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이번 해파랑길 트레킹 여행은 2박3일 일정이다.
나의 트레킹 여정은 먼 거리를 걷고 기록하겠다는 강요가 아니고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즐거움으로 느긋하게 걷고
생소함을 경험하고 때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즐기며 걷고 그 이야기를 여행기로 남겨 보려한다.
해파랑길 2코스는 해운대에서 대변항까지 14km이고
3코스는 임랑해변까지 16.7km여서
두 코스를 묶어 대략 25km정도 걸으면 될 듯하다.
그리고 저녁에 부산에 사는 시골 초딩 친구 미석을 만나기로 했다.
- 걸었던 날 : 2023년 11월 18일(토)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2~3코스 (송정해변 - 해동용궁사 - 대변항 -일광해변 - 임랑해변)
- 걸은 거리 : 28km (약 48,000보, 7시간 30분)
- 누계거리 : 51km.
- 글을 쓴날 : 2023년 11월 29일 저녁.
어제는 해파랑길을 시작했다는 설래임과 즐거움이 있었다.아침 호텔를 빠져 나오는데 부산지역에 밤새 첫눈이 하얗게 내렸다. 부산에서는 정말 귀하디 귀한 눈이다.송정해변으로 나갔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았고 아침 일출은 금방이라도 올라 올 기세이고 햇살은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일출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름 멋이 있고 햇살에 흩어지는 구름은 재미있는 모습이다. 첫눈은 소금을 뿌려 놓은듯 해변 모래밭이 온통 하얗다. 햇살은 새벽의 겨울바다 차가움을 밀어 내며 아침해는 점점 강열한 빛과 뜨거움으로 솟아 오르는데 멋진 장관이다. 나의 한정된 언어의 부족함이 아쉽다. 이럴 때 시인의 언어로 멋진 한 귀절의 시를 쓰면 좋으련만...
아내는 사진 찍는 것을 대체로 싫어 하는 편인데 포즈를 취해 줘서 부부 사진도 찍었다.새벽의 바다 바람은 차고 시리다. 그렇지만 참을만 했고 한참을 걷다 보니 몸에서 열도 나기 시작했고 8시30분 해동용궁사에 도착한다. 우리부부는 절실한 불자는 아니다. 다만 어떤 계기가 있어서 오래전에 둘아 가신 부모님의 천도재를 올려 드렸고 그후 사찰을 자주 가곤 한다. 또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을 올리기도 했다. 해동용궁사에서 30여분간 머물다가 나와 사찰입구 매점에서 호떡을 한개씩 사 먹었다.아침 식사를 안하고 새벽의 찬공기를 마시고 걸었더니 추웠고 따뜻한 오뎅국물까지 마시니 깊은 뱃속까지 따뜻함이 느꼈졌다.해동용궁사에서 대변항까지는 5km거리이다. 대변항은 멸치의 항구였다. 커다란 멸치잡이 조형물이 인상적이였으며 대변항 교차로 입구에서 QR등록를 했다.
이제 임랑해변은 3코스의 시작이다. 대변항에서 쉬어 가려 했으나 쉴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봉대산 등산길로 접어 들었고 봉대산을 넘어 정오 12시 즈음 어느 마을회관옆 의자에서 쉬어 가기로 한다.가져 온 커피를 마시고 사과 한개를 나누어 먹으면서 등산화를 벗고 가져 온 크록스 신발로 바꾸어 신었다.크록스 신발은 어제 발가락이 까인후에 예비 신발로 챙겨 왔었는데 크록스 신발은 앞 볼이 넓어 발가락의 상처에 지장을 주지 않으니 휠씬 편할것 같았다. 그후 끝날 때까지 크록스 신발로 걸었다. 그렇게 기장군청을 지나 일광해변에 도착하고 동백항을 경유하여 임랑해변에 도착하는데 임랑해변 북쪽 끄트머리에 고리 원자력 발전소 건물들이 보였다.평소 하루 일과중에 밥 먹는 일은 빼먹을 수 있으나 1일 2만보 걷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은자여사 왈 ~ 2km 정도 더 가면 월내역이니 거기에 가서 전철를 타고 돌아 가자고 한다. 나는 순간적으로 "아이고 나는 더 못 가것소!" 라고 엄살 했다. 아내는 내 모습이 처량 했는지 "그럽시다"라고 동의 하고 그만 돌아 가자고 한다.동해선 월내역으로 가서 전철을 탔는데 미석친구로부터 전화가 오길 한시간 먼저 약속 장소에 나왔다고 한다.나는 부리나게 약속 장소인 광안리 횟집으로 가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시골친구 두 사람은 부어라~ 마셔라~ 5시간째 술잔을 부디치며 마셨고 자리를 이동해서 또 마셨다. 그 친구는 공직 생활를 마치고 지금은 일반회사에서 대표(CEO)를 맡아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시집을 9권이나 써 낸 멋진 작가이기도 하다.나는 해파랑길을 걷는 동안 때로 친구도 만나고 때로는 동행하며 걷고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가족들도 같이 걸으면서 살아 온 세월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었으면 좋겠다.그러면서 즐거움도 나누고 살면서 혹여 상처가 있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거나 무거운 짐들을 내려 놓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바쁘게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나의 딸들도 같이 걸어 보고 싶다. 오늘 밤새 술잔을 부디친 친구가 고맙다.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세월 후회와 아쉬움이 기억되어 아직도 내려 놓지 못하고 미련을 붙잡고 있는 나의 모습을 느끼고 반성도 했다. "나는 한참을 더 걸어야 겠구나" 라고 나에게 자책를 해 보며 취중에 친구의 "인생사 걷는 길 위에 해답이 있네" 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첫댓글 멋진 풍경을 본 두 분 샘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