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봉에서 바라본 천왕단(天王壇)은 오르는 능선길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천왕단으로 가다 중간지점의 능선에서는 세차게 불던 바람도 멈추고 싸늘한 날씨도 따뜻해진다. 마치 다른 세상처럼 신비롭게 변하는 기후 속에 온갖 야생화가 자리잡고 있다.
웅장한 자태를 보인 천왕단은 태백산 정상(해발 1,560m 영봉)에 위치한 태백산 천제단의 중심이자 가장 규모가 큰 제단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제천(祭天) 신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외벽은 자연석(편마암)을 둥글게 쌓아 올린 원형(둘레 약 27.5m, 높이 약 2.4m)인 반면, 내부의 제단은 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다. 이를 두고 대다수 의견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 천원지방(天圓地方)’는 동양의 전통적인 우주관과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시각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동의하기 어렵다.
본래 천원지방이라 함은 어디까지나 기단과 제단의 모양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기단이 네모지고 제단은 둥근 형태라야 천원지방의 이치에 맞는다. 실제 천왕단의 제단은 네모지나 단지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돌벽이 둥근 형태일 뿐이다. 제단이 아니라 둥근 돌벽이 둥근 하늘을 상징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럽다. 돌벽은 돌벽이지 결코 제단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왕단으로 오르면 내부 중앙의 사각 제단 위에는 ‘한배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자연석 비석이 세워져 있다. 한배검은 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태백산은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쳐 민간신앙 및 무속, 그리고 동학과 대종교 등 신종교의 성지로 대를 이어왔다. 매년 개천절(10월 3일)이 되면 이곳 천왕단에서 국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천제(天祭)가 봉행되며, 강원특별자치도민체전 등 지역의 큰 행사가 열릴 때 성화 채화 장소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천제단은 한국전쟁 때 헬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크게 훼손되고 무너져 방치되어 있었다. 이에 1967년 인근 봉화·태백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천제단을 다시 민간 주도로 중수(복원)하고 천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이 복원 과정에 민족종교인 대종교 관계자들이 깊이 관여하면서 한배검 비석이 제단에 세워지게 되었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