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영화, 빌(WIL)
*기본 정보
장르 : 전쟁, 드라마
국가: 벨기에
감독: 팀 밀란츠
출연 배우: 스테프 아에르츠, 아네로러 크롤렛, 마테오 시모니
러닝 타임 : 1시간 50분
나의 평점: 8.5
개봉일 : 2023년, 9월 27일
영화는 주인공 빌(스테프 아에르츠)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역사는 중요하다고들 해
하지만 진정한 역사는 아무도 몰라, 무슨 말인지 알겠어?
모르지 직접 보지 않는 이상 몰라.“
정말 빌(Wil)의 말처럼 전쟁을 직접 보지도 않았고 경험한 적이 없다. 영화로만 본 사람으로서 어떻게 빌이 겪었던 그 공포와 두려움을 알 수 있겠는가? 어쩌면 그들의 끔찍했던 공포나 불안을 영화를 통해서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Netflix를 통해 본 전쟁 영화 '빌(Wil)'은 2차세계대전 벨기에 '안트베르펜'에서 나치의 만행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전쟁 영화인 <빌>은 엄청난 전투 장면이 한 번도 나오지 않지만 감독의 능숙한 연출이 몰입감 최고의 영화로 만들었다. 2차세계대전의 비극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가 있음에도 작가들은 여전히 할 이야기가 많다.
사람의 이름을 제목을 담고 있는 영화는 사람 중심인 영화라는 뜻이다. 2차 세계대전 나치 점령하에서 벨기에 한 도시(안트베르벤)에서 주인공 '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보여준다. 어느 비오는날 밤 빌은 신입 경찰관으로 루더(마테오 시모니)와 한 조를 이루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이들의 상사인 경찰 서장 '장'은 괜히 나치일에 끼어들어 화를 당하지 말고 중재자 역할만 하라고 당부한다.
곰이 빵에 버터를 바를 때, 버터 바르는 일을 구경만 하라고 서장이 누누이 당부한다. 경험이 부족한 초병인 빌과 루더는 우발적으로 독일 야전 헌병과 엮이게 되고 이 일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만다. 독일 헌병은 말로는 노동 거부자를 체포하러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 유태인 가족을 체포하는 가는 길이었다. 유태인 가족을 급습해서 체포해가는 길에 불안한 독일 헌병은 약을 먹다가 길바닥에 떨어뜨리게 된다. 이 기회를 틈타 끌려가던 여자와 아이가 도망가다가 넘어지니 독일군은 총으로 여자를 마구 때린다. 이에 맞서 아이도 저항하니 루더가 아이를 보호하게 된다. 이에 독일군은 루더에게 총을 겨누고, 빌이 달려들자 몸싸움이 일어나고 뜻하지 않게 독일군은 옆에 있던 쇳덩어리에 부딪혀 죽게 된다.
빌과 루더는 맨홀 아래 그 죽은 독일군 시체를 숨긴다. 다음날 실종된 독일군을 찾기 위해 시내 곳곳에 독일 친위대 헌병들이 짝 깔려있고, 경찰서는 초긴장 상태이다. 이 사태를 알고 있었던 서장 '장'은 온갖 변명을 하며 못 봤다고 잡아떼지만 순순히 넘어갈 독일군이 아니다. 야전 헌병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무고한 시민을 공산주의라는 이유로 여덟 명을 총살하는 현장에 빌과 루더는 끌려간다. 죽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루더는 오열하지만 빌은 흔들리지 않고 더욱 냉정해진다.
빌은 죽은 독일 헌병의 죽음을 아버지에게 털어놓는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빌과 아버지는 안트베르펜의 시장, 페르스하펄 을 찾아간다. 페르스하펄은 유태인 학살의 앞장서면서 유태인 남겨놓은 귀중한 물건이나, 유태인 소유였던 건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혈안이 된 인물이다. 전쟁 전부터 독일군 '고레고어'에게 이 지역의 정보를 알려줘서 돈을 벌고 있었다. 세 사람은 죽은 독일군을 숨겨두었던 맨홀 뚜껑을 열어본다. 시체가 사라졌다. 당황한 빌에게 시장은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한다. 아버지가 돈이 없다고 하자 빌이 화가니 그의 재능을 써먹겠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독특한 현대 음악 속에 빌과 루드의 얼굴을 크게 크로즈하면서 빌의 불안하고 절망적인 마음을 여러 번 보여준다. 금발 곱슬머리, 유난히 넓은 이마, 나약해보이는 흔들리는 눈동자를 가졌지만 꽉 다문 입술은 그가 강인한 사람임을 잘 보여준다. 스크린도 4:3비율에 화면을 담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오래전 봤던 헝가리 감독 영화 '사울의 아들'과 '이다(Ida)'도 같은 화면이었다. 그리고 촬영 구도가 뛰어났는데 빌과 루드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눌 때 두 개의 벽면이 마주하는 곳에서 언제나 대화를 한다. 두 개 벽이 양 옆으로 막혀 있는 곳은 빌과 루더가 도망칠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을 미리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었다.
빌이 루드를 구해주었지만 빌을 믿지 못했던 루드의 누나, 이베트는 빌을 미행하고, 빌의 진심을 알기 위해 루드 가족은 빌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무뚝뚝한 목소리로 캐묻는 아버지와 아름답지만 단호한 모습을 가진 누나가 솔직히 빌을 믿지 못해서 초대했다고 말한다. 호전적인 가족 앞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빌. 빌은 순진하고 약해 보이지만 내면이 단단한 젊은이였다. 빌은 무서워 보이는 이 가족과 친해지고 로드의 누나는 연인이 된다. 숨 막히는 전쟁통에도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들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빌이 로드와 그의 누나에게 페르스하펄의 집 와인 저장고에 숨겨두었던 유태인 가족을 보여준다. 이제 세 사람은 한마음이 되고 나치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백색 여단의 일원이 된다.
실종된 독일 헌병의 시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독일 장교 '고레고어'는 빌을 의심하면서, 빌의 상사인 '장'을 뜨거운 물로 고문하고 빌에게 처참한 고문 현장을 보게 한다. 죽어가는 '장'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으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만 빌은 끝까지 독일 야전 헌병의 살인을 부인한다.
하지만 그놈의 술이 원수였다. 고레고어가 초대한 술자리에서 엄청 취한 빌은 자기도 모르게 야전 헌병을 죽였고, 시신이 있는 위치를 말하게 된다. 결국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고 빌은 가족과 여자친구 이베트를 살리기 위해서 나치에 협조하게 된다. 또한 가짜 정보를 저항세력에 넘기게 되고 목숨을 보존한다. 이에 이베트는 빌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으로 기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이 영화에는 가해자 나치의 광기만 보여주는 게 아니고, 피해자 입장인 벨기에 다수의 주민들도 광적으로 나치의 만행을 돕고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장에서 전쟁 선전영화를 보고 유태인은 섬멸되어야 될 쥐 같은 존재라고 여기게 된다. 벨기에 주민들이 유태인 회당에 가서 유태인을 쥐잡듯 몽둥이나 주먹으로 때려잡는 장면은 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영화 '빌'은 전쟁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간성을 얼마나 파괴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유태인을 수용소에 보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빌을 보고 충격을 받는 이베트는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뒤에서는 배신자라는 말이 들려오고, 빌은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어째든 빌은 살아남았어야 했다. 그런 빌에게 누가 손가락질하고 비난할 것인가. 엄청난 힘을 가진 전쟁은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노예로 만들고 자유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무시무시한 존재인 전쟁에 대해서 말할때, 이분법적 논리로 말할 수 있을까.
"그날 이후 사람들은 입을 닫았고
어제는 바로 역사가 됐어
잊어야 하니까, 사람들이 그러더라.
어쩔 수 없어
그건 맞는 말이야
어쩔 수 없어"
*모든 사진은 구글이미지에서 가져왔음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밥처럼 서걱거리는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연교(모밀) 영화를
보기 전에, 보다가, 보고 나서
올려주신 글 세 번 보았습니다.
이해를 돕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Netflix 영화가 쉽게 접해집니다.~^^
@황 지은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도 재미있었나요?
만나면 '영화 빌'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어요
감사합니다♥♥
늦게 발견했어요.
잠시 여유가 나는 지금 영화 감상하러가요~~~~~
감사합니다.
조금 슬픈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 읽었던 파울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 생각났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