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앞 뒷내 강
어릴 적 동서부리에서 앞 내를 건너면 장춘리과 용족골을 가고
뒷 내를 건너면 이두리로 갔지요.
겨울엔 외나무 다리가 강을 건너게 해 주었습니다.
강물이 단단히 얼면 장난꾸러기들은 얼음 위로 걷고 나뭇꾼들은 나뭇짐을 지고 얼음 위로 강을 건너기도 했습니다.
외나무 다리 위로 나뭇짐 지고 외줄타기 하듯 건너기 보단 얼음 위로 건너는 게 더 쉬웠을지 모릅니다.
겨울이 저물 무렵이면 외나무 다리는 점차 흙과 나무가지가 강으로 떨어져 내려 겨울이 기울 때 쯤이면 건너기가 힘겨워 졌습니다.
그럴 적엔 서늘한 강물에 다리를 걷어 부치고 건너거나 서커스 단원이 외줄타듯 재주를 부리며 다리 위로 건넜습니다.
안계 고등학교에 통학하던 동생은 낡은 자건거를 어깨에 메고 그 다리를 곧 잘 건너 다녔다고 합디다.
앞 내 외나무 다리는 동서부리 사람들이 만들었습니다.
뒷 내 외나무 다리는 이두리 마을 주민들이 만든 거로 추측 됩니다.
여름 장마 땐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논밭으로 농사일 하러 갔습니다.
장마에 물이 많이 불으면 사공 님이 삿대로 모래바닥을 짚어 가며 배로 강을 오갔습니다.
그럴 적엔 강 건너는 분들은 삽으로 황토물을 노 젓듯 하여 사공 님을 도왔습니다.
장마가 시들해 물 깊이가 허벅지 즘 오면 사공도 배로 강을 건내주지 않았지요.
그럴적 낯선 이들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어물쩍거리면 마을 꼬마들이 삿대를 짚고 또 강에 뛰어들어 배를 이끌며 강을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 강에 도로 넓이의 큰 다리가 놓여져 자동차나 경운기도 여유롭게 지나가지요.
강 빨래터엔 납짝한 돌이 서 너개 있었습니다.
마을 처녀들이나 아주머니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강에서는 여름엔 막대들고 피라미 잡기, 파리 낚시, 조개 잡이를 겨울엔 썰매타기를 즐겼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을 들러 강을 지나치면 그 시절 기억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