’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해서 보리를 집에서 볶아서 보리차를 먹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조금 덜 볶이더라도, 혹은 조금 타더라도 보리차가 못 먹을 정도는 되지 않듯이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종류별로 가장 적당하다고 하는 로스팅 표준 같은 것이 있긴 합니다만 그것도 로스팅을 하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추게 됩니다. 로스팅 정도와 맛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같이 얘기해 보도록 하지요.
2. 준비
장비는 말씀드린 대로 가스렌지(일면 부루스타)와 스테인레스 수망 2개입니다. 수망은 동네 그릇가게에서 각각 1만원, 5천원 주고 사서 1년 째 쓰고 있습니다. 생두는 인터넷에서 '커피 생두'를 검색하셔서 온라인에서 주문하시면 되겠습니다.
집에서 로스팅을 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공간입니다. 연기는 집안 탈취 한다 생각하고 환기만 해주면 되지만, 볶는 동안에 커피콩의 껍데기(체프, chaff)가 좀 많이 날립니다. 생활공간은 좀 그렇고요 나중에 청소하기 좋은 베란다나 창고에서 합니다. 그리고 가스불이 일정해야 하니 바람도 불지 않아야 합니다. 고로 연기는 로스팅이 끝나고 한 번에 환기 합니다.
3. 로스팅 시작
일단 한줌의 생두를 수망에 올립니다. 대개 100그램 이하의 양을 볶습니다. 양을 너무 많이하면 불이 골고루 가지 않아 커피가 볶아지는 정도가 불규칙해지니 가급적 조금씩 볶는 게 좋습니다. 쉽게 말해 휴대용 가스렌지를 사용할 경우 주먹 만큼이면 적당합니다.
불과 커피의 거리는 25센티미터 가량을 두고 수망을 천천히 돌립니다. 커피를 살짝 익혀준다는 기분. 그러면 생두에서 살짝 연기가 올라옵니다. 그러면 손목으로 수망을 까불러서 뒤집어 주어 위에 있는 생두가 밑으로 가게 합니다. (프라이팬으로 볶음 요리할 때와 같은 액션입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생두가 투명한 초록색으로 변합니다.
돌리고, 뒤집고... 단순한 동작의 반복. 3-4분가량 지나면 이제 커피콩이 황토색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수망을 5센티미터 가량 불쪽으로 내린 후 조금 더 빠르게 계속 돌리고 뒤집어 줍니다. 커피가 골고루 같은 색깔을 보일수록 로스팅 고수입니다. 비싼 기계도 알고 보면 다 골고루 일정하게 볶기 위해 고안된 기계입니다.
(진행상 콩의 상태를 보아 불을 조절할 필요를 느낀다면 렌지의 불을 조절을 하지 마시고 수망을 적당히 올렸다 내렸다 하면 됩니다.)
4. 1차 크랙
이 상태에서 3-4분 가량이 지나면 커피콩이 갈색이 되고, 큰 소리로 탁, 탁 소리가 납니다. 콩 터지는 소리, 커피가 맛있어지는 소리입니다. 커피의 내부온도가 다 올라왔다는 뜻이니까 타지 않도록 하려면 좀 더 빨리 돌리고 뒤집어 주어야 합니다.
5. 2차 크랙
1차 크랙에서 2-3분 정도면 커피는 진한 갈색을 띠기 시작하고, 기름이 배어나와 반짝거립니다. 콩이 튀는 소리도 탁탁 소리가 아니라 자작자작 소리를 냅니다. 1차 크랙이 양철지붕에 드문드문 우박 떨어지는 소리 같다면 2차 크랙은 잔비가 열심히 내리는 소리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2분 내외로 하다가 불을 끕니다.
6. 냉각
이제 커피 로스팅은 끝났습니다. 실내에 연기가 꽉 차 있을 테니 창문을 엽니다. 가열된 커피가 계속 타고 있을 테니 냉각을 시켜주어야 합니다. 옆에 대기하던 수망을 대고 쏟아줍니다. 이건 시골에서 곡식 껍데기를 날리는 키질과 같은 과정입니다. 커피를 식히는 한편 커피 속에 남아있는 껍데기(채프)를 걸러내면 됩니다.
잡티가 다 제거된 것 같으면 종이(A4지나 달력종이)를 깔고 널어줍니다. 커피를 마저 식히고 내부의 탄소가 날아가게 하기위해서입니다.
7. 청소 및 분쇄
바닥에 떨어진 체프도 쓸어줍니다. 커피가 다 식으면 마른 양념을 가는 믹서기에
적당량을 갈아 원하는 방식으로 추출해서 드시면 됩니다.
저는 그냥 커피메이커로 내려먹습니다.
생두주문에 체프에 연기에... 처음엔 엄두가 안 나서 저도 망설였는데요, 세 번 정도 하고나니 바로 숙달 되더군요. 두 번의 로스팅, 주말 30분이면 일주일 정도 먹습니다. 1년 정도 되니 이제 주변에서 모두들 제 커피를 기다리게 되어버렸습니다.
출처:여행기중독자의 커피
첫댓글 울방 님들 오늘 횡제했네요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