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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탄생(誕生)의 장(章) "불가사의한 일이다! 도대체 어떻게 진을 통과했단 말인가? 더구나 이런 몸으로……" 가군자는 실로 믿을 수가 없었다. 피투성이의 여인. 원래는 상당한 미인이었던 것 같은 그녀의 온몸은 처참, 그 자체와도 같았다. 나이는 갓 삼십 남짓이나 되었을까. 기척을 느꼈음인지 쓰러져 있던 여인이 눈을 떴다. 촛점조차 제대로 맞추어지지 않는 듯 했지만 여인은 사람을 발견하자 경계의 빛을 띠우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대로, 그대로 계시오. 상처가 몹시 중하오." 가군자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인은 희미한 눈빛으로 가군자를 보았다. "누, 누구…… 시…… 온지……?" "노부는 강호에서 성심수명이라고 불리는 사람이오" 여인의 창백한 안색에 놀람과 함께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성심…… 노신…… 선? 부, 부탁을……" "무슨 부탁이신지? 그 보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 올수 있었소?" "그, 그냥…… 쪼…… 쫓기…… 어…… 서……" 여인은 안간힘을 썼지만 그 음성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냥 쫓겨서 복마천강대진을 통과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로다!' 가군자는 고개를 흔들며 다급히 그녀의 백회를 찍었다. 그녀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것을 한 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아이…… 일점혈육…… 부, 부탁…… 목걸이…… 다, 단목(端木)…… 우운……뢰(雲雷)……" 그만이었다. 그녀는 품속에 태줄조차 떨어지지 않은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처절한 빛으로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하체가 피범벅이 되었고 아직 선혈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곡 안으로 들어와 방금 이 아이를 분만한 것이 분명했다.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은데……" 가군자는 다급히 여인의 십여 개의 혈도를 찍어댔다. 다음 순간이다. "으--- 으--- 음……" 들릴 듯 말 듯한 신음이 죽은 것 같았던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그것은 성심수명 노인의 수명(守命)이란 이름이 결코 그냥 생긴 것이 아님을 의미했다. "부인, 노부의 말이 들리시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그녀의 두 눈은 차마 감을 수 없는 듯 하염없이 품속의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모성애(母性愛)! 그것은 천고불변(千古不變)인 것이다. "응애애……" 품속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무엇이라도 느낀 것일까? "불쌍한 녀석……" 가군자가 나직히 탄식했다. "조용조용! 착하지……" 가볍게 탄식하며 여인의 눈을 감겨주고 그녀의 품속에서 아이를 안아들던 가군자의 두 눈에 경악이 폭죽처럼 튀어올랐다. 갓난아기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냥 눈망울을 굴리는 것이 아니라,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갓난아이가 어떻게 사물을 분간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아이는 도대체……" 괴이함을 느끼고 아이를 살펴보던 가군자의 두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처…… 천심지체(天心之體)!" 천심지체라는 것은 천심지기를 타고난 몸을 가리키는 말이다. 천심지기(天心之氣)라는 것은 천지지간(天地之間)의 가장 순(純)한 정기(正氣)의 결정체였다. 천하의 그 어떤 마(魔)도 그것을 범할 수 없었으며, 천심지기를 타고난 사람의 천부(天賦)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 체질부터가 남과 다르며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고, 그 오성(悟性)은 가히 신인의 그것이라 전하는 것이다. "세상에 정말로 천심지기를 타고 난 사람이 존재하다니……" 넋을 잃은 듯 갓난아이를 바라보고 있던 가군자의 눈에 갑자기 괴이한 빛이 떠올랐다. "천심지기는 마의 극성…… 그뿐 아니라 마를 포용(包容)할 수조차 있다. 이러한 때에 이 아이가 출생(出生)한 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중얼거리던 가군자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는 여인의 시신을 면밀히, 그러나 빠르게 수색하여 몇 가지 물건을 찾아냈다. 그녀의 유품(遺品)은 겨우 두 가지였다. 하나의 옥차(玉釵;옥비녀)와 기이한 홍광이 감도는 목걸이였다. 가군자는 그것을 살펴볼 틈도 없이 품 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두 가지 물건의 가치를, 더더구나 그 목걸이의 가공할 가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절대로 아무런 흔적도 남겨서는 안된다!" 가군자는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두 손을 쳐들었다. 순간, 그의 양 손에서 담담한 백광(白光)이 뻗어나와 여인의 시신을 둘러쌌다. 그러자 여인의 몸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가군자의 손짓에 따라 이 장 가량 앞에 깎아지른 듯 치솟은 암벽으로 쏘아갔다. 설마 그녀의 시신을 박살낼 셈일까?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은 그 순간에 벌어졌다. 쓰쓰쓰…… 기이한 음향과 함께 여인의 시신이 마치 모래 속에 물이 스며들 듯 천천히 암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돌부스러기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가공할 무공이었다. 가군자의 무공이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 있음은 신주팔대마존도 모르는 일이었다. 순식간에 여인의 시신은 완전히 암벽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암벽에는 여인이 사라진 구멍만이 나 있을 따름이었다. 파파팟---! 그러나 그것도 가군자의 손짓에 따라 이내 흔적도 없이 메워졌다. 완벽했다. 순식간에 가군자의 품에 안긴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흔적이 사라진 것이다. "대유무극선공(大幽無極仙功)이 아직 녹슬지는 않았군……" 가군자는 품속의 아이를 내려다보고 미소했다. "하하하…… 마도지존(魔道至尊)이 천하지존(天下至尊)이 되어 마를 억누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천심지기를 타고난 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꿔치기! 지금 가군자는 천마요희가 낳은 아이와 이 아이를 바꿔치기 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문득 가군자의 안색에 낭패의 빛이 떠올랐다. "천심지기…… 이 아이가 천심지기를 타고난 것을 발견하면 그들은 이 아이를 그냥 두지 않을 지도 모른다." 가군자는 아이를 안은 채 그 자리에서 맴을 돌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추었다. "천단호심령(天檀護心靈)! 그래, 천단호심령이면 천심지기를 이 아이의 뇌리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천단호심령(天檀護心靈)은 전설로 전하는 도가(道家) 최고의 기공(奇功)이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의 심성(心性)과 심맥(心脈)을 지켜주는 공력이다.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 그 무한한 공덕에 비해 그것을 베풀어 주는 사람의 희생도 상당히 큰 것이 또한 사실이었다. "이 아이의 천심지기를 뇌리로 모아도 이 아이의 신체조건에는 하등의 영향이 없다. 다만…… 뇌리에 천심지기가 모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알 수 없음이 걱정이다……" 그의 말이 여운을 끌 때, 그의 신형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밤(夜)…… 거대한 탄생의 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악! 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으--- 아아앙!……" 우렁찬 갓난아이의 고고성(呱呱聲)이 천지를 진동했다. 탄생(誕生)! 천하의 그 누구도 모르게 기련산 금마곡에서 가공할 탄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 * 갓난아이가 방실방실 웃고 있다. 천하에서 가장 맑은 웃음이었다. 가군자는 마치 십 년은 늙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아이를 안고 한 채의 석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위험했다! 설마하니 천마요희가 낳은 아들이 천살지기(天殺之氣)를 타고 나올 줄이야…… 만약 이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의 뇌리에 방금 그의 손에 귀신도 모르게 죽어간 아이의 영상이 스쳐갔다. 그때였다. "가군자, 아들이냐?"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곱 명, 천마요희를 제외한 신주칠대마존이 약간의 사이를 두고 그가 들어선 석옥 안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들이 이토록 가까이 앉아 있는 것은 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심(無心)한 듯한 눈길이었으나 그들 일곱의 눈길은 가군자의 품에 안긴 아이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방금 말한 사람은 절대독조 종리후였다. "그렇소이다." "근골은 어떻소?" 천마존이 물었다. "노부 평생 처음 보는 절세지재(絶世之才)인 것 같소……" 가군자는 내심의 동요를 억제하며 천마존에게 아이를 내밀었다. "으--- 음?" 아이를 받아든 천마존의 눈이 빛났다. 첫눈에도 대단한 근골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럴수가? 전신에 불필요한 경맥이 하나도 없다!" 갓난아이의 전신을 살펴보던 천마존이 아연하여 외쳤다. "크하하하하…… 당연하지 않느냐? 그 아이가 누구의 씨인데?" 만수마군이 석옥이 터져나가라 굉량한 웃음을 터뜨렸다. "미친 놈! 그럼 이 아이가 네놈 따위의 자식이란 말이냐?" 지옥흑마왕이 비웃었다. "그렇다면 네낏 귀신의 씨란 말이냐?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이런 잡종놈이……" 지옥흑마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 무슨 짓인가? 아이의 아버지는 따로 있거늘……" 자세히 보면 승인(僧人)인 듯한 깡마르고 괴이하게 생긴 자가 나섰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우리 중에 누가 이 아이의 아비를 가릴 수 있단 말이냐?" 절대독조 종리후가 의혹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크크크…… 아직도 그걸 모르겠소? 이 녀석은 본좌(本座=절에서 높은 신분의 사람이 자신을 칭할 때에도 씀)의 성기(聖氣)를 이은……" "크흐흐…… 파계한 중놈 주제에 별 우라질 미친개 같은 소리를 다하는군!" 무슨 소린가하여 듣고 있던 만수마군과 지옥흑마왕 등이 일제히 코웃음쳤다. 방금 말한 이국적 풍모의 눈이 푹 들어간 노승은 천축마종(天竺魔宗)의 본산이라는 소뢰음사(少雷音寺)의 장문인인 뇌극찰(雷克刹)이었다. "감히 본좌를 비웃다니……!" 화르릉--- 그의 전신에서 가공할 화염이 치솟았다. 무서운 열기가 미친 듯이 일어났다. "뇌극찰! 미쳤는가? 아이가 죽는다!" 천마존이 손을 치켜들었다. 쓰쓰--- 서리같은 괴이한 기운이 손에서 뻗어나 그의 앞에 무형의 빙벽지기(氷壁之氣)를 형성했다. 동시에 구천검마와 절대독조가 천마존의 앞을 막아섰다. "뇌극찰! 기세를 거둬라!" 파파파---- 우르릉---- 그들이 뻗어낸 강기의 여파로 석옥이 무너질 듯 진동하며 금이 쩍쩍 갔다. 그러나 그 가공할 기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신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대법왕…… 고정하시오. 법왕의 기세는 갓난아이가 감당할 수 없소!" 가군자가 나섰다. 내심 아차하고 있던 뇌극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세를 거두었다. "가군자, 당신을 봐서 참지……" "안참으면 무슨 재주 있던가?" 지옥흑마왕이 음랭히 웃었다. 뇌극찰의 눈에서 또 다시 흉광이 번뜩였다. "이제 그만, 노부의 얼굴을 봐 그만들 해주시오. 이십 년 만에 태어난 아이외다. 아이의 장래를 의논해야 할 때에 이래서야 되겠소?" 가군자의 간곡한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 천마존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아 묵묵히 살펴보고 있던 독심환영마후 신도효가 말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근골이군…… 가히 신골(神骨)이라 불릴 정도요. 한데 이놈 눈빛이 이토록 맑으니 우리 전체의 진전을 잇기에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겠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아이의 눈으로 향했다. 그 눈은 마치 가을 하늘인듯했다. 마치 물 속에 가라앉은 옥구슬 빛인 듯 맑고 깊었던 것이다. '크, 큰일났다! 뇌리에 모은 천심지기의 기운이 눈을 통해서 나타난다!' 가군자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그렇군! 이 자식이 혹시 자라나서 부처란 작자의 가운데 토막이 되면 우리는 말짱 헛고생하는 게 아닌가?" 절대독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크크…… 혹시 이 새끼가 가군자의 씨가 아닐까? 눈빛이 좀 닮았는데?" "무, 무슨 소릴!" 가군자의 안색이 묘하게 변했다. "원래 갓난아이는 사물을 분간치 못하는 법이오. 한데 이 아이는 모든 것을 알아보고, 더구나 눈빛으로 보건대 그 재지(才智)는 천하무쌍일 것 같으니 오히려 금상첨화일 것이오!" "하긴 대가리가 나빠서는 절대로 우리의 무공을 이을 수 없지……" 구천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심성 문제는 생각할 필요도 없소! 우리의 마공을 배우면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마성에 젖을 테니까……" 천바존이 담담히 말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토록 그들의 마공은 공포스러운 것이다. "물론이에요! 그 아이는 천하에서 가장 악독하고 음흉하며 무섭고…… 거기에 색마가 되도록 길러질 것이에요……" 그때, 요기로운 웃음소리가 구슬이 굴러가듯 들려왔다. '천마요희!' 모두가 문을 바라보았다. 타는 듯 붉은 홍의를 대강 걸친 천마요희가 문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백 수십의 그녀, 이제 아이까지 하나 낳은 그녀의 모습은 졸지에 늙어버린 듯 삼십대로 보이고 있었다. 측천무후(側天武后)가 어찌 그녀의 주안술(駐顔術)을 배우고 싶지 않겠는가? "어찌 벌써? 아직까지 바람을 쏘이면 좋지 않을텐데……" 가군자가 놀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호호호…… 그까짓…… 아무리 견딜 수 없더라도 내 자식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어미된 내가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요?" 천마요희의 말을 듣고 누가 그것이 천하제일의 탕부가 한 말임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어머니의 외침이기도 했다, 가군자는 내심 가책이 되어 천마요희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가 낳은 아이는 그에 의해 시신조차 남기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 갓난아이는 어떻게 복마천강대진을 뚫고 들어왔는지 모르는 그 아이였다. 천마요희는 기이한 빛으로 아이를 받아들며 말했다. "자, 이제 시작할까요?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의논을, 이 마중지존을 탄생시킬 의논을……" 웃음, 천마요희의 웃음속에 드디어 일은 시작된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