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앞서, 본인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방학 중에는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A. 안녕하세요! 언론홍보영상학부 22학번 대표 왼손잡이 김수임입니다. 첫인사에 왼손잡이임을 밝힌 이유는 제가 왼손잡이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엉뚱합니다. 저는 언론홍보영상학부 사회과학회 떠울림의 부장을 1년째 맡고 있습니다. 떠울림은 방학에도 자체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는데요, 그래서 최근 근황도 떠울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떠울림에서 나눌 책과 영화를 감상하고, 8월에 있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사회과학회와의 두 번째 교류반을 준비 중입니다. 이와 별개로는 계절 학기 수강, 영어 공부, 그리고 요가로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심정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인터뷰 진행은 몇 번 해보았지만 인터뷰이는 처음이거든요.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감사합니다.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들에게 소개하시려는 책의 제목과 저자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제가 소개하려는 책은 목정원 작가님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입니다.
Q. 해당 도서를 추천하시는 이유와 더불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때로는 영화나 공연 자체보다 그에 대한 글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 책도 그렇습니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목정원 작가가 한국과 프랑스에서 보았던 무대, 걸었던 풍경,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을 글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사라지는 기억에 대한 슬픔을 아름답게 서술한 산문집입니다. 짧게 요약하면 매력이 십분 드러나지 않는 글이기에, 첫 부분을 인용해 소개해 드립니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오묘하다.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의 세계를 만나러 우리는 그곳에 간다. 몇 시간짜리 허구를 기꺼이 함께 용인하는, 약속이 이루어지는 곳.” (p.11)
Q. 사전조사 결과, 이 책은 현재 공연예술이론가로 활동 중인 목정원 작가가 공연에 대한 자신의 표상과 견해를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하게 이 책을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평소 공연예술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지난 3학기 동안 함께했던 떠울림 활동을 돌아보았을 때, 다루었던 많은 작품 중 이 책은 120%로 함께 나누었던 책입니다. 투표를 거쳐 책을 선정했고, 총회를 통해 2시간 넘게 소감과 생각을 나누었으며, 각자의 심정을 게시물로 올리고, 작가님의 사진전에 방문해 작가님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사진전의 경우에는 전시 마지막 날 방문하였습니다. 목정원 작가님을 뵈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행운이 닿아 인사드리고 사인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을 탈 때까지 줄곧 상기된 상태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특별한 기억을 선물해 주었던 책이기에 이 책을 선정했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글쓴이와의 만남까지 공유한 모든 과정이 ‘떠울림다웠던’ 작품이거든요.
Q. 떠울림으로서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인 것 같네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큰 위로와 울림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공연예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공연예술이 익숙하지 않은 분이라도, ‘순간의 소중함’을 체감해 본 적 있는 분이라면 책과 문체에 매료될 거라 생각합니다. 공연예술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제가 이 책에 반했듯 말입니다.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공연예술의 가장 큰 특징은 사라짐에 있다. (중략) 작품의 존재는 그것이 발생하고 있는 오직 그 시간 속에서만 유효하다. 관객은 사라짐의 목격자가 되어 영영 혼자만 알아볼 흐릿한 여운을 안고 극장을 나선다. 더 이상 존재가 없으므로 점차 기억은 희미해진다. (중략) 아름답고 행복한 것들은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끝내 잊히고 만다.” (p.84)
이 구절처럼 작가는 사라짐이 있기에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며, 공연예술의 아름다움도 흐릿해지는 흔적에 대한 슬픔이라고 표현합니다. 누구나 사라지는 순간을 체감한 적 있을 것입니다. 글쓴이처럼 공연예술을 감상할 때 겪을 수도 있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느끼거나, 졸업식이 끝나고 텅 빈 교실을 둘러볼 때 체감할 수도 있지요. 혹은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노을 진 하늘을 바라볼 때 사라짐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더할 나위 없던 날은 더할 나위 없었기에 ‘여름이었다’라는 표현이 뭉클한 것이겠지요. ‘여름이었던’ 순간을 겪은 분들에게 이 책이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라짐이 있기에 순간이 더 가치 있다는 말씀이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학우님께서 공연예술에 접점이 없었음에도 이 책에 매료되었듯이, 책은 특정 대상을 불문하고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을 주는데요. 학우님이 생각하시는 책의 가치와 이로움은 무엇인가요?
A. 쉽지 않은 질문이군요. 역사적 관점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을 담아 답하겠습니다. 저는 책이 ‘농축’과 ‘기록’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농축’된 지혜를 ‘담습니다’. 이 중 ‘담다’를 먼저 살펴보면, 책은 활자를 담습니다. 공연 예술의 미학이 머무르지 않는 데에 있다면, 책은 머무름에 가치를 둡니다. 무엇이 더 낫다는 게 아닙니다.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죠. 공연예술이 시냇물처럼 흐른다면, 책은 샘물이나 물병 속 생수처럼 담습니다. 덕분에 예술에 갈증을 느낄 때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연예술이라는 시냇물을 찾아가거나, 혹은 책이라는 생수를 휴대하는 것입니다. 만약 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영감에 목이 마를 때 공연예술이라는 시냇물을 찾아가야 했겠지요.또한 책은 농축되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드립 커피가 한 방울만으로 깊은 향을 내듯이, 책도 한 문장 한 문장이 값진 지혜를 담습니다. 그런 책이 모인 도서관은 가지각색의 농축액이 모인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서관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막연한 웅장함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조금씩 음미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네요.
Q. 이 인터뷰를 본 모두가 책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오늘 룩북 인터뷰에 참여하신 소감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A. 우리는 입맛이 비슷한 사람과 더 쉽게 친해집니다. 식성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함께 식사하고,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음식에 얽힌 일화를 언급하며 서로를 알아가기 때문입니다. 책을 나눈다는 것은 음식을 나누는 것 이상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책 자체가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주제로 한 대화도 쉽게 깊어지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룩북 인터뷰를 하면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인터뷰에 답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실컷 이야기하고 나니 후련하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을 생각하니 조금 쑥스럽기도 합니다. 의미 있는 책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이상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을 소개한 떠울림 부장, 김수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제 MBTI는 T 90%입니다. 답변에서 드러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