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여행-푸나카 종(Punakha Dz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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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도에서 만난 ‘행복의 궁전’ 푸나카 종
치미라캉을 다녀온 우리는 푸나카로 향한다. 길은 푸나창강(Punatshang Chhu)을 따라 이어진다.
강변 산비탈을 따라 가다보면 정다운 마을이 있고, 마을 주변에는 다랑논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강은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흘러가고 맑은 강물은 예쁜 모래‧자갈과 어울린다.
푸나카의 메인 타운인 쿠루탕(Khuruthang)을 지나 강변을 따라서 가다보니 푸나카 종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를 태운 자동차가 푸나카 종(Punakha Dzong)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서 멈춘다.
가이드는 우리가 부탄여행을 하는 내내 사진 찍기 좋은 장소에 멈춰서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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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카 종이 바라보이는 조망처에 서니 두 강이 합류하고, 합류하는 삼각주에 푸나카 종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강
건너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이 남성을 상징하는 포강(Pho Chhu)이고, 왼쪽은 여성을 상징하는 모강(Mo Chhu)이다.
그래서 두 강을 아버지강과 어머니강으로도 부른다. 포추는 물살이 세어 남성적이고, 모추는 깊고 잔잔하여 여성적이다.
푸나카 종은 이렇게 남녀가 화합하는 곳에 마법의 성처럼 위치하고 있다.
두 강 모두 히말라야 산맥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여 이뤄진 강이다.
포강과 모강은 푸나카 종 앞에서 합류하여 푸나창강(Punatshang Chhu)이라는 이름으로
왕두포드랑 지역을 거쳐 부탄 남부지역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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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카 종은 부탄을 소개할 때 탁상 사원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축물이다.
두 사원은 부탄의 모든 화폐에도 등장한다. 푸나카는 고도가 해발 1,250m로 수도 팀푸나 공항이 있는 파로에 비해
1천 미터 이상 낮아 겨울철에도 따뜻한 편이다. 그래서 푸나카 종을 부탄의 겨울궁전으로도 부른다.
푸나카 종은 흰 벽과 갈색 지붕을 한 부탄전통방식의 건물로, 건축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사방을 감싸고 있는 첩첩한 산과 옥색 물빛의 강이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
푸나카 종은 멋진 외관과 함께 여름이면 보랏빛 자카란다꽃이 우아하게 피어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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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카 종은 어머니강(Mo Chhu)을 가로지르는 목조다리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다.
목조다리 양쪽에는 일주문처럼 사각형 건물이 있고, 이 문을 통과해야 다리에 들어설 수 있다.
히말라야의 산간지방에서 난 나무로 만든 목조다리는 높고 견고하다.
나무다리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은 말 그대로 명경지수다. 맑은 강물에서는 물고기들이 많아 말 그대로 물반고기반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잡거나 살생하지 않으니 부탄의 동식물은 천수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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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리에서 특이한 복장을 한 부탄여성을 만났다. 부탄 북부지역복장이란다.
특히 원추형의 작은 삿갓 위에 연필처럼 길쭉한 것을 꽂은 모자가 눈길을 끈다.
부탄의 북부지역은 히말라야 산맥이 자리 잡은 고산지대로 인구는 적으나 야크를 키우고,
히말라야에서 약초를 채취하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다.
이 부탄여성도 히말라야에서 채취한 동충하초를 팔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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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다리를 건너 푸나카 종으로 들어선다. 다른 종(Dzong)이나 사원에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푸나카 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모자를 벗어야 하고, 짧은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부탄사람들은 전통복장에 ‘카네’라는 흰 천을 어깨에 걸쳐 대각선으로 몸에 두른다.
노란색의 카네는 국왕만이 두를 수 있고, 여성들은 수가 놓인 길고 얇은 천을 쓴다.
푸나카 종으로 들어가는 문은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야 한다.
푸나카 종 출입문 밖에서는 라달(Lhadhar) 깃발이 휘날린다. 경건한 마음으로 경내에 들어선다.
경내로 들어서니 깨달음의 나무인 거대한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넓은 광장을 지키고 있다.
첫 번째 광장주변 건물들은 행정을 관장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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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종(Dzong)은 회랑처럼 네모반듯한 2층 건물이 사방을 둘러싸고, 중앙에는 회랑보다 더 높게
전각들을 배치하여 중심공간으로 활용한다. 푸나카 종에는 세 동의 높은 중앙건물이 있고 그 사이에 세 개의 광장이 있다.
이러한 건물배치가 안정적인 느낌을 주면서 아름다워 보인다.
사방은 벽을 겸한 2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어 두터운 요새의 기능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흰색 벽에 부탄 전통문양을 한 갈색 문틀과 만(卍)자가 조각된 문이 화려하면서도 격조 있다.
건축물은 아름답되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크고 웅장하면서도 위압적이거나 권위적이지 않다.
푸나카 종은 1637년 부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종(Dzong)이다. 현재의 건물은 여러 차례 화재와 눈사태 등으로
소실되거나 훼손되었다가 근래에 복구한 건물들이 많다. 푸나카 종은 팀푸의 타쉬쵸 종과 마찬가지로
행정관청과 사원 건물을 겸하고 있다. 앞쪽은 행정관청, 뒤쪽은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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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광장을 지나면 두 번째 광장으로 여기부터는 종교영역이다. 이 광장에는 푸나카 종의 중심건물인
행정관청이 있는 황금지붕으로 된 6층 전각이 있다. 이 전각에는 랑중 카르사파니(Rangjung kharsapani)라 불리는 보물이 보관되어 있다.
이 보물은 부탄을 건국한 샵드룽(Shabdrung)이 티베트에서 가져온 첸라식 관음보살상이다.
드룩파와 카규파의 시조와 관계되는 성스러운 불상으로 부탄사람은 물론 티베트에서도 중요한 유물로 여기고 있다.
17세기에는 이 관음보살상을 빼앗기 위해 티베트 군이 침공할 정도였다.
세 번째 광장에는 ‘성스러운 등신불 사원’이란 뜻을 가진 마체이 라캉(Machey Lhakang)이 있다.
여기에 연화생 보살인 파드마 삼바바가 남긴 보물 페마링파의 테르톤과 푸나카 종을 만든 샵드롱의 시신이 모셔져 있다.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사원에는 이곳을 지키는 두 스님과 대수도원장 제켐포, 그리고 국왕만이 입장할 수 있다.
푸나카(Punakha)는 1955년까지 300년간 부탄의 수도였다.
현재의 수도 팀푸에 위치한 정부청사이자 부탄불교의 총본산인 타쉬쵸 종의 스님들도 겨울이면
비교적 따뜻한 푸나카 종에서 겨울안거를 한다. 푸나카 종은 ‘행복의 궁전’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어
국왕들의 결혼식이 주로 거행된다. 부탄의 초대 국왕 대관식이 푸나카 종에서 열렸고,
부탄국회가 이곳에서 최초로 개원할 정도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2011년에는 제5대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걀왕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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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카 종은 코끼리를 닮았다는 산 아래에 위치해 있다.
전설에 따르면 8세기 부탄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파드마 삼바바가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다음과 같이 예언을 했단다.
“먼 훗날 남걀이라는 사람이 반드시 이곳에 나타나 이 나라를 하나로 통일할 것이고,
코끼리처럼 생긴 언덕에 큰 성을 지을 것이다.”
예언대로 900년이 지난 후 정말로 남걀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와서 코끼리 형상을 한 이곳에 사원을 세웠다.
그가 바로 부탄왕국을 건국한 샵드룽 나왕 남걀(Shabdrung Nawang Namgyal)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원 건축가가 꿈속에서 파드마 삼바바가 천상에서 기거하는 궁전을 보고 그대로 재현해 지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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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나카 종을 참배하고 나오니 어머니강 모추(Mo Chhu)가 쉼 없이 흘러간다.
모추의 강물은 변함없어 보이지만 지금 흐르고 있는 강물은 조금 전에 보던 강물이 아니다.
조금 전의 나도 지금의 나가 아닐 것이다. 저 하염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모든 것은 항상하지 않고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생각한다.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이치가 그런 것이리라.
다리를 건너 나오면서 붉은 가사와 장삼을 걸친 스님들이 많이 만난다.
티베트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부탄불교는 중생구제를 중심에 둔 대승불교이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를 추구한다. 수행하고 공부하는 스님들은 부탄국민들에게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군인보다 숫자가 더 많은 스님은 평화로운 부탄의 모습을 대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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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는 푸나카 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비탈 고지대에 있다.
숙소에서 내려다보니 포강과 모강이 유유하고 강변에 형성된 넓은 농경지와 마을들이 평온해 보인다.
평화로운 풍경 한 가운데에 푸나카 종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다.
강과 농경지, 여러 마을과 푸나카 종이 주변의 산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이루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푸나카 종에 야간조명이 은은하게 비취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런 모습의 풍경이 옅은 안개에 뒤덮여 안온하면서도 신비롭다.
마을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아침·저녁 집집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던 풍경이 떠오른다. 정답고 포근했던 어릴 적 추억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