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자마자 배낭을 꾸렸다 항상 아쉬웠던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마자
다른건 생각해볼 여지가 없이 내가 진심 원했던것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망설일 것 없이 첫 배낭여행지를 인도로 정하고서 티켓을 끊었다
혼자하는 자유여행이다보니 첫번째로 할일은 인도 비자를 받는 일이다
비자를 대행하기보다는 서울에 올라가 직접 비자를 받으러 갔더니 아침일찍부터 긴줄이 늘어서 있다
인도여행의 열기가 느껴진다 지금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인도는 주로 타지마할이나 바라나시가 있는 북부를 중심으로 여행하는데 나라가 큰만큼 갈 곳이 많다
인구가 많고 쓰레기가 널려있고 온갖신앙들이 다 모여 있는곳 인도의 어떤 매력이 나를 이끌었을까
우리네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들이 내 호기심을 더 자극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가보는 곳이고 낯선곳일수록 여행에 더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오래전부터 인도에대한 환상이 있었다
명상을하고 소들이 어슬렁거리는 나라 사막가운데 아라비안나이트가 있을것 같은 나라
인도는 내여행지 버킷리스트에 첫번째로 자리잡은 나라다
인도 중부에 있는 제2의 도시 뭄바위에서 시작해 국경을 넘어 네팔까지 올라가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트레킹까지 약 석달간의 배낭여행 이야기를 기억에서 꺼내 다시 생각해본다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오고가질 못해서 언제 다시 가 볼 수 있을 것인가
마음대로 나돌아 다닐수 있었던 지난시간들이 소중했었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다
여행은 상상이 아니라 실전이지만 인도라는 낯선 땅에서 부딪치며 경험했던 일들을
다시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동화속처럼 아기자기한 꿈을 꾸듯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인도로 떠난다
인도는 같은 아시아권이라해도 웬지 멀게 느껴지는 나라다
처음이다 보니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석달동안의 코스를 짜며
정보를 얻느라 가끔 들렀던 인도여행카페에서 동행자를 만나 같이가기로했다
마침 인도여행경험이 있다는 동행자가 호텔 룸쉐어를 같이 하자는 것이다
인도라는 나라가 사실 혼자서 처음 여행하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웠는데 잘 된 셈이다
온라인으로 몇번 수인사 끝에 서로 얼굴도 모른채 뭄바위공항에서 만나기로했다
설레는 마음을 부여 잡고 밤11시경 내가 제일먼저 도착해서 보니 말로만 듣던대로 역시 사람이 많다
혼잡한 공항로비에서서 두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새벽1시가 넘어 갈 무렵 쏟아져나오는
인도인들 틈에 한국인이 보였다
보니 혼자가아니고 여자사람도 한명 동행자로 같이 오는 게 아닌가
인도여행경험이 있다는 남자하나에 인도에 처음인 여와 나
셋은 그렇게 다들 처음으로 만나 다소 얼떨떨한 가운데 인도여행을 시작했다
호텔에서 픽업나온 차를타고서 어둑한 어느 뒷골목의 허름한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온라인으로 호텔을 예약했다고 했는데 내용하고 달랐는지 우리를 리드하던 친구의 표정이
좋지않아 보였지만 밤도 늦고 어찌하는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인도에서의 첫날은 잘맞지않는 옷을 입은것처럼 좀 어수선한 가운데 지나갔다
다음날 뭄바위에서 시내 관광후 기차를타고 고아해변으로 갔다
리드하던 친구의 여행목적이 해변에서 휴가를 멋지게 보내는것이었는데
내취향은 아니었지만 일단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기차타기는 인도에서 첫번째 과제다 식민지시절 영국인들이 인도전역을 거미줄같이 연결해 놓은 기차는
인도여행 준비에 있어 필수과목이나 다름없었다 기차를 잘 이용할 수 있어야만이 여행이 편한 것이다
기차역에 외국인 전용창구가 있고 남여칸이 구분되어있다
그런데 우리팀의 여자사람을 혼자 여칸에 보낼수 없지않은가
남자칸에 셋이 함께 탈수밖에 없었는데 터번두른 인도남자들의 수많은 고개가 일제히 반바지만 입은
동양인 여자로 향하던 호기심어린 눈동자를 잊을수가 없다
고아는 해안길이만 몇킬로나 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해변이다
방둘딸린 방갈로같은 집을 며칠 빌려놓고 해수욕도하며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
낮엔 조그만 스쿠터를 한대 빌려서 셋이 해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조그만 바이크에 셋이 타려면 리더가 운전하고 여자사람이 가운데 타고 내가 제일 뒤에
탈수밖에 없었는데 생각보다 쉽진 않은 일이다
밤이면 셋이서 맥주보다 싼 양주를 사가지고 와 매일밤마다 한병씩 마셔댔다
그때 여자사람이 고추장에 멸치를 가져왔는데 양주에 안주라곤 멸치만
찍어먹어도 나름 재미 있었던 것같다
그렇게 며칠 지내다보니 다들 처음 만났지만 많이 편해졌는데 삼십후반에 둘다 미혼남녀인
친구들과 같이 보내는게 부담스럽기도하고 언제까지 여기서만 마냥 시간을 보낼수도없었다
그래서 다음날은 자전거를 한대 빌렸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시내까지는 반나절이나
걸리는 먼거리였지만 운동삼아 구경삼아 타고 나왔다
초행길에 물어물어 가며 함피가는 버스표를 사가지고 왔는데 갑자기
둘사이가 냉냉한게 예전같지가 않다
커플처럼 잘 어울리길래 둘이서 잘 되기를 바랬었는데 무슨일이 생긴 모양이다
알고보니 둘이서 바닷가에서 놀다가 파도에 휩쓸려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그와중에 둘사이가 틀어진 모양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일주일만에 각자의길로 가기로했던 모양이다
리더인 친구는 거기 계속 있을모양인데 나는 내일 함피로 떠날 예정이고
여자사람은 아는 가이드언니가 마침 남쪽에 여행차왔다는데 일단 그쪽으로 갈거라고 한다
그런줄 알았는데 문제는 막상 혼자 여행하려니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나한테 조심스레 물어본다 '저랑 같이 갈 수 없을까요?'
'네 근데 저는 네팔까지 올라갈건데요' '그래요 잘됐네요 저도 네팔 포카라까지 가는데요'
사실 그때만해도 누구랑 같이 다니기에는 내 자유로운 영혼이 거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정이 딱했다 인도라는 나라가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일단 남쪽에 있다는 아는언니를 만나고와서 내 다음 목적지인 함피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예정에 없이 그렇게 아쉬운 발걸음들을 뒤로하고 각자 갈길을 서둘렀다
지금부터는 놀던 것은 끝내고 본격적으로 인도생활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는 셈
이젠 이 낯선 인도라는 나라에서 혼자 스스로 해결해야만 할 일들이 많았다
음식도 그렇고 화장실이나 주변에 어질러진 쓰레기들에 적응이 안돼지만 일주일이 고비였다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환경에 차츰 적응해 나가는 나를 보게된다
길거리를 가다보면 리어카에서 짜 파는 단수수를 참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도 어렸을때 먹던 맛이라 한번 먹어보고는 싶지만 좀 불결해보여서 차마 먹지 못하다가
열흘째쯤에는 한잔사서 마시게 됐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당연 구경할 수도 없고 닭고기만 어쩌다 좀 맛 볼수 있을까
향이 독특한 커리에 익숙해지는 게 처음엔 힘들다
술도 주마다 달라서 아예 팔지않는 주도 있고 파는 곳도 아무데서나 팔지도 않는다
그래도 어렵게 생각했던 기차를 막상 표를 끊고 타보니 별로 어렵지 않다
함피는 고아해변에서 그렇게 멀지않은곳이라 버스를 한번탔던 것으로 기억된다
강건너 마을에 배를타고가서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정하고 나와보니 사방이 돌이다
여긴 돌무더기 천국이라서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시야가 닿는
넓은 지역 전체가 돌멩이들로 쌓여있다
크고작은 돌멩이들만 온통 모여 있으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의 돌멩이는 전부 모아 놓은듯 그사이에 아주 오래된 고대 도시의 유적도있다
특이한건 돌로만든 마차가 있는데 바퀴까지 돌로만들어놔서 굴리면 굴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여길 다 둘러보려면 바이크든지 아니면 자전거라도 있어야한다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 옆에 멋진 카페가 있어 스프를 먹으러 몇번 간적이 있다
대나무로 엮어만든 확트인 이층은 무척 시원했는데 우리 왕실에서 쓰던 보료같은게 놓여있고
히피족같은 서양애들이 비스듬히 누워서 하루종일 죽치고있다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던 말이 실감난다
물가가 엄청싸고 영어가 통하고 여행자들이 왕처럼 서비스받는 나라가 인도다
그때만해도 인도초보인 난 이층은 요금을 더 받는줄 알았다는~
유적지 한복판에 있는 마팅가 힐이라는 바위산에 일출을 보러 많은 여행자들이 아침일찍 올라간다
바위산에 앉아 아침 명상을 하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거기서 혼자여행중이던 한국분을 만났다 비슷한 처지다보니 그분 숙소에까지 가서
식사도 같이하고 시간을보내다 보니 밤이 늦어버렸다
내 숙소는 강건너에 있어 배를타고 건너야하는데 이미 배가 끊겼다
혼자라도 타고갈려고 뱃사공을 찾았더니 너무 비싼값을 부른다
할수없이 그분 숙소에서 자고 아침에 배를타고 숙소에 돌아왔다
하룻동안 잠깐 만난사이라지만 잊을수없는것이 네팔여행중에 사귀었다는 네팔 현지인
전화번호를 적어준 것이다
네팔에 가거든 꼭 전화해보라는데 그때만해도 대수롭지않게 생각해 수첩한귀퉁이에 적어놨던 것이
한달후 네팔에 갔을때 생각지도 못한 이야깃거리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함피에서 며칠은 인도에서의 첫 홀로서기였다 역시 배낭여행은 내맘대로하는 맛이있다
자유롭게 내 하고 싶은 대로 다니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모르겠다
그렇게 며칠을 함피에서 보내고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날인데 여기서 만나기로 한사람이
연락이 닿질않았다 당시는 인터넷 사정이 열악한데다 숙소에서조차도 와이파이사정이
썩 좋지않고 조금만 밖에 나가도 불통이던 2G폰 시절이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혹시 무슨일이라도 생긴건 아닐까
강건너 선착장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하루를 보냈다 소식도 모른채
그렇다고 언제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하루를 더 머물다 떠났다
돌로 만든 마차
아잔타 석굴에서
바위를 깎아서 만든 사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사원
첫댓글 아침에 바빠 읽다 중단하고
나감니다
다시한번 천천히 읽어 보겠습니다
인도여행기 마치 제가 여행을 함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인도 특히 철길옆 빈민가 사진이 가슴을 에리게 하네요
아직도 신분제도가 있어 가장 낮은층인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요?
인도 바닷가에서 헤어진 30대 커플은 재회했을지 궁금하네ㅎㅎ
에테르 형님 사진에서 형님 얼굴이 익숙치 않네요. 언제적 사진인지!
야튼 재미난 여행기 자주 올려주세요.
실감나는 여행기 고맙습니다.
세공에서도 일케 잼나게 활동하시게요......
세공의 여행 작가..
에테르님!!
중년의 멋진 인생길에 꽃길이어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