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희로애락을 결정한다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느 8:10).
“항상 기뻐하라”(살전 5:16).
지루한 강의나 설교를 들으면 사람들이 연신 시계를 힐끗힐끗 쳐다 본다. 왜 그렇게 시간이 가지를 않는지 일각이 여삼추 같다.
그러나 재미있는 영화나 연속극, 소설 및 스포츠를 관람하면 한두 시간도 금방 지나가는 것 같다. 지루한 일을 하면 물리적 시간은 짧지만 심리적 시간은 길고 재미 있거나 관심있는 일을 하면 물리적 시간은 길지만 심리적 시간은 짧다.
-몰입과 즐거움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일을 할 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몰입(flow)이라고 한다.
몰입이란 어떤 행위에 깊게 몰두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혼연일체(渾然一體), 또는 삼매경(三昧境 ))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나와 ‘그것’, 나와 ‘사람’, 나와 ‘신神’, 나와 ‘하나님’이 서로 하나가 될 때 누리는 기쁨과 행복의 상태를 말한다.
몰입은 스키를 탈 때나, 악기를 연주할 때나, 글을 쓸 때나, TV를 재미있게 볼 때와 같이 여러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몰입할 때 행복감을 누리고, 집중력 및 창의력이 고도로 개발된다. 몰입 활동의 최우선 기능은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연극, 미술, 가장 행렬, 종교의식, 운동 등이 좋은 예이다.
언제 몰입을 경험하는가? 과업 수준이 능력 보다 크면 사람은 불안해하고, 과업 수준이 능력에 비해 작으면 사람은 지루함을 느낀다.
몰입은 당신이 해야 할 일 즉 목표와 과업이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완벽하게 맞물려서 즉각적인 피드백을 누릴 때 일어난다.
몰입에 대한 다음의 말들을 들어보자.
외과의사의 말.“너무나 즐거운 일이어서 내가 꼭 해야 할 필요가 없을지라도 계속 할 것 같다.”
어느 체스(서양 장기) 선수는 말했다.“행복감을 느끼는 동시에 내가 나의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 무용수는 말했다.“마음은 이완되고 편안함이 나에게 다가온다. 실패가 두렵지 않다. 어찌나 강렬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인지! 세계를 품기 위해 내 정신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힘을 느낀다고나 할까.”
몰입을 통해 최적 경험을 누리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을 경험한다. 몰입 체험을 할 때 집중력이 강해지고 그것이 지속하는 동안 인생의 불쾌한 모습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다. 현재 일에 열중하면 다른 일을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몰입 상태를 경험할 때의 집중은 즉각적인 피드백과 함께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한다. 몰입을 제대로 하면 처음에는 자아감을 잃어버리지만 경험한 후에는 자아감이 더욱 충만해지는 것이 모순된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몰입 체험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다. 몰입에는 좋은 몰입과 나쁜 몰입이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은 종종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밤중에 남의 집에 들어가서 주인을 깨우지 않고 보석을 들고 나오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당장 그것을 하겠다.”
대부분의 청소년 비행들-자동차 절도, 파괴행위, 일상의 난폭한 행동 등-은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몰입 경험을 하려는 욕망에 의해 행해진다.
사회에서 의미 있는 도전에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또한 그런 도전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하는 한 우리는 폭력과 범죄가 사람들을 유혹한다는 사실을 예상해야 한다.
몰입 활동들이 마음의 질서를 가져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잘못 이용되면 악의 도구가 되어 그런 몰입 행위에 중독되면 인생을 망치고 사회를 망치는 흉기가 될 수 있으므로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이 몰입 상태를 추구하고 집착하는 것은 그것이 즐거움 즉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을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에는 두려움과 쾌감이 있다. 두려움은 피하려는 행동을 유발하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는 쾌감 즉 즐거움을 추구한다. 우리는 즐거움이라면 긍정적이고 쾌감이라면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하지만 쾌감은 중립적인 단어다.
-사람의 욕구와 쾌감
사람은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섹스를 하면서 쾌감을 느낌은 물론 스포츠나 학습 및 예술 활동을 통해서도 쾌감을 누리고, 이웃 구제나 봉사를 통해서도 즐거움을 누리고, 종교 행위를 통해서도 지고의 기쁨을 누린다.
이런 행위들을 할 때 ‘뇌내 모르핀’인 베타 엔도르핀과 알파파가 방출되어 마음과 몸이 즐겁고 편안해 진다.
뇌에서 이런 일을 관장하는 곳이 바로 A10 쾌감 신경이다. A10 쾌감 신경은 뇌의 중추인 뇌간, 변연계 및 대뇌피질에 걸쳐있다.
본능적 행위→ 정신적·육체적 행위→ 종교적 행위를 할 때, 뇌가 쾌감 신경을 자극하여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는 말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가능하면 어려운 과학적 용어나 설명을 최대한 자제한다.
그러나 마음훈련에 필요한 최소한의 뇌 관련 지식이나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마음훈련을 제대로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간단하게 설명한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의 두뇌는 평균적으로 1.2~1.4kg 가량으로 신체의 2퍼센트 정도의 중량을 차지하며, 남성의 뇌는 1260cm3, 여성의 뇌는 1130cm3 정도 부피이다.
사람의 뇌는 대별하면 뇌간, 변연계 및 대뇌피질의 삼중 구조, 또는 4중 구조로 되어 있다.
-뇌간(파충류의 뇌). 뇌간과 소뇌를 포함하고 있으며 뇌간의 연수는 안구 운동, 심장박동, 호흡, 수면, 배설 등 기본적인 생명활동의 중추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변연계(포유류의 뇌). 감정과 본능의 원천인 부분이며 이 부분이 자극이 되면 특정 생각과 감정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식욕, 성욕, 군집 본능 등 3대 욕구를 비롯하여 쾌, 불쾌, 분노, 두려움, 공격 투쟁 등을 관장하면서, 인간의 ‘소박한 마음’ 즉 생리적 욕구나 고차원적 욕구의 중간 정도의 욕구를 관장한다.
-대뇌피질(영장류의 뇌). 이 부분은 이성적 사고, 언어, 고차원의 사고능력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대뇌피질의 오른쪽 반구(우뇌)는 패턴의 인식, 직관과 감수성의 발동, 창조적 통찰을 관장한다. 대뇌피질의 왼쪽 반구(좌뇌)는 언어 능력, 이성적 분석, 분석적 사고, 비판적 사고를 관장한다.
이시형 박사는 대뇌피질은 사회적 욕구를 담당하지만 대뇌피질 내의 전두전야(前頭前野)는 영적 욕구를 담당한다고 하면서 뇌의 4층 구조를 주장하면서 전두전야를 강조한다.
전두전야는 인간 뇌의 최고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영적 영역을 담당한다.
A10 신경은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 및 전두전야에 걸쳐서 사람이 어떤 욕구를 충족할 때마다 즐거움과 쾌감을 제공한다.
사람은 어떤 쾌락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파멸적일 수도 있고, 소모적일 수도 있고, 생산적일 수도 있다.
사람이 성숙함에 따라 본능적 쾌감(뇌간)→ 정신적 쾌감(변연계)→ 자아실현 쾌감(대뇌피질)→ 종교적 쾌감(전두전야)으로 승화될 때 개인은 영·혼·육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누리고 사회도 성숙해 갈 것이다.
본능적 쾌감인 술, 도박, 마약, 게임 등에 의한 쾌감은 소모적이거나 파괴적일 수 있다. 이런 쾌감은 별도의 노력 없이도 쉽게 추구하고 누릴 수 있지만 후유증이나 금단현상이 나타나서 중독증으로 몰고 가서 사람을 동물적으로 만들거나 황폐하게 만든다.
생산적인 쾌감인 정신적 쾌감이나 종교적 쾌감은 사람이 노력해야 누릴 수 있다. 이중에서도 최고의 쾌감은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쾌감의 과정을 적절히 조절하고 승화시키는 것이 행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 결핍 욕구와 성장 욕구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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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단계설로 설명했다.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별로 단계과정을 형성한다는 동기 이론의 일종이다.
이러한 논리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가정이 자리잡고 있다.
-일단 만족된 욕구는 더 이상 동기부여 요인이 아니다.
-인간의 욕구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상위 수준의 욕구가 한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먼저 하위 수준의 욕구가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져야 한다.
-하위 수준보다는 상위 수준의 욕구에 보다 많은 충족 방법이 있다.
매슬로는 처음에는 5단계로 설명하다가 이후에 3가지를 더 추가했다.
-생리 욕구. 식욕, 성욕 및 수면욕과 같은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키는 욕구.
-안전 욕구. 위험, 위협, 박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소속과 사랑 욕구.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하는 욕구다.
-자존감의 욕구. 자아 존중과 자신감, 성취, 존중 등에 관한 욕구이다.
- 자아 실현 욕구.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 ‘성장 욕구’라고 하기도 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 초월·영적 욕구. 이후에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를 주장하였다. 자기초월의 욕구 즉 초월적 영적 욕구란 자기 자신의 완성을 넘어서 타인, 세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욕구를 뜻한다.
이런 욕구는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 결핍 욕구. 한 번 충족되면 더는 동기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생리 욕구, 안전 욕구, 사회상 욕구, 존경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성장 욕구. 충족이 될수록 그 욕구가 더욱 증대된다. 자아실현 욕구가 이에 해당한다. 통상적인 일반 욕구를 넘어섰다고 하는 뜻에서 메타 욕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결핍 욕구'는 무엇인가 부족하기 때문에 느끼는 욕구이고 '성장 욕구'는 무엇인가 결핍되어서라기 보다는 성장하기 위해 발생하는 욕구이다.
자기 실현의 욕구가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결핍 욕구를 극복해야 한다.
자신이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뭔가 결핍되어 있는 상태라면 자기 실현에 대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월적 욕구, 영적 욕구는 어떤 단계에서도 추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매슬로우가 말하는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현실 중심적이다.
- 문제 해결 능력이 강하다.
- 수단과 목적을 차별하지 않는다.
- 사생활을 즐긴다.
- 환경과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사회적인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
- 민주적인 가치를 존중한다.
- 인간적이다.
- 인간 관계를 깊이 한다.
- 공격적인지 않은 유머를 즐긴다.
- 자신과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좋아한다.
- 감성이 풍부하다.
- 창조적이다.
- 최대한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하려고 한다.
매슬로는 자아실현이라고 표현했지만 성경적으로는 영적성숙, 신앙성숙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계나 한국 사회는 아직도 결핍욕구 충족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반면 성장욕구 충족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세상적, 물질적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지만 신앙 성장과 초월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서 교계나 사회가 많은 갈등과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12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13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