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문단 제33집』작품원고
모란을 기다리며 외 4작품
조성돈
계절이 바뀌면 벌떡 일어서는 들뜬 마음
고운 자태 속절없이 그리다 온 밤 지샌다오
숱하게 기다린 날들 내내 서성이는 그리움
노란저고리 자주치마 입고 선하게 웃을
그대와 나의 봄이 길잖아도 탓하지 않으려오
짧은 만남 뒤 찾아온 이별 앞에 원망 않고
기쁜 만큼 슬퍼져도 눈물 보이지 않으려오
햇살 좋은 날 찾아올 이 생각에 벌써 설레는
작년
쏟아놓은 붉은 빛깔은 잊지 마라 새긴 정표인가
꽃 입술 핏빛으로 멍든 사연 소중히 간직하고
반드시 돌아올 인연 간절히 손꼽아 기다린다오
더딘 발걸음 안타가워 안달하는 심정
임 그리듯 애타게 봄 밤 뒤척인다오
달
은하강에 배 띄워 놓고
닻 올리는 두보의 친구야 반갑구나
부끄럼 많아 어둔 밤에 뱃놀이 나왔더냐
슬픈 사랑앓이 어루만지며 새도록 달래주는
외로운 이들 넋두리 들어주는 만인의 벗이로다
어여쁘게 빚은 송편 까만 천정에 걸어 놓으면
곱게 수놓은 별 이야기 우수수 쏟아지는
그믐날 밤 새 각시 실눈 뜨고 살며시 웃는구나
홀쭉하게 살 빼더니 그새 통통하게 살 올랐더냐
마실 나온 작은 별들이 몰래몰래 베어 먹었나
조각하듯 뜯어먹고 시치미 떼는 보석별들아
수줍음 많아 별별 손잡고 나들이 나왔더냐
절절하게 펴는 하소연 흔쾌히 받아주고
그리움에 잠 못 드는 사람 위로하며 지샌다
유유히 흘러가는 은하강
새벽녘 닻 내리는 이백의 친구여
오십천. 1
유년시절 잊지 못하는 연어들의 놀이터
그들도 고향 찾아 다시 돌아오건만
한번 흘러가면 그만인 저 물길이여
좋은 싫은 세상이야기 등에 업고 유유히
죽서루 옆에 끼고 한가로이
바람 붓으로 결 무늬 그리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음에 퍽도 그리워지겠네
맞잡은 손 길고긴 끈 굽이굽이 오십 굽이
수많은 인연과 인연 맞이하고 보내는
반가움에 섭섭함에 놓을 수 없는 손과 손
점점 탁해져가는 세상 정화하고 맑게 비추면
하늘 구름도 푸른 산 이웃하고 놀러 나오겠네
또다시 찾아오는 새로운 만남과 이별 품고
끝없는 생의 여정 거스름 없이 흘러가겠네
어미 품 같은 그대 곁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인생도 그러하네
그리움 깊이 잠겨있는 연어들의 고향
오사리
남향 바라보고 있는 양지쪽 작은 마을
마음속에 남아있는 고향 닮은 곳
온갖 철새들이 찾아드는 따뜻한 품
시절 따라 들려오는 각기 다른 새소리
강산에 안겨있어 넘는 정 퍼주는 사람들
강마을 다정히 손잡고 곡선 긋는 오십천
종일토록 조근 조근 속살거린다
비온 뒤
산허리 비스듬히 걸린 무지개 뜨면
봄소식 일러주며 미소 짓는 붓꽃 길
보라 붓은 난 치고픈 강직한 선비들이다
텃밭 나무새며 땀내 나는 잡곡들 펴놓던
노점상인 정이 할매 가신지 몇몇 해인가
도라지꽃 좋아하던 그 할매 그리워져
동네 어귀는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다
꿈속에서 만났던 그리워하던 풍경
죽서루 ‧ 2 [테마시]
긴 세월 무색하게 고고한 맵시
살짝 든 처마 끝의 곡선미 탄식하는 댓잎소리
문학의 향기 품어 문객의 발길 끌어들이고
누각 언저리 감아 도는 짙푸른 저 강물은
떼 낼 수 없이 맞잡은 질긴 인연인 것을
늘 함께여서 마주치는 시선마저 익숙하네
한 곳으로 향한 고개 한결같은 회화나무
누각주변 서성이며 보낸 세월이 얼마인가
등 굽은 몸이지만 절개 지키는 여인 같아라
생 다할 때까지 서서 임 바라기로 산다네
오죽 오솔길 따라 송강의 숨결 접견 할 제
가사 별곡에 녹아있는 팔경이 보일 듯 말 듯
회화나뭇잎 들락날락 검은 나비는 그의 혼인가
긴 세월이 빚어낸 고풍스러운 멋 풍기는
팔경중 제 일루답게 듬직하고 위풍당당하여라
각기 다른 기둥 지탱하고 중심 놓지 않는 뚝심
흐트러지지 않는 기상 선비의 기개가 엿보이네
* 호:은진 恩縉
* 강원대학교 문창과 졸
* 2008년 월간 「문학세계」신인문학상 등단
* 2016년 시집 「달빛」출간
* (사)세계문인협회 정회원, 두타문학회회원,
한국문인협회 삼척지부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