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전에 교회에 갔더니 한산하더군요..이어서 강덕희 활동가님께 받은 문자.. "오늘은 두분 뿐입니다..공원도 지글지글..오시면 뜨거운 맛..."
올테면 와보아라.. 흠 역시나 도도한 노고시모입니다.
이미 가보았던터라 컨테이너 안들러도 되는 줄 알았더니 간식, 명찰, 무전기도 챙겨야 하네요. 무전기 이야기에 세연이는 신이 났습니다.
(장난감 아닌데.. 어쨌든 재미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죠 ㅎㅎ)
주말이라서 8711번 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배차간격이 30분~50분으로고무줄이라서 포기하고 오는 마을버스 기사님께 여쭈어보니
난지천공원에 내려서 걸어가라고 하시더군요.
난지천공원은 샛강을 연상하게 했어요. 물까치도 보고 검은날개물잠자리도 봤어요.
(샛강에서 물까치 보기는 힘들어요. 직박구리, 까치,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압도적이에요. 샛강도 사실은 샛천인데 어쩌다 이름이 강이라고 붙었는지~)
난지천공원을 한참 돌아가니 하늘공원 노을공원 사잇길이 나오고 컨테이너 사무실이 나왔습니다.
저번에 주신 <평화의 산책>과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를 정말 마음 깊이, 마음 아프게 읽었던 터라 김성란 박사님을 만나는 마음이 조금 무거웠어요.
난지천에서 물을 길어다가 나무에 주셨던 대목을 읽으면서 생명에 대한 정성이 이정도일 수 있는가 마음이 아팠는데, 직접 난지천을 지나와보니
실제로 얼마나 먼 길인지를 알 수 있더라고요. 오늘 그 거리를 느껴보라고 지난 번과 다른 길로 인도하신 것 같아요.
나무자람터로 가는 줄 알았더니 오늘은 더 가까운 다른 초록철망문으로 오라고 하시네요. 꼭대기 안가고 중간에서 일하는 줄 알고 속으로 좀 좋아했다가 혼났습니다.
그곳은 '관계자외 출입금지' 책에서 보았던 '사면'이었어요. 어떻게 나무를 심을지 짐작이 잘 안될만큼 경사가 급했어요. 매립가스관 밑으로 검은 호스연결관이 빗물급수관이었어요.
동물물그릇도 보았어요. 가까이 내려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길쭉한 수초를 보니 물그릇이 맞는 것 같았어요.
뭐니뭐니해도 철문을 통과하자마자 저희를 환영해준건 고라니였어요. 송곳니가 없었고 좀 작았어요. 제 눈으로는 처음보는 고라니였어요. 저희를 보더니 당황해서
저희쪽으로 몇 걸음 뛰어오다가 사면 아래로 내려갔어요. 고라니는 그렇게 급한 경사에도 구르지는 않겠죠?^^;
곳곳에 펼쳐진 큰 나무들, 작은 나무들, 이건 몇 년전, 저건 언제, 쭉 설명해주시면서 길을 안내해주셨어요. 환삼덩굴의 기세가 대단했는데 환삼위로 50cm쯤 솟아있는 참나무도 있는
반면에 그 밑에 깔려이쓴ㄴ 어린 나무들도 있다고 하셨어요. 꺼내줘야 한다고..
가방안에는 낫이 늘 들어있었지요. 물병도 여러통이었어요.
세연이는 생각지못한 난이도에 힘들었나봐요. 목말라, 힘들어..한번 넘어져서 긁히기도 하고. 올라가서 갈아입히려고 반바지 차림이라 더 아팠을것 같아요.
나무자람터로 가는 지름길 역시 경사가 심하고 그야말로 샛길이라 세연이가 아주 혼이 났어요. 나무자람터에 오니 이런 천국이 있나 싶었지요 ㅎㅎ
오늘은 집씨통을 털어서 묘상에 심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린 나무를 잘 심어주니까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좁은 묘상에 빽빽히 잘 심어야했어요.
강덕희활동가님의 1대1 지도를 받고 가장 효과적인 도구도 골라주셔서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요령을 알았으니 다음에 가면 묘상 1판은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른 자립하는 자원봉사자가 되어서 활동가님들 바쁘신데 시간을 뺏지 않아야 할텐데..
앞으로도 올 것 같은 사람들은 사면도 보여주고 활동 모습 전반을 보여준다고 하셨는데 강덕희 활동가님이 어찌 아시고..
솔직히 안해본 일이고 힘든데 하고 나면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이고 무언가 열심히 땀흘려했다는 보람이 있어요.
아직은 초보지만 언젠가 나무도 잘 심고 낫질도 할 수 있을 날을 기대합니다.
집에 와서 시원하게 씻고 나니 8시가 다 되어서 딸을 데리고 빙수를 먹으러 집 앞의 까페에 갔어요.
올해 처음 먹는 빙수인데 참 행복했습니다. 딸도 좋아했고요. 저희 모녀가 몸도 마음도 노을공원에서 더 단단해지기를 바랍니다.
곧 또 가서 뵙겠습니다.
세연이의 후기를 첨부합니다. 3학년이라서 아직 그림이 많이 등장하는데 앙증맞은 그림을 해석해보세요^^
평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