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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절대신검존(絶代神劍尊)의 유서(遺書) "절대신검존(絶代神劍尊) 뇌노선배의 절기를 보게 되다니!" 백리천궁은 놀라움과 격동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경악은 이내 흥분으로 변했다. ___절대신검존(絶代神劍尊). 정도제일존(正道第一尊)인 그는 백리천궁에게 있어서는 진정한 우상이었다. 그런 절대신검존의 절기를 실로 의외의 장소에서 대하게 된 것이었다. 감격하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격동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백리천궁. 그의 두 눈이 문득 번뜩 빛났다. "시신이 있었군!" 그는 벽쪽을 바라보았다. 철실의 전면 철벽에 기대어 한 명의 노인이 죽어 있었다. 백리천궁과 냉설염 모두 처음에는 절대신검존의 절기에 놀라 미처 그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 인물을 베기 위해서 이 철실을 두 동강 내셨단 말인가?" "저 노인이 대체 누구이기에 그러셨을까요?" 두 남녀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신의 앞으로 다가갔다. 시신은 끔찍하게도 단 일 검(一劍)에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채 죽어 있었다. "이 노인은!" 노인에게로 다가간 냉설염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자는 극히 강팍해 뵈는 청포노인으로 오른손에는 남망(藍茫)이 번뜩이는 보검(寶劍)이 꼭 쥐어져 있었다. 이로 미루어, 청포노인은 절대신검존(絶代神劍尊)과 검(劍)으로 맞서다가 절대신검존의 일 검에 즉사한 듯이 보였다. "아는 자입니까?" 백리천궁은 냉설염을 돌아보며 물었다. 냉설염은 경악지색을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의 눈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노인은 바로 남해검문(南海劍門)의 제일고수(第一高手)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예요!"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 백리천궁도 흠칫 놀랐다. "변황사패주(邊荒四覇主) 중 서열 사 위의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가 이 노인......" "그래요. 이것을 보세요!" 냉설염은 청포노인의 시신에서 하나의 옥부(玉符)를 꺼내어 백리천궁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백리천궁은 눈을 빛내며 옥부를 받아들었다. <남해제일검령(南海第一劍令)> 자옥부(紫玉符)의 전면에는 이같은 전자체(篆字體)의 고어가 음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옥부의 뒷면에는 뭉클뭉클 일어나는 해운(海雲)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지극히 난해한 상승검결(上乘劍訣)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남해검파는 바로 이 하나의 옥부를 바탕으로 일어난 문파였다. "남해제일검령, 바로 해천신검제였군!" 백리천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__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 절대신검존이래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의 이름을 얻은 명인(名人)이었다. 그는 남해(南海)의 패주이며, 중원 변방의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변황사패주(邊荒四覇主)의 일인이었다. 무명(無名)의 남해검문(南海劍門)을 남방(南方)의 제일문파로 만든 것이 바로 해천신검제였다. 그러나 당대 제일검수라 불리던 해천신검제, 그도 절대신검존(絶代神劍尊)의 절대검예(絶代劍藝) 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했던 것이다. 절대신검존의 가공스러운 검기는 철실과 해천신검제를 일격에 두 동강을 내어버린 듯이 보였다. (진정한 강자들은 미리 귀궁(鬼宮)에 들었던 모양이군!) 백리천궁은 남해제일검령을 품속에 넣으며 한쪽 철벽을 보았다. 그 철벽에는 큼직한 철문이 네 조각난 채 나뒹굴고 있었다. "남해검문의 후인들이 주위에 있으니 시신은 거둘 것이오!" 그는 해천신검제의 시신을 뒤로하고 흐르듯이 신형을 날려 부서진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 빙백서시도 해천신검제의 시신을 한차례 돌아본 후 그림자같이 그의 뒤를 따랐다. 장홍관일(長紅貫日)! 무지개 같은 검기(劍氣)가 기쾌하게 뻗어나가며 장내를 휩쓸었다. 장내는 온통 눈부신 검기의 물결로 뒤덮였다. "으윽!" 그 검기의 소용돌이속에서 흑색장포를 걸친 노인은 급급히 몸을 날려 삼 장 밖으로 물러섰다. "크읏!" 하지만 섬전같은 검기가 스치며 흑포노인의 옆구리에서 선혈이 확 튀었다. "해천검룡(海天劍龍)! 보자보자하니 천방지축도 모르고 날뛰는구나!" 흑포노인은 대노한 듯 벼락 같은 노성을 터뜨렸다. 그와 함께 그의 양손에 들린 자모쌍륜(子母雙輪)이 웅혼한 강기를 떨쳐내며 뻗어나갔다. 일시에 흑포노인의 모습은 거악(巨嶽)같이 변했다. 일견하여 범사치 않은 기세였다. "후훗! 탁세묵룡(濁世墨龍)! 탁세육흉(濁世六兇)의 수좌(首坐)답지 않게 실력이 형편없군!" 한 명의 청포청년이 비양거리며 흑포노인에게로 다가섰다. 그는 바로 남해검문(南海劍門)의 제자인 해천검룡(海天劍龍)이란 자였다.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를 대신하여 버릇을 고쳐주마. 탁천회회(濁天回回)!" 위______이잉! 탁세묵룡은 재차 폭갈을 지르며 자모쌍륜(子母雙輪)을 휩쓸어 내었다. 오 장 방원이 일시에 찬연한 륜영(輪影)으로 뒤덮였다. "크큿! 그것도 절기(絶技)라고 펼치는 것이냐?" 스스슥! 해천검룡은 비웃음을 발하며 몸을 흔들었다. "해운파관천(海雲破貫天)!" 그자의 손이 번쩍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뇌전 같은 검기가 폭발하듯이 일어났다. 엄청난 빠르기의 검세였다. 두 사람의 공세가 서로 충돌을 일으키며 엄청난 파열음과 폭음을 일으켰다. "크윽!" 장내에는 다시 선혈이 확 일어났다. 그 속에 탁세묵룡의 오른팔이 어깨에서부터 베어져 허공으로 퉁겨졌다. 그가 날린 자모쌍륜은 석실바닥으로 떨어지고 탁세묵룡은 쓰러질 듯이 뒤로 물러섰다. 왼손으로 급히 상처를 싸맨 탁세묵룡의 안색이 밀납같이 창백하게 변했다. "크큿....! 가랏!" 해천검룡은 더 잔혹하게 웃으며 섬전 같은 검세로 탁세묵룡의 목을 노리고 내쳐갔다. "으!" 탁세묵룡은 질끈 눈을 감았다. 더 이상 해천검룡의 공세를 감당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위기의 순간이었다. "손속이 지나치군!" 돌연 한 소리 장중한 일성이 두 사람의 귓전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한 줄기 강기가 비단폭 찢는 소성을 내며 해천검룡의 배심으로 날아들었다. "누구냐?" 해천검룡은 다급히 몸을 휘돌려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며 폭갈을 터뜨렸다. 허공으로 치솟는 해천검룡의 눈에 일남이녀가 흐르듯이 석실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바로 백리천궁과 냉설염이었다. "감히...... 나 해천검룡의 일을 방해하다니......" 해천검룡은 분노의 표정으로 싸늘하게 일갈하며 백리천궁의 앞으로 내려섰다. "승패가 결정났거늘, 어찌 검을 거두지 않고 독수를 쓰는 것이오?" 백리천궁은 조용하나 묵직한 어조로 해천검룡을 힐책했다. 그로서는 이미 승패가 판가름난 상태에서도 모진 손속을 거두지 않는 해천검룡의 태도가 못마땅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건방진!" 해천검룡의 안면이 치욕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몹시 자존심이 상한 듯 잡아먹을 듯 백리천궁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백리천궁은 내심으로 혀를 찼다. (아깝다. 자질은 뛰어나 상승절기를 수습할 만한 자인데 교만함과 잔혹함이 그 총명함을 흐리는군!) 분노한 해천검룡은 두 눈에 잔혹한 살기를 번뜩였다. "각오하랏! 남해검문의 절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마!" 그의 보검에서 뼈를 에이는 듯한 날카로운 검기가 삼엄하게 피어 올라 석실을 뒤덮었다. "설염은 물러나오!" 백리천궁은 참지못하고 냉기를 몰아 해천검룡에게 쇄도하려는 빙백서시 냉설염을 제지한 후 해천검룡과 마주섰다. "조심하세요!" 냉설염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걱정마오!" 백리천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몸에서 문득 은은한 자하(紫霞)가 피어 올랐다. 이때, 장권 밖으로 물러선 탁세묵룡은 잘려나간 오른팔을 지혈하며 의아한 눈으로 백리천궁을 주시하고 있었다. (누구인가? 무형강벽이 해천검룡의 살인검기를 퉁겨내는 것을 보면 절정의 내가고수(內家高手)인데 전혀 낯선 인물이니......) 그는 처음 보는 백리천궁에 대해 의혹과 함께 신비로움을 느꼈다. 그런 느낌은 백리천궁과 대치한 해천검룡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이놈...... 누구이기에 이토록 정력(定力)이 강한가?) 그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백리천궁의 일신에서 무형의 기도가 구름같이 일어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무형기도는 태산의 무게로 해천검룡을 압도해 오고 있었다. 츠츠츠츠! 문득, 해천검룡의 보검이 미미하게 흔들리며 그가 내뻗은 검기(劍氣)가 파문을 일으켰다. (승부는 결정되었다.) 지켜보던 탁세묵룡은 고통조차 잊고 미소를 지었다. 고수(高手)된 자가 심력(心力)의 싸움에서 밀리면 그 승부가 뻔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백면서생으로 알았는데...... 멋이 있는 친구로군!) 탁세묵룡의 입가로 한가닥 미소가 감돌았다. "우___욱!" 땀을 뻘뻘 흘리던 해천검룡은 돌연 발악하듯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뇌전(雷電) 만큼이나 빠른 쾌검이 벼락같이 백리천궁을 양단하여 갔다. 지독히도 빠르고 독랄한 좌수검(左手劍)이었다. "백리공자!" 관전하던 냉설염은 자기도 모르게 다급한 경악성을 터뜨렸다. 그만큼 해천검룡의 검세는 빨랐던 것이다. 해천검룡의 보검은 그대로 백리천궁의 가슴을 그을 듯이 보였다. 이때, 조용히 서 있던 백리천궁의 일신에서 찬란한 자색강기가 화산같이 일어났다. "가랏!" 한소리 낭랑한 외침과 함께 금속성을 내는 그 자색강기는 단번에 해천검룡의 검세(劍勢)를 박살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크---- 윽!" 해천검룡은 가슴이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맹렬히 뒤로 퉁겨졌다. 막강한 반탄지기가 해천검룡과 그의 검세를 종이조각같이 퉁겨 버린 것이었다. "자...... 자하탄천강!" 관전하던 탁세묵룡과 냉설염의 입에서 숨 넘어가는 경악성이 동시에 터졌다. "자...... 자하...... 탄천강! 천기대제의 무상절기!" 삼 장 밖으로 퉁겨져 나가 선혈을 토하던 해천검룡의 안색이 샛노래졌다. 그는 불신과 경악의 눈으로 백리천궁을 올려다 보았다. "으......"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공포와 전율이 그의 전신을 강타했다. __자하탄천강기. 그것이 무엇인가? 천기문 천기팔대절기 중 서열 제사위의 신공절기였다. 일신에 가해진 적의 공세를 새 배로 증폭하여 돌려보내는 절정의 호신기공이 바로 이것이다. 이십 년 전, 이는 벽라일신제(碧羅一神帝)를 낭패케 함으로써 천하에 알려진 절기였다. (다...... 달아나야 하다. 나는 저놈의 상대가 아니다.) 해천검룡은 극도의 공포로 전후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는 전력을 다해 석실의 바닥을 박찼다. 쐐---- 액! 그는 위로 날아오르며 석실천정에 붙은 야광주를 후려쳐갔다. 빛(光)을 없애 백리천궁의 추격을 저지할 요량에서 취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아니되오! 그것은 함정이오!" 백리천궁은 안색이 대변하며 소리쳤다. 그는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려 해천검룡을 막아갔다. 하지만 그의 저지는 한 발 늦고 말았다. 퍼____펑! 해천검룡이 떨친 일격에 야광주는 완전히 박살이 나고 빛을 잃은 석실은 일시에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이...... 이런!" 어둠 속에서 백리천궁의 낭패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가 우려한대로 이내 사태는 발생하고 말았다. 쿠르르르...... 쿠콰콰콰! 돌연 석실(石室) 전체가 지진을 만난 듯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헉! 이...... 이런!" "백...... 백리공자!" 어둠 속에서 탁세묵룡과 냉설염의 당혹성이 터져나왔다. "설염! 조심하시오. 석벽쪽으로......" 하지만 백리천궁의 다급한 외침마저 이내 굉렬한 폭음에 뒤덮여 사그러들었다. 천만 근의 화약이 일시에 터진 듯한 굉음 속에서, 석실은 마치 사성(莎城)같이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로 너무도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우-- 우웃!" 찌렁찌렁하게 울리는 벽력같은 창룡후(蒼龍吼)! 그에 이어 폭음속에 무너져 내리던 좁은 석로의 천정이 번쩍 들려졌다. 쿠쿠쿠쿠쿠...... 족히 십만 근은 나갈 석괴가 들려지며 한 명의 청년이 낭패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바로 백리천궁이었다. 백리천궁은 석괴를 밀어내며 어두운 석로로 들어섰다. 흩어진 옷차림이었지만 다친 곳은 없는 듯 하였다. "해천검룡...... 그 아둔한 친구 때문에 뜻하지 않은 붕변을 당했군!" 백리천궁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석실이 무너지는 순간, 백리천궁은 이 작은 석로를 발견하고 뛰어 들어 화를 면한 것이었다. "냉소저가 제대로 대피나 했는지 모르겠군!" 먼지를 털어내며 백리천궁은 무너진 석로 저편을 돌아다 보았다. 석로가 붕괴되어 석실이 있던 곳이 보일 리가 없었다. 백리천궁은 걱정스런 표정이 되었다. 아버지 천기대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그는 천지지간에 친인이라고는 없는 외로운 몸이었다. 그런 그에게 냉설염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 것이 되고 말았다. 잠깐 동안 함께 있었으나 냉설염은 어느 덧 백리천궁이 걱정을 해 주어야 할 위치까지 이른 것이다. 그녀는 얼음장같이 차갑게 보이지만 실상 속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것을 백리천궁은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간파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녀에게는 여인다운 사랑스러움이 온 몸에 배어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매력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복연이 많은 인상이었으니..... 큰 변을 당하지는 않았으리라!" 백리천궁은 그렇게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달랬다. 이윽고 그는 몸을 돌려 어두운 석로를 걸어나갔다. "이 안쪽에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백리천궁은 형형한 신광을 빛내며 어둠 속에서 앞을 바라보았다. "어떤 고인이기에 지하에 이런 거창한 밀궁(密宮)을 지었단 말인가?" 궁금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던 그의 몸이 문득 굳어졌다. (이...... 예기(銳氣)는 무엇이란 말인가?) 백리천궁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스스스스! 무형기도(無形氣道)! 엄청난 무형의 예기(銳氣)가 전면에서 폭풍같이 번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음!" 백리천궁은 호신강기를 일으켜 심맥을 보호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무형기도에는 그것만으로 능히 심맥을 갈가리 찢어 버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무형의 예기는 일 보를 전진할 때마다 배로 강해졌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백리천궁의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지...... 지독하다. 무엇이 있기에 이같이 지독한 예기(銳氣)를 발하는 것일까?) 백리천궁은 호신강기를 극한까지 일으켰다. 능히 십만 근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강벽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신이 쩍쩍 갈라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저곳이군!" 그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이윽고 석문(石門)이 부서져 나간 석실(石室)앞에 이르렀다. 예의 무형예기는 바로 그 석실에서 내뻗치고 있었던 것이다. 츠츠츠! 무형예기는 이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만큼 강해지고 있었다. 백리천궁의 입에서는 마침내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의 막강한 호신강벽 마저도 무형예기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 백리천궁은 입술을 악다문 채 느릿느릿 석실 안으로 들어섰다. "헉!" 석실로 들어서던 백리천궁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아주 뜻밖의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석면의 정면, "......!" 한 명의 백염노인(白髥老人)이 보검(寶劍)을 앞으로 내민 채 우뚝 서 있었다. (태...... 태산(泰山)이다.) 백리천궁의 안면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태산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 태산(泰山), 보검을 든 백염노인은 그야말로 태산이었다. 노인의 키는 팔 척, 일신에는 색바랜 자삼을 걸쳤으며 두 자나 되는 백염을 가슴에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숨막힐듯 혁혁한 안광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노인의 일신에서는 인간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엄청난 신위가 흐르고 있었으며 예의 가공스런 무형기도는 바로 노인이 들고 있는 보검(寶劍)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 너무나도 엄청난 백염노인의 위태에 백리천궁은 그 자리에 석상같이 굳어져 버렸다. (아아...... 일간이 이같이 될 수 있다니...... 저분은 이미 신인(神人)의 경지에 든 분이다.) 그는 감탄을 금치못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은 경악과 흥분과 흠모로 형형하게 빛을 발했다. 그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백리천궁은 그대로 백염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며 대례(大禮)를 올렸다. "후진말학 백리천궁! 감히 노선배님을 배견하나이다!" 그는 공손히 말하며 정중히 일 배를 올렸다. "......!" 그런데, 절을 하고 일어서려던 백리천궁의 두 눈이 문득 석실바닥에 이르러 얼어붙었다. 놀랍게도 석실바닥에는 깨알 같은 글들이 적혀 있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형경력으로 새겨진 것으로, 무릎을 꿇고 대례를 올리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작게 쓰여 있었다. <하늘이 본존을 버리지 않는다면...... 흉수(兇手)보다 먼저 선자(善者)를 본존(本尊)에게 보내실 것을 기대하고...... 나 절대신검존이 적는다!> "절...... 절대신검존(絶代神劍尊)!" 글의 첫 구절을 읽은 백리천궁은 격앙된 어조로 부르짖었다. 전신으로 뇌전을 맞은 듯한 충격과 전율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 저분이 바로 절대신검존이라니.... 아아.... 이.... 이럴 수가!" 그의 안면은 이내 경악과 슬픔과 불신으로 이지러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백염노인, 그가 바로 절대신검존이라니....! 검(劍)만 손에 들면 하늘이라도 무섭지 않다는 저 정도제일존이 바로 그였다. 그런데 백리천궁은 그제서야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__절대신검존 뇌공우(雷空宇)! 이 절대강자는...... 그러나 이미 산 사람이 아니었다. 보검을 앞으로 내민 자세로 절명해 있었던 것이다. 절대신검존의 죽음(死)! 그것은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누가! 그 누가 있어 하늘과 비견되던 절대신검존 뇌공우를 시해할 수 있단 말인가? 상상을 불허하는 대변괴! 그것이 귀궁의 이 볼품없는 석실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백리천궁은 한동안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그는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며 다시 절대신검존이 남긴 글을 읽어내려갔다. <한 달 전, 본존(本尊)에게 도전장이 날아들었다.....> "도전장! 어떤 자가 감히......" 백리천궁은 놀라면서도 그 가운데 어떤 음모가 있었음을 직감했다. 그는 안색을 굳히며 다시 절대신검존의 유서로 눈길을 돌렸다. <음모라는 것을 직감했다. 도전자는 마종지주(魔宗之主)를 자처하는 자로서 본존의 검예(劍藝)와 마종 혈뢰의 강함을 비교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마...... 종...... 혈뢰!" 백리천궁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금까지 일련의 사건들이 모두 마종 혈뢰와 연관되어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사로잡히며 절대신검존이 남긴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절대신검존, 그는 이미 백 년 이전에 죽었다고 천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 절대신검존을 비롯한 절대오천존은 누구도 죽지 않았다. 그들은 암중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초강절기의 연마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하패권 따위는 이미 그들의 안중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절대오천존의 눈에는 오직 다른 사천존이 있을 따름이었다. 절대신검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다른 사천존의 동태를 주시하며 무상절기(無常絶技)의 창안에 몰두하고 있었다. __초극검예(超極劍藝). 그것은 절대신검존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마음(心)이 움직이면 검기(劍氣)가 함께 일어 만상(萬像)을 베어내는...... 다만 전설로 내려오는 초극심검결(超極心劍訣)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은 곧 고금제일로 이룰 있는 검도지상(劍道至上)이기도 했다. 절대신검존 뇌공우, 그는 이 단 하나의 검결(劍訣)을 위해 일백 년을 세외(世外)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초극검예가 막 완성되었을 때 의문의 도전장이 날아든 것이다. 절대신검존이 누구인가? 결코 날아든 도전을 피할 그가 아니었다. <마종지주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고...... 본존은 이 중에 음모가 있음을 느끼면서도 이곳 귀보로 왔다. 본존의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다른 사천존(四天尊)도 노부와 비슷한 지경에 처했을 것이다......> "음......" 글을 읽던 백리천궁은 소름이 오싹 끼침을 느꼈다. 마종지주라는 자의 의도는 명확관화한 것이었다. "벽라대전(碧羅大戰)을 기억하고 있는 자가 분명하다. 벽라일신제가 아버님과 쌍정에게 그 뜻을 꺽였음을 염두에 두고......" 백리천궁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마종지주라는 자는...... 천하패권에 화근이 될 모든 장벽을 미리 제거할 생각이었을 것이고...... 아...... 오천존과 아버님이 그 첫 번째 표적이 되었으리라!" 그의 뇌리는 모든 상황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추측해 냈다. 마치 음모자의 의도를 자신의 것인 양 읽어 내려갔다. 이런 예리한 통찰력은 범인(凡人)은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글은 계속되었다. <본존이 귀보를 찾았을 때 본존을 맞은 것은 마종이 아니라 변황사패주(邊荒四覇主)라는 변황무림의 강자들과 중첩된 죽음(死)의 함정뿐이었다......> 가장 먼저 절대신검존을 막은 자는 변황사패주의 제일인 혈륭대라마(血隆大羅麻)였다. __혈륭대라마(血隆大羅麻)! 그는 서역(西域)의 전설적인 활불(活佛)로서, 변황에서의 그는 중원의 절대오천존 만큼이나 강하게 알려졌다. 그는 천룡사(天龍寺)의 전대주지이며 일천 이백 년 전, 천마대제의 천마부를 괴멸시키고 천외금부(天外禁府)로 들었던 일백천상무존(一百天上武尊) 중 천룡대법종(天龍大法宗)의 변통을 이은 인물이었다. 영광의 전통을 이은 계승자 혈륭대라마! 그만큼 그는 강했다. 서역밀종의 기공이 그의 일신에서 꽃을 피워 천룡대법종 이래 최대의 영화가 그의 시대에 이루어졌었다. 그런 혈륭대라마가 절대신검존의 앞을 막았다. 그러나, 혈륭대라마가 아무리 서역제일인이라 해도 절대신검존의 적수는 아니었다. 혈륭대라마는 절대신검존의 십 검(十劍)을 견디지 못하고 한 팔이 잘리고 만다. "졌소." 혈륭대라마는 거물(巨物)답게 깨끗이 패배를 자인하고 물러났다. 두 번째로, 귀궁의 죽음의 길이 절대신검존의 앞을 막았다. 그러나 이미 신인(神人)의 경지에 든 그였다. 기관함정 따위가 절대신검존의 앞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세 번째로, 해천신검제가 나섰다. 정면도전에 자신이 없었던 해천신검존은 절대신검존을 암습했다. 결국, 대노한 절대신검존의 절대검기(絶代劍氣)에 해천심검존은 철실(鐵室)과 함께 몸이 두 동강 나고 말았다. 해천신검제를 격살한 절대신검존을 마지막으로 막아선 것은 두 명의 절정(絶頂)고수였다. __대막혈타황(大漠血駝皇). __천도제일랑(天刀第一娘). 변황무림 사상 최강이라고까지 불리는 두 명의 고수가 그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변황사패주의 인물들이기도 했다. 대막혈타황(大漠血駝皇)___! 열사(熱沙)와 흑풍(黑風)의 땅인 대막(大漠)의 제황(帝皇). 한 마리 핏빛의 낙타를 타고 일백 년간 대막을 질타한 그는 곧 대막지혼(大漠之魂), 그 자체였다. 대막의 일천 부족에게 있어 그는 신이었고, 그에 어울리도록 그의 대막혈선절기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도제일랑(天刀第一娘)____! 동해(東海) 부상국(夫桑國)의 제일고수자가 그였다. 그는 부상국 제일검파인 천도류(天刀流)의 명인(名人)이며 또한 부상제일인자(夫桑第一忍者:刺客)이기도 하다. 괴이신랄한 천도류의 검법(劍法)도 검법이지만, 한 번 노리면 지옥끝까지 추격하여 베어버리는 그의 인술(忍術)은 중원까지 알려진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 두 절정고수가 절대신검존을 막아선 것이다. 아무리 절대신검존이라 해도 결코 그들을 경시할 수 없었다. 절대신검존은 그들 양대고수를 이렇게 적고 있다. <본존은 백 이십 년 전 천마만겁존(天魔萬劫尊)과의 일주야에 걸친 대전 이외에는 전력을 다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감히 방심할 수가 없었다. 대막혈타황이나 천도제일랑은 일대 일로 겨루어도 신중해야 할 독특한 절기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합수(合手)를 하였으니 어찌 방심하겠는가?> 이렇게 적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일장의 결투는 단 일 초 만에 끝났다. 절대신검존이 최초로 초극검예를 펼쳤기 때문이다. <만상귀월초극류(萬象歸元超極流)> 마음(心)이 허허로워지면 만상이 들어차게 되며, 의지(意志)가 한 번 일면 마음의 검(心劍)이 일어 만상을 베어내는 초강절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대막혈타황과 천도제일랑도 전력을 다해 절대신검존과 맞섰다. 초극(超極)의 기예, 그 무형(無形)의 검기(劍氣)가 절대신검존의 일신에서 화산같이 폭발하면서 모든 것이 끝났다. "믿을 수...... 없다......" 대막혈타황은 즉사했고 천도제일랑도 이 한 마디를 남기고 무너졌다. 무히 가히 무적이라 할만한 절대검예(絶代劍藝)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본존은 초극검예의 시전으로 자칫 방심을 하였고...... 그때 일성의 종음이 본존을 강타했다!> "마...... 종 혈뢰......" 백리천궁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렀다. 그는 흔들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절대신검존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믿지...... 않았었다. 마종 혈뢰의 전설을...... 그러나 그것은 구천지옥에서 울리는 아수라(阿修羅)의 마성(魔性)이었다. 단 한 번의 종음에 본존의 천강지체가 으스러지고 말았다. 방심한 중에 당한 기습이기는 했으나...... 마종의 종음은 만상(萬像)을 으스러뜨리는 마력이 있었다.> 마종 혈뢰는 진정 무서웠다. 비록 방심하기는 했으나 단 한차례의 종음이 고금제일인으로까지 접근하던 절대신검존에게 회생할 수 없는 중상을 입힌 것이었다. 그러나, 절대신검존은 역시 절대자다왔다. 천강지체가 무너지고 전신의 심맥이 가루로 으스러졌으나 그는 즉사하지 않았다. 기습을 당한 직후, 절대신검존은 마종을 울린 마종지주(魔宗之主)가 주위에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에, 절대신검존은 한 모금의 진기로 무형의 검벽(劍壁)을 백 장내에 둘렀다. "크큿! 즉사하지 않다니.... 과연 절대신검존답군. 그러나 결국 늙은이는 죽는다. 본주는 늙은이가 쓰러질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 어디선가 지극히 음침하고 사악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근처에 잠복한 마종지주(魔宗之主)의 목소리였다. "크크큿......! 오천존(五天尊)은 모두 본 주의 손에 죽을 것이고, 그 결과는 천하를 마종천하(魔鍾天下)로 만드는데 쓰이리라. 다른 늙은이들은 곧 보낼 테니 지옥에서 기다리거라!" 마종지주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절대신검존은 어이가 없었다. 평생 무적검존(無敵劍尊)으로 군림하던 그가 일시지간의 방심으로 죽음을 눈 앞에 두게 된 것이다. <본존은...... 한 시진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이제 단 한 가지 희망밖에 없다. 그것이 하늘(天)의 뜻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마종지주(魔宗之主)보다 먼저 선자(善者)가 이곳에 닿아 본존의 절기를 수습하고 그것으로 후일 마종지주를 베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깨알보다 작은 글에는 절대신검존의 간절한 소망과 분노가 실려 있었다. "......" 무릎을 꿇은 채 깨알 같은 글을 읽는 동안 백리천궁은 어느 덧 석실 중간에 이르러 있었다. 파--- 파파팟! 이때, 무형의 검기는 더욱 강해져서 백리천궁의 전신을 쩍쩍 갈라놓았다. 선혈이 베어나와 그의 전신은 온통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혈인(血人)이 되었음에도 그 사실 조차 느끼지 못했다. 절대신검존의 유서에 빠져 있는 탓이었다. 그리고, 그가 때닫지 못한 사실이 또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석문(石門)의 양쪽에 넘어져 있는 두 구의 시신이었다. 석문 왼쪽의 시신은 장대한 체구의 서역인이었으며, 오른쪽의 인물은 용모는 반듯하나 얼음 같은 분위기의 중년인으로 왜인(矮人)의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새파란 장도(長刀)가 움켜 쥐어져 있었다. <초극신검결(超極心劍訣)을 바닥에 새겨 남긴다. 선자라면 초극심검결과 절대검경(絶代檢經), 그리고 본존의 애검(愛劍)인 절정(絶頂)을 모두 얻을 것이고...... 마종지주가 선자보다 먼저 온다면 절대검경(絶代劍經) 하나만을 얻게 되리라. 절정(絶頂)은 본존과 일체(一體)이며 신검(神劍)이기에 스스로 귀인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대에게 본존의 원한을 넘기며 그 대가로 본존의 모든 것을 준다. 이곳을 나가면 다른 사천존(四天尊)의 안위를 확인해 주기를 바라며 대막혈타황과 천도제일랑의 절기도 수습하여 혈타일맥(血駝一脈)과 천도류(天刀流)가 본존으로 하여금 단절되었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해 주기 바란다. 뇌공우(雷空宇) 절필(絶筆).> 절대신검존의 유서는 이것으로 일단락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쪽으로 일천어 자로 이루어진 지극히 난해한 검결(劍訣)이 극히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것은 검결이라기 보다는 천지(天地)를 포용할 수 있는 심결(心訣)이었다. <만상귀원초극류(萬象歸元超極流)> 바로, 절대신검존의 백 년 고심이 담긴 초극검예(超極劍藝)로 고금제일검결(古今第一劍訣)이 그것이었다. "대...... 대단하다. 이것이 바로 무(武)의 극(極)이다!" 만상귀원초극류의 구결을 읽어나가던 백리천궁의 안면이 온통 감탄과 격동의 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흥분을 금치 못하며 부르짖었다. 만상귀원초극류에는 백리천궁이 지금까지 찾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건곤(乾坤)을 한 손으로 뒤덮으며, 만상(萬像)을 의지(意志)로 다스릴 수 있는 지극하고도 무상한 절대진리(絶代眞理)가 바로 그 속에 있었다. "이것은 신(神)의 무학이다. 나의 재질이 남보다 조금 밝으나 평생을 걸어야 대성(大成)할 수 있는 심오한 것이다!" 백리천궁은 감탄의 탄성을 발하며 중얼거렸다. 이윽고, 그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다. 그는 지극히 맑고 깨끗한 마음이 되어 오직 무심(無心)으로 만상귀원초극류의 구결을 마음에 각인시켰다. 그러자,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스스스...... 절대신검존의 전신에서 쏟아지던 살갗을 찢는 예기가 실가닥같이 풀어지며 백리천궁의 전신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이런 현상은 지극히 빨리 진행되어 백리천궁은 전혀 느끼지를 못했다. 마침내, 절대신검존의 무형기도는 솜에 물이 빨려들 듯이 완전히 백리천궁의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 한 순간, 무심하던 백리천궁의 눈빛이 심연하게 빛을 발했다. 만상귀원초극류의 구결이 끝난 곳에 또 다른 한 줄의 글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대의 능력과 복연에 경하한다. 만상귀원초극류(萬象歸元超極流)는 인간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절기이다. 그것은 너무 강하여 범인은 만분지 일도 받아 들이지 못한다. 본존도 불과 삼성의 성취를 이루었을 정도다. 만일 그대가 단번에 만상귀원초극류를 얻으려는 욕념으로 대했다면 심력(心力)이 고갈되어 치명상을 입었으리라!> "음......" 절대신검존이 남긴 그 글에 백리천궁은 무거운 신음성을 발했다. 그의 등으로 소름이 오싹 끼쳤다. "만상귀원초극류에는 그런 능력이 있다!" 그 역시 동감하는 바가 크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겸허한 자세로 이어지는 절대신검존의 나머지 글을 읽어나갔다. <...... 오직 무심(無心)으로 대하여야만 얻을 수 것이고, 그럴 경우에만 본존의 절대검강기가 환령전공대법(環靈傳功大法)으로 그대의 것이 되리라. 절대검강기는 그대의 성취를 도와 만상귀원초극류를 연성하는 바탕이 되어 줄 것이다.> "아......" 백리천궁은 절대신검존의 안배에 탄성을 토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광세기연(廣世奇緣)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__절대검강기! 그것은 사상최강(史上最强)이라 할 수 있는 검강기공으로, 절대신검존의 삼 갑자에 걸친 고련(苦鍊)의 정화였다. 그것을 자기것으로만 할 수 있다면 백리천궁은 단시일 내에 절대신검존만큼 강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어찌 광세기연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노선배님은 후진말학의 이상이었습니다. 이제, 노선배님의 모든 심원이 후배를 통하여 이루어질 것입니다!" 백리천궁은 절대신검존을 우러러 보며 흠모의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다가 그는 정중한 자세로 구 배를 올렸다. 구 배(九拜), 그것은 바로 배사지례(拜師之禮)가 아니겠는가? 이어 그는 눈길을 절대신검존의 오른손에 들린 고검(古劍)에게 돌렸다. "네가 원한다면...... 뇌노선배님을 대신하여 너를 지우(知友)로 삼겠다." 절정(絶頂)___! 그 고검의 이름은 절정이었다. 백리천궁은 고검 절정을 바라보며 마치 사람을 대하듯이 말했다. __절정신검(絶頂神劍)! 길이는 세 자, 보통의 장검(長劍)보다도 여섯 치가 짧다. 그러나, 절정신검은 이름 그대로 제검(諸劍)의 절정(絶頂)이 되는 명검이었다. 고색창연한 검신에서는 장중한 제황(帝皇)의 기품과 삼엄한 지존검(至尊劍)의 신위(神位)가 물씬 풍겼다. 웅! 우우우웅! 문득, 절정신검에서 한 차례 웅혼한 검명(劍鳴)이 흘러나와 석실을 울렸다. 명검(名劍)은...... 주인된 자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하하...... 절정! 잘 지내보자!" 백리천궁은 미소를 지으며 절대신검존의 손에서 절정신검을 정중히 받아들었다. 이어, 그는 절대신검존과 대막혈타황, 그리고 천도제일랑의 시신에 예를 취한 후 그들의 시신에서 세 권의 비급을 찾아내었다. <절대검경(絶代劍經)> <대막혈신비록(大漠血神秘錄)> <천도진해(天刀眞解)> 절대검경은 물론 고금제일검경(古今第一劍經)임을 제론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막혈신비록(大漠血神秘錄)과 천도진해(天刀眞解)도 각각 한방면에서 극(極)에 이른 정화를 담고 있는 비급들이었다. __인자십팔계(忍者十八計). 특히, 천도진해에 적힌 이 천도류(天刀流) 이전의 인자술(忍者術)은 백리천궁을 아연실색하게 할 만한 것이었다. 한 번 노린 표적은 지옥 끝까지라도 추종하여 베어버리는...... 상식을 무시하는 지독한 인자술(忍者術)이 바로 인자십팔계(忍者十八計)인 것이다. "우선...... 귀궁(鬼宮)을 돌아본 뒤 세 분을 모셔야겠군!" 백리천궁은 세 강자의 시신을 한 번 돌아본 뒤 몸을 돌려 석실(石室)을 나섰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