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출발은 전남 여수에서
- 이름 변상구 / 배번5287 / 기록 4:18:16초 / 골인점 통과 장면 -
변상구 (2020.1.12. 여수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다.)
대회 전날인 토요일이다.
오후 늦게 막내 동생과 전남 여수로 출발했다.
부산 광안리에서 동서고가도로를 타고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문산휴게소에서 쉬어갈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시원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느림보 차량을 만나면 추월도 했다.
생각하고 있던 문산휴게소가 가까워졌다.
마음 놓고 달리는데 바깥 차선에 빠지는 길이 보였다.
당연히 휴게소거니 하고 핸들을 꺾었다.
그 순간, 뭔가 불안했다.
아차하는 순간에 길을 잘못 들었다.
휴게소를 들른다는 게 문산ic로 나가고 있었다.
고속도로 주행중에 이런일이 발생하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가끔 후진하는 차들을 보기는 하였지만
그건 대형사고를 자초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ic로 접어든 이상 요금을 지불해야 하고, 톨케이트를 통과한 후 유턴을 해야 한다.
그곳 ic는 낮선 곳이기에 유턴 지점을 알 수가 없다.
요금소 직원에게 길을 물어 보았지만
초행 길에 그곳이 어디인지는 물으나 마나한 질문이다.
갓 차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어딘가는 유턴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바깥 차선을 선택한 게 또 두 번째 실수였다.
첫 사거리에서 조금만 직진하면 유턴지점이 있는데도 그걸 몰랐던 나는 우회전을 해버렸다.
조금 가면 되겠거니 했으나 한참이나 달려가야 했다.
어째든 좌회전 신호를 만났고, 그곳에서 차를 돌려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문산ic에서 조금 떨어진 문산휴게소로 들어가니 어둡기는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밝은 낮에는 들른 적이 있으나 밤 시간은 처음이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동생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둘이서 교대 운전을 하려고
미리 자동차보험회사에 소액을 지불하고 특약으로 가입했다.
- 마라톤대회장이 있는 여수항 -
섬진강을 건너 순천, 광양, 이순신대교를 건너 여수로 들어갔다.
자동차전용도로를 타고 오동도 근처의 진남로로 차를 몰았다.
하멜등대 쪽인 진남로에 도착하니 야경이 현란했다.
모든 업소들이 불을 켜서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항구의 횟집과 식당들이 끝없이 늘어섰고, 색색의 점멸등은 어느 외국의 관광지를 보는 듯 했다.
그곳 바닷길과 골목을 누비면서 맛집 찾기에 나섰다.
한 바퀴를 거의 다 돌았을 때 작은 건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건물은 허름했으나 분위기는 꽤 괜찮아 보였다.
옆 골목에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예상은 적중했다.
27년째 운영중인 식당인데 주인 여자가 편안해 보였다.
푸짐한 음식으로 배를 불리고 밤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거북선이 있는 '여수해양공원'을 찾아가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용 모양의 육교로 올라서니
여수의 밤바다가 품에 안길듯 가까이 펼쳐졌다.
화려한 조명에 밤 공기는 무척이나 깨끗하고 상큼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는 데
역시 여행은 이래서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 건너편 건물에서 커다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몇 번 들렀던 단골 찜질방은 건물이 작은데
저곳 찜질방은 규모가 크고 붉은색 글씨로 '찜질방'이란 글자가 멀리서도 보인다.
오늘은 무조건 저곳에서 묵기로 작정하고
야간 드라이브를 나섰다.
내일 있을 '마라톤대회장'과 '여수엑스포박람회장'을 둘러보며
문화재로 등록된 '마래터널'과 '만성리해변'까지 돌아 오기로 한다.
- 이순신 광장에 있는 전라좌수영 거북선 -
지산공원이 있는 지산터널을 통과하면 오동도 진입로다.
짧고 예쁜 지산터널을 통과하자 오동도 입구가 나왔고, 그곳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곧바로 직진하여
'여수세계엑스포박람회장'의 건물들을 보면서 '여수엑스포역'으로 차를 몰았다.
내일 마라톤대회가 그곳 엑스포역 앞에서 열린다.
엑스포대로를 달리다가 우회전을 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대회장은 준비가 완료됐고 인적없이 조용했다.
다시 차를 돌려 마래터널로 향했다.
마래터널은 일제 강점기에 군사도로로 만들어졌고,
길이 640미터에 높이 4.3미터이다.
왕복차선이 아닌 차량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터널이다.
폭이 아주 좁은 터널이지만 왕복 운행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그만큼 신비한 터널로서 여행객들은 오동도에 오면 마래터널을 찾는다.
일본군이 노역자를 끓어모아 쇠망치와 정으로 터널을 뚫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다.
보존가치가 있다며 등록문화재 제116호로 지정되어 있다.
터널 중간에 5곳의 대피소가 있는 데
하행 차량은 직진을 하고
상행 차량은 100미터 마다 만들어진 대피소에서 맞은편 차량이 보이면 피해줘야 한다.
아슬아슬한 숨박꼭질 방법이다.
그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만 그곳 만의 매력이고 자랑이다.
- 쇠망치로 뚫은 '마래터널' 입구 -
그랬던 마래터널이 달라졌다.
이번에 확인된 바로는 신호등이 붙어 있다.
지난해 까지 없었던 신호인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정지 신호인 적색등이 두 개나 불이 들어와 있었다.
한 참을 기다리니
승용차 두 대가 굴에서 빠져 나왔고,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녹색 신호로 바뀌면서 터널로 진입했다.
이런 신호는 몇 년전 울릉도에서 봤는데
여수에도 울릉도와 똑 같은 신호등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제 좁다란 굴을 통과하는 데
아슬아슬한 스릴이나 숨박꼭질은 없어졌고,
쉽게 통과할 수 있게끔 편리해졌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생기면서 매력적이지도 않다.
- 터널로 진입하라는 '녹색신호등' -
마래터널을 통과하여 레일바이크가 있는 망양로를 따라갔다.
망양로를 지나면서 만성리 해변으로 직진했으나
횟집, 음식점들은 모두 불이꺼져 있다.
조용한 시골의 풍취가 그대로 느껴졌다.
다시 차를 돌려 거북선대교로 건너 갔고,
돌산공원을 한 바퀴 돌아 돌산대교로 건너왔다.
낭만포차가 있는 밤 풍경을 보면서
해안길을 따라 야간 구경을 마치고 찜질방을 찾아갔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이 있는 그곳에 찜질방이 붙어 있었다.
무료로 사용되는 넓은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들로 가득했다.
뱃머리 한쪽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프론트에 가족을 동반한 몇 명의 손님들이 계산을 하고 있다.
내 차례가 되어 카드를 내밀자 1인 15,000원으로 45,000원을 계산한다.
왠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한 시설이 되었거니 생각했다.
찜질복을 받아들고 사우나로 가는 데
역시 어리어리한 시설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달아났다.
그만큼 시설이 잘 돼 있다.
손님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TV를 보는 손님도 없었다.
찜질방 앉아 바라보는 야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통유리 바깥의 밤바다는 황홀함 그 자체였다.
드문드문 야간 조업을 떠나는 소형 배들이 있을 뿐
주위가 조용했다.
-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이있는 건너편 풍경 -
다음날(12일) 아침이다.
일찍 잠자리에 깨어서 씻고 마라톤 복장으로 갈아 입는다.
찜질방 근처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행사장으로 갔다.
아직은 일찍은 시각,
먼거리에서 이른 새벽에 달려온 대절 버스들이 속속 도착했다.
찜질방을 나올 때 없던 바람이 불어왔다.
가로수가 바람에 계속해서 흔들였다.
대회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시간을 보냈다.
출발 시간에 맞게 내려야 몸이 덜 춥다.
출발시간 30분 전에 차에서 내려 물품보관소를 찾았다.
겉옷을 벗어 가방과 함께 보관소에 맡겼다.
겉옷과 가방을 맡기고 부터는 빈손이다.
내 손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도 들려 있지도 않다.
맨몸으로 42.195킬로미터를 뛰어야 하고, 무사히 이곳까지 달려와야 한다.
- 속속 도착하는 선수들 -
출발신호와 함께 스타트 라인을 밟는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중간에 포기는 없다.
특별하지 않는 한 42.195km는 달려야 한다.
첫 번째 반화점은 오동도 이고
두 번째 반환점은 향일암으로 가는 우두리 마을이다.
세 번째는 여수엑스포박람회장을 거치며 마래터널도 통과한 후,
만성리 해변과 모사금 해수욕장,
그리고 신덕해변을 지나 한구미터널을 지나가면 세 번째 반환점이 나온다.
그곳 세 번째까지 돌아서고 났을 때
내 앞과 뒤로는 많은 선수들이 주로를 메우고 달렸다.
이번 대회는 완주가 목표이고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더욱이 막내 동생과 함께 달리니 힘도 덜들고 기분도 좋다.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 언덕과 내리막을 계속해서 만났다.
얼마쯤 지났을까,
만성리 해변에서 마래터널을 빠져나오며 골인점이 가까워졌다.
남은 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 골인점이 코 앞인데 느릿하게 뛸 이유가 없다.
- 출발점인 동시에 골인지점 -
최선을 다해 힘껏 달린다.
아무리 언덕으로 유명하다 하더라도 대회가 끝나간다.
엑스포역 삼거리는 행사 관계자들과 경찰이 합동으로 교통을 통제한다.
그 분들이 고마워서도 질주에 질주한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골인지점을 빠르게 통과한다.
대회 기록이 나쁘지는 않다.
동계 훈련겸 마니아들만 찾는다는 곳이니 다른 대회와는 비교를 할 수 없다.
이번 대회에 현장접수도 생각보다 많았다.
준비된 배번이 몽땅 떨어져서
신청하지 못한 선수들이 번호 없이 그냥 뛰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2020년 첫 대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여수에서 시작했다.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첫 대회를 치렀으니
월 1회 이상의 풀코스 완주는 무난하리라고 본다.
- 이번 대회의 기록표 -
지금은 인생 백세 시대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마라톤 대회장에 나가보면 칠십 어른은 어렵지 않게 만난다.
매일 숨 쉬기만 하는 분들은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좋을 수도 있고 살아가는 데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숨 쉬기 운동 밖에 몰랐던 사람이다.
백 미터를 가도 오토바이를 탔고, 버스 한 정거장을 가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나이 마흔 중반에 운동을 시작했다.
반바지를 얻어 입고 시장에서 구입한 싸구려 운동화를 신고부터 인생이 바뀌었다.
딱 한 번만 해보려고 했던 것이 지금은 마니아로 등극했다.
작년에 풀코스 100회를 완주하고 신문 방송에도 이름을 알렸다.
신문사 사장이 준 풀코스 100회 완주패도 기념으로 받았다.
이제 또 다시 도전이다.
풀코스 200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여름부터 시작한 게 벌써 8회 째 완주했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빠를 수도 있다.
경자년 새해에 도전하신 분들께 건투를 빈다.
- 완주 후 떡국으로 배를 불리고 대회장을 나오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