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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멜빈대학교는 15개월만에 세워졌다. 잘 안 믿어지는 독자들이 많으시리라 본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2020년 5월 9일에 “대학 세우자”라는 얘기가 나와서 2021년 8월 14일에 개교식을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진행은 이렇다.
2020년 5월 9일 (날자를 정확히 기억한다), 케냐의 평신도목회 연구소장 오길라목사가, 내가 보내준 영어자료들을(pdf파일) 받아보더니 "이 정도면 대학교university 설립이 가능하겠다" 고 해서, 내 대답이 "한 10년 후나 될까?" 그랬더니 "5년이면 충분하다"라고 즉답이 왔다. 그래서 나도 다른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러면 너 혼자는 힘드니 팀을 만들어 모여 봐라."
그래서 오길라목사는 몇 사람을 모아서, 매일 모이면서 아무튼 [대학설립]이라는 테마로 진행을 시켰다. 나는 그때 제안하기를 목회자를 너무 많이 동참시키지 말고, 순수 평신도들을 모아서 시작하라 하였더니 진짜 순수한 펑신도들로 설립위원회(steering committee)가 꾸려졌다. 나중에 착공식으로 케냐에 와서 안 사실이지만, 너무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모여왔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은 전연 없고, 거의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들이 10여명에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았다. 실력이 있고 없고가 아니고, 공부를 많이 했니 안했니 가 아니라, 정말로 대학을 설립하고픈 긴절한 바램이 있느냐가 나의 관건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모이는 것을 보니 그야말로 그 열정하나만 가지고 모였던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일단 착공식이었다. 건축이라는 것을 전혀 안 해본 나 자신이기에, 일단 땅은 파야 하는가 보다하고 그것만을 향해 집중하기 시작 했다. 그래서 진행하면서 데드라인을 정해야 하니 일단 12월 4일, 토요일로 정했다.
그렇게 진행하다보니 오길라목사의 친구 제이콥(Jacob, 현재는 멜빈의 교무처장)이 행정력이 좋아서 10월쯤에 합류하여, 대학설립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땅은 이미 오길라목사께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8,000평이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돈이 들어간 그라곤 모일 때 마다 음료수와 다과를 먹는다하여 매달 20만 원 정도 몇달 보냈고, 교육부에 제출할 설립인가 서류를 전문가-변호사, 타대학 설립/인가 서류- 에게 맡겨 몇 달 걸린다 하여 그 사례비를 몇달동안 30만원정도 보낸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봐야 2~3백만원 밖에 안 들었다.
어쨌든 착공식이 준비되었다하여 한국에서 케냐로 갔다. 나는 대학설립이라는 것도 처음이고, 건축이란 것도 처음이고, 또 아프리카는 처음 가보는 나라였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터득한 것이 있어서 큰 걱정은 없이 출발하고 진행하였다. 몇 가지 내용이 있는데 정리해보면: 끝에서 부터 시작하라 (Begin from the End). 멈추지 말고 그냥 계속 진행하라 (Keep the Momentum). 도착지점을 고수하라 (Stick at Final Destination). 안 될 때에라도 기도하면서, 그대로 진행하라 (Brutal facts/Stimulate Progress). 긴박감을 잃지 마라 (Sense of Urgency). 요런, 몇가지 테마가 있는데, 이런 것을 붙잡고 계속 진행했던 것이다. 이런 단기프로젝트를 완료하면서, 노하우와 터득한 것을 “당신은 리더인가? (Are You Leader?)”라는 제목으로 영어책을 써서 학생들에게 현지 가르치곤 한다.
위의 몇 가지를 여기에서 간략하게 살펴보면;
우선 어떤 프로젝트든지 간에 단기적으로 끝내야할 경우에는 끝에서 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Beginning from the End). 그 이유는 연구자들이 확인해본결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세운목표를 거의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더라는 것이다. 가까이는 작심삼일 이라는 얘기가 있지 않은가! 길게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 가장 후회스런 1번이 "하고 싶어 한 일을 못 이루고 떠날 때" 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생을 마감한다고 봐진다.
그러면서 한 방법을 제안했는데 끝에서 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성경적이기도 하고 일반적인 전문가의 제안이기도 한다. 즉 목표를 붙잡고, 그 비전을 놓지 말고, 그것에 집중하라는 제안이다. 그러면 실제적으로 왜 시작은 잘 해놓고 끝에까지 도달하지 못하는가! 예를 들어 1이 출발점이고 10이 마지막 도달, 목적지라고 생각해보자. 대개 학교에서는 1부터 시작하여 2, 3, 4순으로, 즉 순차적으로 하도록 가르치고 또 배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사람들이 많은 에너지를 1-2-3에, 즉 시작과 초기단계에 쏟다보니 10에 까지 갈 에너지가 안 남았고, 또 10은 너무 먼 것 같아 거의 4 이전에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10에서 시작하여 1과 9 사이를 자유로이 왔다갔다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기적인 프로젝트에는 (short-term project) 절대적으로 필요한 방법이다. 장기적인 사역에는 (long-term ministry) 좀 다르다.
어쨌든 멜빈대학교 설립은 이 전략을 그대로 따랐다. 그래서 15개월 만에 끝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훨씬 이전에 터득하였기에 적용시켰을 뿐이다. 그외 몇 가지 주요 요소, 전략이 더 있지만 한가지만 더 추가한다면, 마지막 종착지를 항상 고수하라는 것이다(Stick at the final landing spot). 그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집중, 관심을 흩트리는 유혹들이 항상 있기에, 목적지가 흐려지든지 잃어버리고 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식의 선 이해가 이미 있었기에 멜빈대학교 착공식은 잘 마치게 되었다(2020년 12월 4일).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시작되었다. 착공식은 했으나, 마치 라디오는 켰는데 소리가 안 나듯이, 전기 스위치는 올렸는데 전깃불이 안들어 오듯이...착공식은 성대하게 치렀지만 그 다음(next)이 없었다.
그야말로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이 12월, 1월로 넘어갔다. 나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그때도 이미 선이해가 있었기에 그 방법을 적용했다. 즉 모든 변화에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였다. 나는 이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즉, 변화의 과정인 "Ending- Neutral Zone- newBeginning"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나에게는 절대적인 발견이었다. William Bridges가 쓴, "Transition: The most of Change"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발난 아이디어는 Neutral zone이었다. 즉 과거 것을 끝내고 새것이 시작되는데 에는 반드시 이 중간지대를 통과하게 돼 있다는 얘기다.
결국 많은 변화시도가 실패로 끝나는 것은 이 두번째 과정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현실이 어려울때 이것이 Neutral Zone에 들어가는 것이구나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은 계속 어려웠다. 마음에 준비는 되어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막막하였다. 돈은 준비 안 되었고 시간만 계속 흘렀다.
그런데 1월말쯤에 한국의 아는 교회 목사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소식을 듣고서 대학교 예배당을 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교육부에서 대학으로서 개교를 하려면 100평정도의 대학채플과 교실 세칸(각 30평정도, 전체 90평)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야 개교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우리에게 제시했다. 그러니 대학교 예배당을 지어준다는 소식은 정말 메마른 땅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더구나 케냐, 더구나 우리 학교가 있는 곳은 오유기스인데, 가까운 곳에 적도가 지나가는 표시가 있다하니 일년 내내 더운 곳이다. 35도 되는 더위가 12월, 1월이 되는데, 날씨는 더운데 공사는 진행이 안 되니 그야말로 “내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내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한국의 지인들로 부터도 계속 쏟아지는 것이었다. 건축도 안 되는데 왜 거기 있는가이다.
교회건축을 약속해준 교회는 우선 천만 원만 보내 준다하여 예배당 기초만 쳐 놓고 또 기다리는 상태가 계속 되었다. 기다림에는 좀 숙달이 된 편인데도 정말 아무 싸인도 없이 마냥 기다리는 것은 죽을 맛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한심했다. 돈도 없이, 재정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대학을 세우느냐 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국, 미국, 그리고 여기 케냐에서 조차 들려왔다. 내가 생각해봐도 정상적인 진행이 아니었다. 그러나 계속 가야한다는 생각은(Facts/Progress, 역설적이며 모순된) 거의 변함이 없었다. 마치 메마른 광야에서 하늘만 쳐다보는 격이었다. 예배당 기초만 쳐놓고 세월만 깨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럴 쯤에 비자를 연장할 때가 되었다. 이대로 비자만기로 돌아가야 하는가, 연장하고 또 더 기다려야 하는가? 한국에서는 안 되니 그냥 귀국하라는 종용들이었다. 그런데 여기 학교관계자들의 대부분은 비자를 연장해서라고 건축을 마치고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로 비자를 연장하여 4월에 귀국하였다. 필요한 건축의 십분의 일 정도만 해놓고 돌아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교실건축은 위치 표시만 해놓고, 예배당은 기초만 해놓은 상태였다.
한국에 도착하니 얼굴은 완전 까매졌고, 건축은 시작만 해놓고 왔으니 사람들이 거의 안 된다고들 낙망을 주었다. 그런데 시작했으니 어쩌겠는가....그런데 두세 주 지나니 사람들이 문의해오기 시작했다. 얼마가 필요하냐는 궁금증들이었다. 사람들이 긴박성을 느끼기 시작했다(Sense of urgency). 이것이 없이는 사람들이 안 움직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은 터였다.
그래서 4~5월 두 달 있으면서 모금이 많이 되어 건축이 진행되어서 다시 케냐로 와서 마무리 지으려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비자를 한 달만 내주어 7월에 귀국하면서 7월말에 개교식 하겠다고 보고하였다.
그런데 귀국할 때까지도 80%까지만 건축이 된 상태였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7월까지 건축완료, 8월에 개교식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음해 2022년 1월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해서는 더 긴박성, 즉 안 되면 안 된다는 결론이 확고부동했다. 물론 천천히 해 넘겨서 개교하자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얘기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왠고하니 계획을 세우면 타임테이블이 분명하여 언제 끝나는지, 언제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그 날자가 분명해야 한다고 나는 이미 학습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교식(Inauguration ceremony)일자를 7/31일로 결정하고 7/26일에 다른 두 목사님과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한분은 익산에서 버스타고, 다른 한분은 용인에서 자가용으로 공항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나이로비로 가는 출국비행기는 자정 가까운 시간이라. 저녁 8시에 인천공항에서 만나는 것으로 약속했다.
그런데 내가 버스로 영등포부근, 올림픽 대로를 타고 가는데 케냐 오길라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 교육부에서 실사가 나왔는데 7월말 개교식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난감했다. 셋다 비자받고, 코로나검사까지 완료하고. 비행기표 사서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며칠후의 개교식이 안된다니. 그래서 바로 두목사님께 연락했더니 익산에서 오시는 분은 버스타고 올라오면서 "어쩌겠나. 일단 케냐가서 더 알아보자"로 수긍해주셨다. 그런데 용인에서 오시는 목사님은 아직 집에서 출발 안했다며 나보고 "일을 왜 이렇게 하냐"라며 난리였다. "개교식도 못하는데 갈 필요있냐?"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비행기표까지 다 샀으니. 결국 다투면서 출발하여..어쨋던 케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나 뿐만 아니라 오길라도 엄청 혼났다. 그래서 일단 자고 내일 일어나서 더 얘기하자고 하면서 도착일은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다음날 아침 다같이 모여서 의논했는데, “얼마가 더 필요한지, 그리고 교육부에 시간을 좀 달라” 하도록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더 필요한 돈은 한국에 여기저기 전화들 하기 시작했고, 교육부에서는 두주만 더 줄테니 보충하여 8/14일 개교식 하도록 허가를 받아내어, 부지런히 나머지 공사 마무리짓고 8/14일 개교식하고, 첫 수업을 그 다음주 부터 시작하였다.
보다시피
어쨋든 케냐 멜빈대학교는 15개월만에 건축하여, 인가받음과 동시 개교식을 마치고 현재 수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은데 에는 하나님의 각별한 은총과 또 인간에 주신 지혜를 동원해서 가능했는데 몇가지 전략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확고부동한 목표가 분명했고. 그것에 대한 흔들림이 없었다. 둘째로는 결과, 즉 끝에서 부터 시작하여 온 에너지가 거기에 집중되었다. 시작단계에 너무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았다.
또 하나는 역설적이긴 한데, 어려운 현실을 확실히 인지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때로는 토끼같이 신속히, 때로는 거북이 같이 느리지만 계속 가는 것이다. 때로는 100미터 단거리 선수처럼, 다른 때는 마라톤 선수처럼.
마지막으로는 동기부여 였는데, 외적요청(compelling), 그리고 그것이 곧 내적충동(impelling)으로 옮겨져서 20여개 이상의 교회와 개인이 후원하여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 단기적인 프로젝트는 이떻게 완료되는지를 터득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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