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그레고리 잭(Gregory Jaczko) 위원장은 두 가지를 우려했다. 첫 번째는 후쿠시마와 비슷한 사고가 미국 원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였고, 두 번째는 기후변화가 원자력발전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전자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겼지만 후자가 여전히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NRC는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전 사업자에 최신 기상 모델을 적용해 기후변화에 따른 발전소 홍수 위험을 평가하고, 건설 당시 기준과 격차가 있다면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격차가 드러났지만 트럼프(Trump) 정부의 새로운 NRC 지도부는 사업자에 충분한 예방조치를 요구하지 못했다고 잭코 전 위원장 등은 언급했다.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자연재해가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은 석탄화력발전 등 타 에너지원에 비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있다. 반면 원전은 오히려 기후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대안에너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극한 기후 현상이 심각해질수록 가뭄과 홍수, 냉각수 부족, 해수면 상승 등 이상 현상이 원전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극한 기후 현상을 비롯해 해양생물도 원전의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원전은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다량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원전이 하천 혹은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위치하는 이유다. 취수구를 통해 해수를 끌어와 발전계통의 열을 식히고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온배수를 내보내는 구조다. 취수구에는 펌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다량의 해양생물이 유입되면 정상적인 취수가 어려워진다. 냉각 계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원자로 출력이 감소하거나 원자로가 정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문제는 기후변화 심화로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