予離群而索居가有年矣라過而莫予輔也하고跌而莫予挽也하며心術之差見聞之誤而莫予正也러니幸因是書而胸中所存所操所識所習의毫愆髮謬를隨筆呈露하야擧無留藏하고又幸而假課試以爲媒하고借逢掖以爲郵하야徧致於諸公長者之側하니或矜而鐫하고或慍而謫하며或侮而譙리라.
* 莫 없을 막: 아니하다, 없다 * 跌 넘어질 질: 비틀거리다, 달리다, 도가 지나치다 * 挽 당길 만: 말리다, 잡아당겨 못하게 하다 * 毫 가는 털 호 * 愆 허물 건: 과실 * 髮 터럭 발 * 謬 그릇될 류 * 呈 드릴 정: 나타나다, 드러내 보이다 * 留 머무를 유: 지체하다, 머뭇거리다, 오래다 * 藏 감출 장: 품다, 저장하다 * 媒 중매 매: 중매하다, 매개하다, 술밑, 누룩 * 逢 만날 봉 * 掖 겨드랑 액: 겨드랑에 끼다, 부축하다 * 徧 두루 편: 두루 미치다 * 致 보낼 치: 전하다, 이르다, 도달하다 * 矜 불쌍히 여길 긍: 괴로워하다, 아끼다 * 鐫 새길 전: 쪼다, 끌, 나무에 구멍을 파는 연장 * 謫 귀양 갈 적: 꾸지람, 벌하다 * 譙 꾸짖을 초
나는 무리를 떠나 외로이 생활한 지가 여러 해 되다 보니, 허물이 있어도 나를 보완해주는 이가 없고, 넘어져도 나를 잡아주는 이가 없으며, 用心의 잘못과 見聞의 誤謬를 바로잡아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 책을 통해 마음속에 보존한 생각, 지키고 있는 意志, 알고 있는 知識, 익힌 일들을 일정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서술하여 털끝만 한 잘못까지 모두 드러내고 숨기지 않았고, 또 다행히 科試를 媒婆로 삼고 逢掖(선비)을 郵遞夫로 삼아 여러 長者들 곁에 두루 이 책을 전하게 되었으니, 어떤 이는 〈이 책을 보고서〉 가엾게 여겨 가르쳐줄 것이고, 어떤 이는 화를 내어 나무랄 것이고, 어떤 이는 업신여겨 꾸짖을 것입니다.
一語聞則一病瘳니其獲不(旣)[豈](注9)豊矣乎아?傳愈博病愈白益愈衆하리니於予也奚損이리오?遂次第其語하야以諗觀者하노라.
* 瘳 나을 추: 병이 낫다 * 博 넓을 박 * 諗 고할 심
역주9 (旣)[豈] : 저본에 ‘旣’로 되어 있으나, 문맥을 살펴 ‘豈’로 바로잡았다.
한 마디 말을 들으면 한 가지 병을 고칠 수 있으니 얻는 것이 어찌 많지 않겠습니까? 더욱 널리 전해질수록 병이 더욱 드러나고 이익이 더욱 많아질 것이니 나에게 무슨 손해가 되겠습니까?” 그리고서 드디어 이 말을 차례로 서술하여 이 책을 보는 이들에게 告하노라.
凡春秋經旨는槩不敢僭論하고而枝辭贅喩는則擧子所以資課試者也(注10)ᄅ새니라. 東萊呂祖謙伯恭은序하노라.
* 槩 평미레 개: 대략, 누르다, 억압하다, 槪와 同字 * 僭 참람할 참: 범하다, 어긋나다 * 贅 혹 췌: 군더더기, 쓸모없다 * 喩 깨우칠 유
역주10 春秋經旨……則擧子所以資科試者也 : ≪春秋≫ 經文은 孔子께서 지으신 것이라 감히 논할 수 없어 論題로 삼아 논술하지 않았고, 左氏傳文의 枝葉的인 말과 군더더기 말만을 뽑아 논제로 삼아 是非得失을 논술한 것은 科擧試驗을 준비하는 자들이 答案을 작성하는 요령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란 말이다.
대체로 ≪春秋≫ 經文의 뜻은 대략이라도 감히 참람하게 논하지 않았고, 〈傳文의〉 지엽적인 말과 군더더기 말만을 〈뽑아 논술한 것은〉 擧子들의 科試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東萊 呂祖謙 伯恭은 서문을 쓰다.
동래박의, 허호구 선생 번역, 전통문화연구회(www.juntong.or.kr)
첫댓글 월광 최해림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