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을 겪으시면서 가난으로 중학교 졸업장을 못 타서 일선에 나서야 하셨던 어머니는 언제나 자녀들이 잘 사시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자그마한 돈 항아리에 동전들을 모아서 가득 채우시고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는 무거운 돈항아리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다 꺼내어 좋아하는 오래된 동전들 몇개만 빼고는 다 은행에 가지고 가서 지폐로 바꿨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는 이제 와상환자로 누워 계십니다.
그리고 평생에 걸쳐 모아오신 동전들은 한더미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도 해녀박물관에 기증을 하라셨습니다.
그러시다가 하나님께 다 바친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다면 이 동전들을 다 지폐로 바꾸어서 헌금과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자손들이 작은 용기에 하나씩 동전들을 담아 유산으로 갖고 나머지는 은행에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동전세기..
하나 둘 셋 넷 ...백...
일원짜리 오원짜리 십원짜리 백원짜리 오십원짜리 오백원짜리
단위별로 묶다보니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동전들은 눈에 확 띄게 예쁘고 어느 동전들은 모양새가 남다르게 고풍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동전공부..
1982년에 만든 백원짜리는 특별히 가치가 높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고는 그 가치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밤새 동전과 씨름하기를 여러날..
갑자기 맘에 드는 동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은 동전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처음 개최된 해에 나온 100원짜리..
거북선이 그려진 오원짜리..
문양이 아름다운 1982년 이전에 나온 100원짜리..
새즈문 해인 2000년도에 나온 동전들..
월드컵 4강까지 올라간 2002년도에 나온 동전들..
내가 대학에 입학한 년도에 나온 100원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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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제게 의미있는 동전들을 고르다 보니 그 큰 무더기를 세는 일도 재미가 있어졌습니다.
부담스럽기만 하던 동전들이 갑자기 친근해지고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돈이라면 적대시하던 제게 돈이 새로운 친구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엄마의 동전은 돈보다 크구나..
엄마의 동전은 참 좋으네..
엄마의 동전은 후세를 위한 엄마의 평생 바램이었어..
그러다가 뻥~
머리가 뚫리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누가복음 21장
과부의 두 렙돈을 칭찬하신 예수님의 말씀..
어쩌면 이 동전들은 하나님이 축복하신 과부의 두렙돈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그래, 그런거야..
하나님의 축복은 언제나 좋은 것이니까..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돈 위에 올려 놓은 달러화에 대해서 항상 분개하던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엄마의 동전들이 하나님의 축복을 담은 과부의 두렙돈이라면..
하나님은 여전히 인간들의 죄를 사하시고 구원하시기를 뜻하시고 계시는구나..
돈에 밀려 하나님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게 역사하고 계시는구나..
젊은 날의 뜻을 펼쳐 볼 수 없었던 환경에서 평생을 기쁘게 살아오신 엄마를 통해서 하나님은 다시 한 번 돈에 묶인 인간들의 굴레를 벗겨주시는구나..
큰 돈을 가진 사람들은 돈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축복은..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구원의 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뜻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루시는 분 또한 하나님이시기에..
그러기에 우리는 열심히 살면서 낙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확천금을 꿈구는 요행의 심리에서도 자유로와질 수 있습니다.
절박하게 소용돌이치는 생존게임에서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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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동전들은 제게 경제의 단위인 돈이 아니라 약속의 증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지개 빛깔처럼 7가지 약속들을 쭈욱 골라놓고 그 약속들의 때를 기억하며 삶의 결실이 풍성해지도록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모아 놓으신 동전들이 있다면 약속의 동전들을 골라 이렇게 하나님의 축복에 동참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