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 십 년 전, 큰 오류를 범하는 날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포천신문에 실었던 칼럼에서다. 그간 숨기려 했던 것은 아니고 딱히 고백할 적절한 시의 施意 가 도래하지 않았다고나 할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봉화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리신 것이 그해 5월 초이고 내가 그를 지칭하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00만 불 사나이 !>라는 제목의 글을 포천신문에 게재한 것이 4월 말경이니까 내 글이 발표되고 나서 한 열흘 안팎에 우리는 그 귀한 존재를 영원히 잃어버렸다.
연일 언론은 압수수색을 했다면서 자고 일어나면 금액이 달라지고 뇌물수수가 어떻고 형님과 영부인이 불려 다니고 죄 없는 딸은 기소까지 당했다. 벌집을 쑤셔놓은 듯 언론은 꽹과리를 치면서 까치처럼 짖어댔다. 사돈의 사돈까지 3 만 원짜리 경조비까지를 털렸다는 것이다.
그때 의심을 했어야 했다. 언론 보도가 이상하지 않은가. 큰 죄목이 드러났다면 3만 원짜리 경조비까지 털었겠는가. 죄의 근원을 쉽사리 포착했다면 거의 10개월이나 수색을 했겠는가. 그쯤에서는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구나, 의심을 해 볼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바쁘다는 것은 핑계이고 고정 칼럼 연재를 하고 있던 나는 냉큼 그 커다란 사건을 이슈화 했다. 신문을 꼼꼼이 읽을 새가 없었고 티비 뉴스를 믿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속담을 상기하며 샅샅이 분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검찰을 개혁하려던 노통은 자신이 기르던 사냥개에게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쏟아지는 뉴스를 의심하지 못한 채, 내가 존경했고 사랑했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이렇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털어도 먼지 나지 않는 노무현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환멸은 더욱 심했다. 더 볼 것도 없이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가벼운 존재 아닌가. 체코 <농담 >의 작가, 철학자요 소설가인 밀란 군데라의 책 제목을 인용해 <600만 불 사나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던 것이다. 그로써 그 억울한 노무현 대통령께 천추의 한을 남겼으며 내 글을 구독한 분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오류를 범했음을 고백하며 이 지면을 통해 용서를 빌 뿐이다.
나는 너무 성급했다. 300 곳을 압수수색 했다는데 증거는 전무했다.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죄가 성립하는 것인데, 작금과 같이 모두가 정황이었고 의혹이었으며 주장이었다. 검찰은 어떤 곳에서도 증거를 찾지 못했다. 뇌물로 받았다고 주장하던 논두렁에 버렸다는 고액의 시계 사건도 조작이어서 허위를 유포한 당시 대검중수부장은 지금 미국으로 도망가 몸을 숨기고 있다.
검찰이 개 같은 짓을 하는 역사가 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 어지간히 민주화가 된 시대인 줄 알았던 것이 큰 착각이었다. 또한 언론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철저히 검찰에 복무하는 추악한 것들인지 몰랐다. 허위를 보도하고 유포시킨 언론들은 정정 보도를 했느냐.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다.
이후 본 필자는 대개의 언론을 믿지 않게 되었으며 반드시 여러 언론을 비교 분석하게 되었으며 쉽게 해석을 내리지 않고 유추도 신중히 한다. 개인의 게으름으로 인한 판단 미스나 오류는 그럴 수 있다지만 그것이 대중매체 (mess media)를 탈 때 마녀사냥이라고 불리는 살인행위다. 최근에도 우리는 민주진영의 인물 노회찬을 아깝게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우리나라 메이저 언론은 정의를 외면하고 앞장서서 매국의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간 독재 정권과 금권에 복무한 이들의 허위유포는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독재와 친일 친미의 원흉, 일본의 전범 세력과 한 덩어리가 되어 선한 뜻을 향해 나아가는 정의와 민주진영에 끊임없이 재를 뿌리고 있다.
그러더니 노무현, 본인이 가고 없는 마당에 사건의 죄의 유무를 어떻게 따질 것이냐고 검찰은 사건을 덮어버려 미궁에 빠질 번했다. 그러나 정권에 확실한 충성을 맹세하려던 고위 관리가 있었으니 당시 경찰청장 조현오였다. 뇌물을 수수한 차명 통장이 여러 개가 나오는 바람에 노통이 자살을 결심한 것이라고 발설한 당시의 경찰청장 조현오는 노무현재단의 고발로 실형을 살았다. 그로부터 5년 후의 일이었다. 당연히 노통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유포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음이 그제서야 판명되었다. 그리해서 또 하나의 원통한 역사가 흘러간 지 10년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검찰이 다시 개 짓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검찰은 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먼저번과 같이 이번에도 불독 수준이다. 절대로 물어버린 먹이를 놓치 않을 기세다. 대통령도 좌지우지했던 그 무소불위의 권력을 영원히 대를 물려주며 휘두르고 싶은 모양이다.
이번의 조국 장관은 지명될 때부터 기자 간담회와 청문회를 통해 온 국민이 지켜보았다. 지명자를 대통령이 발표한 것이 8월 9일이니까 지금 달 반이 지나고 있다. 예전처럼 또 정황과 의혹 주장만을 가지고 그간 검찰은 소명 할 기회도 없이 기소하고 압수수색을 서슴지 않았다. 노출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 수사 중인 사건을 언론에 시시각각 유포시켰다. 언론이라는 수천수만 마리의 까치들이 짖어대게 함으로써 사퇴를 압박해왔다.
임명된 당사자 털기를 처음부터 포기한 야권과 모든 언론은 일제히 그의 가족을 물어뜯었다. 50 곳 이상을 압수 수색했으며 청문회에 나온 조국 후보자에 대한 기사는 단발 뉴스를 합쳐 117만 건이나 되더라고 여권의 한 의원이 청문회에서 밝혔다. 돌아가신 600만 불의 사나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정의사회를 구현하려는 또 하나의 민주투사가 다시 뛰어내리기를 열망하며 저들은 압수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현 검찰총장에게 대통령이 임명장을 건넬 때 우리 옆에 산적해 있던 폐단이 물러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겠구나! 이런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우리 국민은 잠시 안도했었다. 이제 정의로운 사회가 오겠구나, 이제 가장 무서운 적폐가 우리 앞에서 뿌리가 뽑히겠구나. 박근혜를 낙마시킨 장본인이었으니 제대로 환부를 도려내겠구나, 했으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가장 질기고 무서운 적폐의 정점에 윤석열이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임명장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우리 국민의 등짝에 비수를 꽂으며 새 총장은 임명권자를 능멸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이고 있으니 ......
사모펀드에 구멍이 있을까 기대했으나 엉뚱한 사람만 잡아들이고 도리깨로 콩깍지를 털 듯 두드려댔으나 조국과 그의 가족들에게서 튀어나와야 할 불법과 부정과 불공정 부조리는 지금껏 나오지 않고 나날이 시끄럽기만 하다. 오히려 웅동학원을 향한 부모님의 선행과 공적 사회에 대한 가족들의 헌신, 그리고 여식의 봉사활동만 두드러지니 이 노릇을 어찌하랴!
지켜보기가 매우 힘들지만 그러나 우리 국민에겐 큰 소득이 있었다. 살기에 바빠 검찰이 무엇인지, 검찰개혁을 왜 해야 한다는 것인지. 남의 집 불구경이던 평범한 국민들까지 모두 깨우치게 되었다, 는 사실이다. 임명권자를 능멸하며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것이 그간 우리가 잘 못 쥐어 준 검찰의 칼자루였던 것을 전 국민이 알게 되었다. 저래서 검찰은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구나! 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구나, 를 세월호 이후에 다시 한 번 깨닫는 중요하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은 그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죄가 드러나지 않은 그와 그의 가족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검찰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고 구조적인 권력의 편향을 깨고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씨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수없이 자행되는 검찰의 권력 남용으로부터 선량을 지키고 민주의 기틀을 흔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재계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는 물론이요 사회 전반의 권력형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독립적 수사처를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첨언 할 것은 현 정권이 불법적이고 매국적인 정권이라면 검찰개혁을 하려 했겠는가. 자신들에게 또 하나의 올가미가 되는 공수처를 설치하려 했겠는가. 있던 것도 폐쇄하고 없애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것 아닌가.
이제 조국 장관을 비롯한 그 가족은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 독립군처럼 건너야 하는 살얼음판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며 봄날은 아직도 멀다. 당신들은 이제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임해야 한다. 하늘의 부름을 받았으니 사적인 것은 반납하라! 조국을 수호하고 지키는 것은 이제 조국의 운명이 되었다. 만인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신성한 진리를 펼침으로써 그간 추악한 법조인들의 초상을 회복할 일이다. 정의로운 사회 속에서 민주와 평화가 넘실대는 곳에서 우리들의 2세가 3세가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행복한 대한민국을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9월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