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어 ‘지렁이’의 옛말인 ‘디이’는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디로ᇰ이’는 한자어 ‘디료ᇰ(地龍)’에 접미사 ‘-이’가 결합한 ‘*디료ᇰ이’에서 제2음절의 반모음 ‘ㅣ’가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 이후로는 ‘디로ᇰ이>*디롱이’의 예가 문헌에 보이지 않고 ‘디룡이’의 예만 보이는데, 실제로는 중세국어 시기부터 근대국어 시기에 이르기까지 ‘*디료ᇰ이>디룡이’와 ‘디로ᇰ이>*디롱이’가 공존하였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18세기에 ‘ㅣ’ 모음 앞에서 ‘ㄷ’이 ‘ㅈ’으로 변하는 ㄷ구개음화에 따라 ‘디룡이>지룡이’로 변화하였을 때 ‘*디롱이’ 역시 ‘*지롱이’로 변화하고, 여기에서 제2음절의 모음 ‘ㅗ’가 ‘ㅓ’로 변화하여 현대 국어의 ‘지렁이’ 형태가 등장하게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