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거칠산국, 너 이름이 무슨 뜻이니?
◇ 거칠산국과 철마 구칠리·갈치재
먼 옛날 동래지역을 중심으로 존재했다는 거칠산국의 이름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전해지는 학설로는 ‘거칠다’의 의미를 부여하여 역시 거친 산이라는 뜻의 황령산(荒嶺山)을 중심으로 발전한 국가라고 한다. ‘거칠다’의 의미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장산(萇山)의 장(萇)과 동래(東萊)의 래(萊)도 거친 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거칠산국의 ‘거칠’은 ‘거칠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까?
본디 우리 민족은 결코 이름을 허투루 짓지 않는다. 모든 사물마다 합당한 고유의 이름을 붙여 저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사실을 바탕에 두고 살펴볼 때 거칠산국의 ‘거칠’을 단순히 ‘거칠다’란 뜻으로 받아들이기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거칠산국을 더듬기 시작했다.
◇ 거칠산국의 ‘거칠’은 ‘크다’란 뜻
그 결과 찾아낸 지명이 바로 철마의 ‘구칠리’다. <디지털부산문화대전>에는 구칠리에 대해 다음과 기술되어 있다.
구칠리는 원래 구칠리(仇柒理)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였으나 뒤에 구칠리(九七理)라고 하였다. 이칭으로 구칠(九柒)·구칠(邱漆) 등을 사용한다. 이 다양한 표기에 대해 주민들은 이곳에 큰 옻나무 아홉 그루가 있었기에 마을 이름을 구칠(九漆)이라 하였고, 그 옻나무가 언덕 위에 자생하고 있으므로 구칠(邱漆)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또 옻독으로 원수 같은 나무라 하여 ‘원수 구(仇)’ 자로 구칠(仇漆)이라 하였으며, 후에 구칠(九七)로 표기가 변하였다고 전하지만 실제로는 인근의 갈치재와 관련된 지명으로 보고 있다. 철마면과 기장읍을 연결하는 큰 고개인 갈치재는 구칠재로도 불렀는데, 이 두 명칭 모두 거칠재의 변음으로 본다. 이때 거칠의 의미는 원래 ‘거칠 황(荒)’이 아니라 ‘클 대(大)’의 뜻을 담고 있어 큰 고개를 뜻한다고 국어학계에서는 해석한다.
만일 거칠산국의 ‘거칠’을 ‘크다’의 뜻으로 해석하면 거칠산국은 큰 산의 나라가 되며 실제 철마 지역의 크고 높은 산과 관련이 깊어진다. 그러면 장산(萇山)의 장(萇)과 동래(東萊)의 래(萊)도 ‘거칠다’란 멍에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거칠산국을 ‘큰 산의 나라’라고 정정하면 비로소 우리 지역의 향토사가 바로 정립할 수 있게 되리라. 설마하니 우리 조상들이 나라 이름을 정함에 있어서 ‘거칠다’란 뜻을 나라 이름에 부여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