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자막으로 봐서 그런지... 이민자의 애환(?)이 더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영어 듣기평가하는 줄 알았다는 후기도 있었고 ㅎㅎ).
그래도 거의 한국어로 진행되는 영화였기에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무려 115분의 러닝타임이 무색할 만큼, 영화 집중도가 높아서 시간이 후딱 간 것 같아요.
어느새 5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다른 멤버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미나리의 엔딩을 함께 보며, 엔딩곡을 함께 들으며, 상영은 무사히 종료했습니다.
영화 수다의 시작은 이번부터 새롭게 도입한, 각자의 별점을 돌아가며 오픈했는데,
3.5점부터 5점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지만, 평균 별4점으로 높은 별점을 받았습니다.
좋은 영화를 알아보는 와씨네! ㅎㅎㅎ
텍스트가 좋은 만큼, 영화 이야기도 아주 다채롭고 풍성하게 오갔습니다.
한국 이민자들의 미국 정착기가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미국에 있는 언니 생각이 났다는 이야기
트럼프 시대 이민자 혐오와 맞물려, 이민자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다시 미국의 위대함 혹은 상냥한 미국인을 회복하는 듯한 것으로 소구되는 것 같다는 미국의 미나리 환호에 대한 분석(?),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미국(아칸소)의 방식을 수용하는 것은 미국인을 위한 결말처럼 보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감독이 어린 데이빗에 자신을 투영하여 풀어낸 자전적인 이야기인 만큼, 아버지와-아들이 메인이긴 하지만, 할머니, 엄마, 누나의 이야기까지 여성들의 서사도 잘 묻어 있었다는 이야기. 더불어, 아버지의 시선이 아니라 어린 데이빗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것 좋았다는 이야기.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라, 회고담처럼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다 큰 데이빗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이 이야기를 과거의 이야기로 박제 시키지 않고, 또 그저 감상적인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지 않아서 좋았다는 이야기.
한편으론, K-장녀라고 할법한 누나의 이미지는 그 전형은 매우 공감이 갈 법하게 잘 잡았으나, 데이빗에 비해 디테일한 부분들은 이야기가 많이 생략되어 아쉬웠다는 이야기.
(❗스포일러 있음 주의 ) 할머니가 갑자기 풍이 오거나, 불이 나거나 하는 장치들이 뻔하게 느껴졌고, 스토리가 진부했다는 이야기.
반면,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일 수 있지만, 영상미와 음악이 그 부분을 탁월하게 보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미국에서 서로를 구해주자고 했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 날, 사고처럼 불이 나고 그제서야 진짜 말 그대로 서로를 구해주게 되는 장치로써, 영화 전체로 보자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사용된 불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우리도 어디 불을 지르자고 했는데... 스읍. ㅎㅎㅎ)
윤여정의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보기엔 언제나 봐왔던 윤여정의 연기인데, 왜 유독 주목받게 된 것인가. 상투적인 할머니를 벗어난 캐릭터가 가진 매력. 또, 일단 영화가 호평을 받았고, 그 영화의 조연을 들여다 봤을 때, 극의 전개를 바꾸는 길목 길목에 할머니가 배치되어, 윤여정의 할머니 연기는 그 바뀌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타면서 세심하게 극의 분위기를 바꾸는 포인트들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이 영화의 전체 톤을 장악한 것은 한예리의 연기였다는 이야기도.)
한국적이기도 하고 미국적이기도 하고, 미신과 종교, 이민자와 미국의 원주민의 역사 코드들이 엿보여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채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텍스트라는 이야기.
딸과 엄마의 재회 장면은, 그리운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떠올릴 때 '이 장면!' 할 만큼 좋았고, 연기도 좋았고, 잘 찍었다.
8월 화투는 왜 자꾸 나오는가. 대지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유...(?)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미국 땅에 심어 놓은 미나리의 뜻에 대해서는 각자 돌아가며,
어떤 의미로 보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 한국 1세대 이민자들에 대한 비유.
금기를 깨는 것에서 서사는 시작이 된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곳에 들어가게 되고, 미나리가 자라는 곳도 그 곳. 그래서 그 장소가 가지는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처절한 시절이었으나, 거리를 두고 예쁘게 잘 표현해 냈다.
미나리 색이 너무 예뻤다.
물만 있어도 잘 자라고,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미나리... 결국 어른 말을 잘 들어야 하나?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그 미나리를 심었다는 점에서...ㅎㅎ)
1차적으로는 이민자의 역사 그대로의 메타포. 영화 속에서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타인의 배려를 통해 찾게 된 희망.
수다떨며 노트하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정리하게 되었습니다만,
정말 영화 이야기를 풍부하게 나눈 시간이었어요.
역시, 좋은 영화는 좋은 이야기를 낳는다는 것을 실감.
다음 모임에서는 또 어떤 영화를 가지고 만날까.
<이장>, <미나리>에 이어 가족 영화를 계속 이어갈 것인가, 다른 화두로 넘어갈 것인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카톡에서 투표를 받을 예정입니다.
후보로는, <미나리>에 이어 미국의 '노마드'들에 관한 영화 <노매드랜드>.
'가족' 주제를 계속 이어나가는, <세자매>, <더파더>.
아예 다른 화두로, (수다 떨다 나오게 된) 메타버스 관련하여 <레디플레이어원> 등의 영화들이 언급되었습니다~
톡방에 투표 올릴게요~!
그럼, 6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다시 만나요.!
(참고로 6월의 이끔이는 초록이 맡아주십니다.😉
초록 다음 이끔이는 초록이 정할 예정이고요. 이렇게 이끔이 돌아가기로 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