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_ 김건유(강원 동해 남호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이 아침에
오늘 일기를 쓰랬다
일주일에
겨울 두 번 쓰는데
일기 쓰는게
나는 정말 어렵다
선생님은
그냥 있었던 일
그냥 써라 하는데
우리한테는 그게 더 어렵다
일기 걱정에
애들은
다 고개 푹 숙이고 있다
우리 선생님만 그걸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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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하면 떠오르는 심상이 2가지입니다. 하나는 순수함이고, 또 하나는 미숙함입니다. 이 모든 것이 본래의 것과 가깝다는 증거들입니다. 순수함은 하나님의 속성이고, 미숙함은 자랄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어른이 보기에 무언가 모자란 부분들은 어쩌면 어린이들의 어린이됨을 나타내는 증거일 껍니다. 그러니 그것을 가지고 뭐라 해서는 안 되겠지요. 미숙함이 점차 완숙함으로 바뀌어 가는 것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이르게 됩니다. 그러니 어른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하고 나무라는 것은 어린이들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일 껍니다. 어른들의 조급함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시는 아이의 솔직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지금 지우의 마음과 어쩜 이리 같을까요? 일기는 지나고 나면 풋풋한 웃음을 자아내고 과거로 소환하는 매개가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 훌쩍 커버린 어른들의 생각입니다. 일기는 아이들에게 있어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는 노동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면 그런 거지요. 이 아이의 마음을 다른 아이들은 다 아는데, 선생님만 모르고 있습니다. 어느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 이듯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입니다. 아이들은 언제쯤 정형화된 어른들의 생각과 판단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요? 어린이들의 마음을 한 번 헤아려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있는 곳이 천국입니다. <20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