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열락재유고 3권 p53-p56
望雲庵記(망운암기)
망운암에 대하여 기록하다
저자 김지익 / 탈초 번역 카페지기
庵在雲嵐山 昔在今無 / 망운암은 운람산에 있는데 전에 있다 지금은 없다.
望雲庵 山之僧元一所作也. 望雲之名奚取焉 庵在絶頂 與雲山苐一峯相對 開窓相望如相拱揖故名以望雲也. 山在野中斗起 萬丈層巒列立有若屏障 勢甚峻高人難攀躋. 而中峰中腰有一席 地平寬可容數間屋. 而巖石奇恠 泉脉淸洌. 山下村人 每扵春秋 引燈求福扵是端合 搆菴供佛處 而僧無知者勝地空虛甚可惜.
망운암은 산승 원일(元一)이 만들었다. 망운의 이름을 어떻게 취했는가. 암자는 정상에 있고 운산 제일봉과 서로 마주보고, 창을 열고 서로 바라보면 서로 손을 잡고 인사하는 하는 것과 같아 이름을 망운이라 하였다.
산은 들판 가운데 우뚝 솟아 만장의 높은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마치 병풍이 가린 듯 하였다. 산세가 매우 험준하여 고인(高人)도 잡고 오르기가 힘들었다. 중봉의 중간허리에 자리가 있는데 땅이 평평하여 수간의 집을 지을 수 있다. 암석은 기괴하고 샘물은 맑고 시원하여 산 아래의 촌사람들이 매년 봄가을로 이 끝자락에서 복을 구하였고, 암자를 지어 부처를 공양하던 곳이다. 승려가 없어 이를 아는 사람들은 승지가 비어 있음을 매우 애석해 했다.
*운람산(雲嵐山) : 김천시 남면 남면사무소 뒤편에 소재한 산. *평관(平寬) : 평평하고 넒음
奧以黃鷄之歲 金烏山道僧元一來此山見此址 其所政極而淨洒 果如前所聞. 最頂扵剏菴 擣劝善文來示余. 余亦力劝借其材而助其力 不數月菴成. 噫天慳勝地哉. 年虚抛而留待 今日始得其主 豈偶然哉. 菴僧着袈裟喫松葉 明燭禮佛 坐禪誦經, 菴若鳥栖掛樹 而僧如鶴背之遊仙 此一奇觀也.
아. 황계지세(기유년, 1729년 추정) 무렵에 금오산 수도승 원일(元一)이 이산에 와서 이곳을 보니, 바르고 가지런한 것이 예전의 소문과 같았다. 최고 높은 곳에 암자를 짓고 권선문을 지어 와서 나에게 보여 주였다. 나 역시 그 힘써 권하여, 자재를 빌리고 힘을 도와서 수개월 만에 암자가 이루어졌다. 아 하늘이 아껴둔 승지로구나. 수년을 비워두고 기다렸는데 오늘 비로소 주인을 얻으니 어찌 우연이겠는가.
암자에서 스님이 가사를 입고 솔잎을 먹으며 촛불을 밝혀 예불하고 좌선하여 경을 외우니, 암자는 마치 새가 괘수나무에 깃든 듯하고 승려는 학 등에서 신선이 노는듯하니, 이는 하나의 기이한 볼거리였다.
*황계지세(黃鷄之歲) : 오행의 황은 戊(+),己(-) 계는酉(-) 따라서 년도는 기유년(1729년) *도승원일(道僧元一) : 도승의 의미는? *천간(天慳) : 하늘이 비장(秘藏)하여 아껴둔 땅이라는 뜻으로, 범상한 인간의 눈으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길지(吉地)나 명소(名所)를 가리킨다.
望雲庵記(3/4) p55
雲山之下即吾寓也. 起居飮食 與山相接 開戶望菴 相距不遠. 時勝乗淸興 扶杖而獨上. 或携良朋 坐石而談景. 惟意所適 來往無常. 舍雖僧構而實爲我居無乃大塊. 假我以文章 借我以名區 爲吟哦栖息之所也耶. 玆菴. 平挹鑑湖 西瞻黃岳 前臨大野 村家羅列. 但見山烟朝暮而起 而不與之相通 山高故也. 玆所謂 城市山林 而無異香山之白蓮社 豈但 高僧之養眞要爲 處士之所盤旋也.
운산의 아래는 내가 머무는 곳이다. 머물며 먹고 마시는 것이 산과 서로 접하여 있고, 문을 열고 암자를 보면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았다.
때때로 맑은 흥치에 기분 좋아 지팡이 짚고 혼자 오르고, 간혹 친구와 함께 올라 돌 위에 앉아 경치를 이야기 했다. 오직 뜻에 맞게 하니 오고 가는 것이 무상하였다. 집은 승려가 지었으나 참으로 나의 거처이니 큰 땅덩이가 아니겠는가. 나에게 문장을 허락하고, 나에게 좋은 땅을 빌려주어 깃들어 있는 곳에 대해 큰 소리로 을 읊는다.
이 암자는 감호와 나란히 떠 있고 서쪽으로는 황악을 바라보며, 앞에는 큰 들과 촌가가 펼쳐 있다. 단지 보이는 것은, 산의 안개가 아침저녁 일어나 서로 통하지 않는 데, 산이 높은 까닭이다. 이를 일러 ‘도시와 산림’이라 하는데, ‘향산에 있었던 백련 모임’과 다르지 않다. 어찌 다만, 고승이 진리의 요체를 수양하고, 처사가 돌아와 머무는 곳이 아니겠는가.
*무내(無乃) : 바로 ~이 아닌가 라는 뜻의 반문형 의문문. *대괴(大塊) : 大地. 천지. 자연. 造物主. *성시산림(城市山林) : 도시와 산림. *향산백련사(香山之白蓮社) : 동유불(儒佛)이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가정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惠遠)이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僧俗)의 18현(賢)과 함께 염불 결사(念佛結社)를 맺었는데, 그 사찰의 연못에 백련(白蓮)이 있기 때문에 백련사(白蓮社)라고 일컬었다는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반선盤旋) : 은자가 소요하는 것을 말함.
望雲庵記(4/4) p56
數三年來 凶歉荐臻 菴殘僧小 不能保存 中間菴虗矣. 癸丑春 天行厲氣大熾 村無寓處. 遂與山下老人輩 修繕空菴而僑寄焉. 未久菴主元一亦自修道而來 僧俗相修相保以至今日.
3년 연속 흉년(1729~1731)이 거듭되어서 암자가 무너지고 승려가 줄어들어 보존할 수 없게 되었기에, 중간에 암자가 비게 되었다. 계축년(1733년) 봄에 전염병이 크게 성하여 마을에서는 머무를 곳이 없었다. 마침내 산 아래 노인들과 함께 빈 암자를 수선하고 임시거처로 머물게 되었다. 오래되지 않아 암자의 주인 원일(元一 ) 역시 수도(修道, 도사를 칭하는 듯)에서 왔기에, 승려와 속인이 서로 고치고 보존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흉겸(凶歉) : 농사를 망치는 일 *교기(僑寄) :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의지하다 *수도(修道) : 김천시 증산면 수도암
噫是菴昔無而今有 中虛而今修 盈虛相乘 循環不常 其盈其虛 豈非有數存乎. 其間耶然則 玆菴今雖更修 來頭又虗 不可知也. 菴雖不幸而空 而其蹟不朽 則是爲不幸中幸也. 若何而図其蹟之不朽也. 菴主元一 惧其菴之不能保存 而冀其蹟之將有不泯也. 請余作文以記之 扵是乎書.
아, 이 암자가 지난날에는 없었는데 지금은 있고, 중간에 비었다가 지금 수선하니, 채움과 비움이 상승(相乘)하여 순환이 일정하지 않았으니, 그 채움과 비움에 어찌 운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기간이 그러하기에 이 암자를 지금은 비록 다시 수선하지만 앞날에 또 비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암자가 비록 불행하게 비게 되더라도, 그 자취가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어떻게 하면 그 사적이 썩어 없어지지 않게 도모하겠는가.
암자의 주인 원일(元一)은 그 암자가 보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여, 그 사적이 장차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고서, 나에게 글을 지어 기록해 줄 것을 청하기에 이에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