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질과학총회 기획연재 - ①
부산 국가지질공원 홍보관은 어디에?
오는 2024년 8월 25일부터 4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지질과학총회(IGC)가 열린다. IGC 총회는 120여 국에서 약 6,000여 명이 참가하는 지질학 분야 국제학회 중 손에 꼽히는 행사이다. 4년마다 열려 지질학 분야의 올림픽으로 알려진 이 행사에는 각국 지질 분야의 전문기관과 업체가 참여하는 전시회와 세계적 석학들의 강연, 전문가 토론, 우리나라와 동북아지역 지질 답사프로그램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하는 지질올림픽을 앞두고 부산시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국 13개 국가지질공원 중 하나인 부산 국가지질공원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부족한 형편이다. 국가지질공원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인증한 공원이다. 부산 국가지질공원에는 장산을 포함해 12개 지역이 지질명소로 지정되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지질공원에 대한 관심을 갖고 부산 시민으로서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지질 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총회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에게 부산의 지질과 암석, 화산 흔적을 전시하고 보여줄 장소가 있어야 한다. IGC 총회가 이제 2년 5개월밖에 남지 않아 전시홍보관을 세운다면 서둘러야 한다. 최적의 장소는 다양한 지질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남구 이기대 인근이 이상적이지만, 부지 매입과 전시물 확보 등에 엄청난 예산과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적은 예산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만들 수 있는 전시홍보관으로 장산구립공원 생태관이나, 벡스코역 동해선과 도시철도 2호선을 연결하는 긴 환승통로를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벡스코역 환승통로는 행사장인 벡스코와 지질명소인 장산에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석과 사진 및 설명 자료판을 전시할 수 있는 긴 전시대를 설치할 수 있어 예산도 크게 들지 않는다.
◇ 장산은 과거 화산으로 부산 국가지질공원 지질명소의 하나
장산은 2013년에 부산 국가지질공원 지질명소로 지정되었다. 다른 명소와 달리 장산의 특징은 화산의 구조를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산에 화산이라니! 지금 상황에서는 믿기지 않은 일이지만 7천만 년 전 장산은 화산 폭발의 중심지였다.
지금의 형태로 볼 때 장산은 화산이 아님이 분명하다. 오랜 기간 동안 침식이 이루어져서 과거의 모습이 모두 사라져버려 화산의 형태는 알아볼 수 없다. 장산이 화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지금의 지질 분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화산의 구조 중 화산 분화의 결과로 넓은 지역이 둥글게 주저앉아 있는 구조를 칼데라라고 한다. 백두산의 윗부분인 천지도 큰 화산 분화가 생긴 후 화산재와 용암이 빠져나간 자리가 주저앉아 생긴 칼데라이고, 여기에 물이 차서 호수가 되어 있는 것이다. 지질전문가인 성종규 박사에 의하면 장산도 백두산과 같은 칼데라였으나 지금은 칼데라의 형태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현재는 칼데라의 형태를 보이지 않으나 그 지질 분포를 통하여 짐작할 수 있는 지질 구조를 ‘콜드론(cauldron)’이라 한다.
콜드론은 우리나라 동남부에 아주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 콜드론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린 것은 ‘백두산 화산학자’로 유명한 부산대학교 윤성효 교수와 그의 스승 고(故) 차문성 교수이다. 두 학자의 연구효시가 바로 ‘장산 콜드론’이어서 장산은 우리나라 화산 연구에 큰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호에는 장산의 화산 형성 과정에 대해 알아본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