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3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가 한국을 다녀갔다. 7월 4일 일본에서 발표한 최종결과보고서를 한국에 설명하겠다고 방문한 것이다. 과연 그는 무엇을 설명하고자 한 것일까? 후쿠시마 핵폐수의 공해상 투기는 명백한 국제범죄이다. 범죄행위라는 본질은 아무리 국제안전기준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변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인 핵산업계를 제외하면 세계 어느 시민도 반대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IAEA 최종보고서는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버젓이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는 한국에 설명하겠다고 온 것이다. 한국 국민이 그를 환영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인데 입국장에서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다면 한국민들이 그들의 범죄행위에 속아 넘어가 그들을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는 정치학을 공부한 외교관 출신이므로 과학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해도 해양 핵투기가 범죄행위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만한 상식은 있을 것이다. 그가 주도하여 이끌어온 과학적인 작업은 최소한 범죄행위를 합리화하는 정치행위로 간주된다. 먼저, IAEA는 국제 핵사찰기구로서 핵 확산을 감시하는 기구이다. 과학적인 핵사찰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상당한 권위가 있다. 핵시설에서 이루어지는 핵실험을 기술적으로 감지하지 못하거나 사찰에 실패하면 핵확산을 저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IAEA 전문가는 핵과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권위가 있다.
IAEA의 또 다른 기능은 핵의 평화적 이용으로 이를 위해 원전 도입을 원하는 개발도상국가에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지원을 한다. 원전이 건설되려면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전력수요를 필요로 해야 하며 핵발전소 운영을 위한 전문인력이 잘 구축되어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가 연구용 원자로이다.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으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시설을 운영하면서 많은 전문 핵기술자를 배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력하여 기술지원하고 있다.
다른 한 축은 안전이다. IAEA는 사찰만큼 강력하지는 못해도 핵발전소 안전을 위해 꾸준히 기술기준들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IAEA 기술기준들을 핵발전소 설계의 기준과 표준으로 전면 채택하고 구체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미국 기술 도입국은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안전기준들이 주로 채택되며, 유럽의 경우 유럽 안전기준들이 주로 채택되어 왔다.
안전기준이 잘 적용되어 준수되는가를 감시하는 일에는 일관성과 독립성이 중요하다. IAEA가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의 국제기준 부합 여부를 검토하는 작업에서 독립성이 요구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IAEA는 돈을 받고 용역으로 이 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여기서 독립성에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난다. 독립적으로 객관적으로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일을 당사국에게서 돈 받고 용역으로 수행한다면 독립성 유지가 불가능하다. 특히 최근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밝혀진 대로 보고서 사전 유출이 사실이라면, 발주처 의도에 따라 보고서가 생산됐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를 발주처 의도에 맞추어 억지로 고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불법적인 일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IAEA 최종보고서는 통제된 상태에서의 오염수 배출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고가 터져 이미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오염수를 배출할 경우 이것을 어떤 기준으로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은 없다. 여기에 적용할 176개 국이 동의하는 국제 안전기준은 세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해상 투기를 금지하는 국제해양법과 런던협약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일본은 후쿠시마 1원전에 적용 가능한 자체 고시를 제정해 가동원전에 적용가능한 농도비 총합 방식으로 배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것이 유일한 기준이지만 일본 기준이지 국제 안전기준은 아니다. 오히려 가동원전에 적용하는 기준을 억지로 대규모 방사능 오염지역에 투기할 수 있도록 적용한 것이 런던협약을 위반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존재하지도 않는 국제 안전기준에 따라 배출한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으므로 투기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IAEA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향후 배출을 제대로 감시하고 나아가 공해상 오염도가 어찌 진행되는지를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여 감시, 확인하겠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일단 방류를 허용하고 뒷북치겠다는 무책임한 말이다. 최종보고서를 통해 공해상 투기를 허용한 책임에서 피해가기 위한 아주 소극적인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해상 감시조차 일본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한다면 또다시 독립성 위배를 피해갈 수 없으며 국제기구로서 IAEA의 위상과 권위는 따질 수도 없게 되어 결국 기구 해체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을 것이다.
이번 IAEA 최종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유일한 의미는, 오로지 공해상 오염을 증가시키는 일에 몰두하는 후쿠시마 사태를 더는 일본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IAEA는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전 지구적 오염원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해체를 위한 국제 협력지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자발적인 대규모 국제 전문가 TF를 구성하여 국제협력을 통해 오염원 차단을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국제기구로서 면모를 회복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산 등의 문제에서 일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지상 저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고, 핵으로 피해입은 해양과 생태환경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독립적으로 주도면밀하게 감시, 관찰, 기록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것이 국제기구인 IAEA에 기대하는 마지막 희망이며 사태 해결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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