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녹색항구도시 비전
기후위기 시대, 도시와 시민의 새로운 선택 < 해운대에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다 ③ >
2025년 6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올해 연말까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7월 1일 해양수산부는 ‘부산 이전 추진기획단’을 발족하며 본격적인 이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정부 발표는 단순한 부처의 물리적 이동이 아니다. 항만과 바다의 주도권을 중앙정부가 아니라 부산 시민이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전환의 기회다.
우리 해운대는 부산의 대표적 해안도시다. 부산은 한국의 관문 항만이자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항만정책은 언제나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있었고, 부산시민은 항만운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교통혼잡·소음과 같은 부담을 더 많이 떠안아 왔다. 이제 해양수산부의 이전을 계기로 부산은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녹색항구도시’(Green Port City)라는 미래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
녹색항구도시는 단순히 ‘친환경 항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항만 운영권, 에너지 체계, 선박 전환, 국제 물류 전략, 해양환경 보전, 시민 참여를 아우르는 종합적 변화다. 세계의 항구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으로 나서고 있는 지금, 우리 부산과 우리 해운대도 국제 흐름에 부합하는 비전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 항만자치권 확보 - 중앙집중에서 시민주권으로
부산항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관리한다. 부산항만공사는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이며, 정책 결정의 틀도 대부분 중앙정부에 속해 있다. 항만 개발로 인한 부작용은 부산시민이 감당하면서도 의사결정에서는 배제되는 구조가 이어져 왔는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항만 자치권을 중앙정부에서 부산시민에게 이양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항만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 조성 - 자급형 로컬 그리드
항만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곳이다. 컨테이너 크레인, 냉동창고, 조명과 물류 장비가 모두 전기에 의존한다. 지금까지는 중앙집중형 전력망에 의존했지만,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이제 지역 분산형 에너지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해양수산부 이전에 즈음하여 부산 지역에도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같은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추진하여 녹색항구에 걸맞는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친환경 선박과 조선산업 혁신 - 해운의 녹색 전환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 탄소배출을 ‘넷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NG 선박이 과도기적 대안으로 쓰이고 있지만, 이제는 그린메탄올, 암모니아, 수소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의 머스크(Maersk) 해운은 이미 그린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운항 중이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메탄올 벙커링 기지를 가동하며 국제 친환경 연료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부산은 조선·수리·해운 산업의 집적지다. 이 강점을 살려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과 연료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 국제 녹색해운항로 허브 구축 -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는 저탄소 해운항로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FuelEU Maritime 제도를 통해 유럽 항만을 오가는 모든 선박에 엄격한 탄소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과 중국도 자국 항만에서 친환경 선박만 접안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부산은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자, 유럽·동남아·북극항로를 연결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부산도 이제 친환경 저탄소 및 탄소중립 선박 중심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 항만 대기질 개선 - OPS 도입으로 정박 중 배출 제로
부산항 정박 선박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는 부산 시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는 벙커C유 연소에서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육상전력공급(OPS, Onshore Power Supply)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로테르담, 함부르크, 로스앤젤레스항은 이미 OPS를 도입해 정박 선박에 육상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부산도 정박 중 벙커C유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OPS를 구축하여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 시민 주도형 협동모델 - 항만 민주주의
항만의 미래는 시민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항만정책에서 시민은 수동적 위치에 있었다. 이제는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친환경 항만 개발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 주도형 협치모델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정치·행정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부산 시민이 미래의 해양, 수산, 항만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역사적 기회다. 낡은 항만도시의 타성에 머물러 지역 소멸의 위기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녹색항구도시’라는 새로운 미래비전을 열어 갈 것인가, 선택은 우리 부산시민에 노력에 달려 있다.
황상규 / ESG평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